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세미나가 끝난 후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으려고 기다리는 동안 서로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다.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약간 통통한 여성분이 조용히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 제가 이래 뵈도 (제스처를 하며) 34-24-34, 합이 70킬로그램입니다.”
그녀가 던진 위트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모두 웃으시는데 제가 이래 뵈도 무용과를 나왔습니다. 포항공대 무용과.”
사람들은 환호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식사 후 이어진 술자리에서 그녀는 단연 대화의 중심이었고, 여러 사람이 그녀의 명함을 받으려고 줄을 섰다.
그 모임을 통해 유머와 위트 하나가 사람을 사로잡는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후부터 나는 사람들이 자기소개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며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매력적인 자기소개 유머 기법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자신을 풍자하라
한 대기업의 마케팅 이사로 근무하는 지인이 있다. 얼마 전 어느 세미나에서 만났는데 한마디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드디어 제 인생에 한 방이 왔습니다. 복권, 아닙니다! 로또, 아닙니다! 세수와 머리 감는 것이 한 방에 됩니다.”
그러면서 세수와 머리감는 시늉을 했다. 자신의 대머리를 슬쩍 비트는 이 짧은 위트에 청중은 웃으면서 마음을 열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단점을 웃음으로 풍자하는 이런 위트는 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평생 잊혀지지 않는 멘트가 된다. 무엇보다 단순히 웃기는 위트를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그 사람의 넉넉한 인품까지 느낄 수 있다.
만약 코가 약간 낮아서 컴플렉스라면 이런 멘트는 어떨까? “제 코는 약간 낮습니다. 하지만 누우면 제 코가 제 몸에서 제일 높습니다. 하하”
만약 키가 작다면 이런 멘트도 괜찮다.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그나마 키가 작아서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모릅니다. 하하하”
둘째, 이름을 활용하라
자기 이름으로 삼행시로 지어보자. 예전에 들은 이성미씨라는 분의 자기소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이렇게 이쁜 여자 보셨어요?
성: 성격도 완전 짱이랍니다.
미: (고객를 숙이며) 미안합니다!
오래 전에 만난 초등학교 교사인 박선자 선생님도 기억에 남는다.
박: 박수 좀 쳐주세요.
선: 선 채로 박수 좀 쳐주세요.
자: 자, 이제 웃으면서 박수 좀 쳐주세요.
웃음치료사 오혜열씨의 자기소개도 응용해볼 만하다. “오혜열입니다. 우리 오씨 집안에는 멋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드리 헵번, 오바마. 그런데 요즘 집안을 말아 먹은… 오사마 빈 라덴이라고! 하하”
셋째, 나이를 활용하라
어느 사장님의 위트가 기억난다.
“제가 올해 5층에서 6층으로 이사왔습니다. 높은 데로 이사왔더니 세상이 더 잘 보입니다. 하하”
59살에서 60살이 되셨다는 말을 센스 있게 표현하신 것이었다. 요즘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밝혀도 무방하다면 이렇게 나이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한 동안 자주 사용하던 멘트는 이거다. “저는 이제 21살입니다. 아내가 30살은 집에 놓고 다니라고 해서요. 하하”
넷째, 비유를 활용하라
자신의 성격과 능력을 인상적인 사물에 비유하는 것도 멋진 방법이다. 내가 요즘 활용하는 두 가지 비유 멘트가 있는데 꽤 인기가 있다.
“저는 우표같은 남자 최규상입니다. 우표는 봉투에 한번 붙으면 반드시 목적지까지 갑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가겠습니다.”
“천도복숭아같은 남자 최규상입니다. 과일 중에 제일 뜨거운 과일이 천도복숭아라고 하잖아요. 얼마나 뜨거우면 1,000도겠어요! 늘 뜨거운 열정적으로 사는 남자입니다.”
비지니스 자기소개의 목적은 내가 상대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알리는 데 있다. 내가 상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여주며 재미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위트를 남발하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따라서 짧고 재미있는 멘트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위트가 먹히려면 입에 착 붙을 때까지 연습이 필요하다. 유머는 자연스러운 것이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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