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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자녀와의 스마트폰 전쟁 끝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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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자녀와의 스마트폰 전쟁 끝내기
자녀와 대화를 시작하려면 부모가 열린 마음과 열린 질문, 그리고 열린 귀를 준비해야 한다. ©childrensministryonline.com
심연희
NOBTS 겸임교수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mail protected]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래?

아이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한마디 할라 치면 잔소리라고 짜증을 내거나 서로 언성이 높아져 싸우고 관계만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는 아이를 보는 게 답답하고, 아이는 부모의 잔소리가 싫어서 귀를 닫는다.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이 계속 반복되는 아이의 행동은 종종 부모에 대한 무시로 비춰진다. 그리고 “너는 이래 가지고 나중에 뭐가 될래?”라는 부모의 말은 아이에게 비난과 미움으로 각인된다. 부모의 말에 담긴 진심은 걱정과 사랑이지만,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는 경우는 드물다. 사랑의 마음이 서툰 혀를 거치면서 상처가 되고 관계의 단절을 불러온다.

그렇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이런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 어떤 말을 해야 전쟁 대신 생각을 자극하는 건전한 대화와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그 주제에 대한 장점과 단점(Pros and Cons)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브레인 스토밍(brain storming) 접근법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마음가짐이다. 아이의 행동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호기심을 담아 묻는 것이다. 그것을 하면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안 좋 은지, 아이들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던지고 귀 기울여 끝까지 잘 듣는 것이다.

좋은 점이 뭐야?

예를 들어, 많은 청소년들이 마리화나 같은 마약성 물질에 중독되어 있다. 이때 “너는 마리화나가 나쁜 줄 알면서 대체 왜 하니?”라고 물으면 대화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 비난은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버리게 만든다. 대신 열린 마음을 준비하고, “마리화나를 하면 좋은 점이 뭐야?”라고 물어보라. 그러면 마리화나의 장점을 열 가지도 넘게 말해줄 것이다. 부모가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아이도 마리화나의 단점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마음의 준비가 된다. 대화의 1차 목표 는 상대방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이해’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의 자기 모습 그대로 온전히 이해 받은 후에야 건강한 변화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따라서 자녀와의 건강한 토론을 위해서는 부모의 생각과 마음이 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주제와 관련해 부모의 생각과 기준이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올바른 근거에 뿌리내리고 있어야 한다. 부모에게 분명한 기준이 없으면 아이에게도 그것을 가르치지 못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부드럽게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장점은 뭐가 있을까?

그렇다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장점과 단점은 각각 무엇일까? 먼저 장점을 생각해보자면, 가장 압도적인 이유는 편리함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나 전 세계 소식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고, 집에 앉아서 도서관의 책들과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GPS 없이 운전하는 상황을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자연재해나 응급 상황에 대한 안내도 즉시 전달된다. 게다가 재정적 이득도 있다. 유튜브가 돈이 되는 세상이고,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꿈의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컴퓨터 게임도 스포츠가 되었고, 게임을 위한 전문팀이 생겨나고, 상금도 엄청나다. 게임을 테스트하는 직업도 인기다. 직업이지만 재미있기까지 하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게임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재미있어서다. 이쯤 되면 장점이 정말 많아 보인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단점은 뭐가 있을까?

그런데 그 장점들을 하나하나 깊이 들여다보면 장점이 곧 단점도 되기도 한다. 물밀듯 쏟아지는 정보들 중에는 수없이 많은 잘못된 정보와 위험한 정보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세계곳곳으로 전달되지만, 인터넷을 통해 가짜 뉴스와 야동도 나이를 가리지 않고 전파된다.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찾으려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열었다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뉴스나 영상을 클릭하기 일쑤다. SNS로 친구를 만들 수도 있지만, 온라인상의 관계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친구라고 하지만 진짜 친구는 아니다. 개인정보의 유출로 원치 않는 고통을 받기도 한다. 아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부적절한 사진이나 댓 글은 생각보다 많은 지인들이 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금세 퍼진다. 무엇보다 이 모든 활동들이 우리의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등은 우리의 관심 분야를 귀신같이 알고 관련 영상들을 끝없이 보여준다. 그런 회사들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은 우리 가족보다 우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정보를 이용해 우리를 그들의 사이트에 몇 시간씩 붙들어 두고 중독시키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

온라인 세상은 우리의 삶을 너무나 편리하게 해주지만, 동시에 우리의 육체를 쇠약하게 만든다. 시력저하, 안구건조증, 수면부족 등의 증상이 늘고 있다. 신체 활동이 줄어든 대신 거북목, 허리통증, 체중증가, 기분장애 등이 따라온다. <게임 뇌의 공포>,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의 책에서는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뇌를 ‘짐승의 뇌’ 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에 많이 노출될수록 뇌가 빠른 시각적 자극에 반응하는 부분만 발달하고,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이렇듯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과 관련해 일주일에 한 가지씩만 토론해도 몇 달은 계속 할 수 있을 것 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공부하고, 아이와 나눌 좋은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면 아이와 함께 부모도 성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를 잘 이끌 수 있는 지혜가 늘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는 기도로 무릎 꿇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