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고지
본 칼럼에서 전달하는 내용은 학자금 융자 탕감(Student Loan Forgiveness)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로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케이스에 대해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독자가 본 칼럼의 내용을 근거로 행한 법률 행위를 포함한 일체의 행위에 대해 본 변호사는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음을 말씀드린다.
학자금 탕감 소송전
지난 8월 24일 학자금 융자 탕감 정책이 발표된지 한 달만에 학자금 탕감 정책 자체가 아예 취소될 수도 있다는 뉴스가 나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탕감 정책이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무효화시켜야 한다는 소송이 벌써 3건이나 접수되었고,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송의 여파로 당장 학자금 탕감 정책의 일부가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등 큰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한인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인만큼 학자금 탕감 정책에 반대하는 소송의 쟁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행정부 권한 남용
학자금 탕감 정책에 반대하는 첫 번째 소송은 지난 9월 27일 인디애나주 소재 연방지방법원에 제기되었다.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PLF (Pacific Legal Foundation) 소속의 프랭크 게리슨(Frank Garrison) 변호사가 학자금 탕감 정책을 긴급히 정지해 달라며 법원에 임시 제한명령(Temporary Restraining Order: 이하 “TRO”)을 신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일단 신청을 기각했지만, 원고의 소장 수정이 받아들여지면서 소송이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이 소송의 주요 쟁점은 거의 5천억 달러에 달하는 국가 재정을 의회의 동의 없이 행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여 집행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원고는 미국 의회가 지난 2019년과 2021년에 각각 학자금 융자 탕감 법안 통과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의회에서 두 번이나 논의 후 부결된 법안을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행정부의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서 행정부가 의회를 건너뛰고 단독으로 결정하여 집행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2022년 대법원의 판례를 이번 학자금 탕감 정책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법리로 제시하였다.
지난 2022년 7월, 대법원은 West Virginia v. EPA(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환경청) 판례에서 환경 규제와 같이 국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환경청에서 단독으로 결정해 집행할 수 없고, 의회에서 법률을 제정해 통과시켜야만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10년간 700조원 세금 부담
두번째 소송은 네브라스카, 미주리, 아칸소, 아이오와, 캔자스,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6개 주정부가 연방법원에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막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주정부들은 이 정책을 집행하는 데 너무 많은 세금이 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대로 학자금 융자 탕감 정책을 집행할 경우, 향후 10년간 5천억 달러(약 700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어서 애리조나 주정부가 연방정부를 상대로 세 번째 소송을 제기하며 소송전에 동참하였고,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형평성 논란
학자금 탕감 소송에서 논란이 되는 또 다른 쟁점은 학자금 융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탕감해주는 것은 학자금 융자를 받지 않은 사람들과 이미 학자금 융자를 갚은 사람들에게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대학 진학률은 60% 초반이다. 따라서 국민들 중 약 40%는 대학에 가지 않으며, 이들은 사회적으로 더 약자의 입장에 놓인 우선 지원 대상이다. 그런데 이들을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이 낸 세금으로 대학 졸업자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국민 다수의 정서에 반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학에 다니면서 학자금 융자를 받지 않았거나, 학자금 융자를 이미 갚은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남아 있다.
더욱이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안정적인 대학 졸업자들을 돕는 것이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공감대 없이 대규모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연방정부가 보증한 학자금 대출(FFEL)을 해주었던 민간 대출업체, 대출 보증기관, 채권 투자자 등의 타격이 예상되면서 이들의 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연방 학자금 대출을 받은 4천 500만명 중 400만명 이상의 채권이 현재 민간기업의 소유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관련 기업들이 소송을 하지 않도록 그들의 피해를 배상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학자금 탕감 정책의 변화
1. FFEL 대출자의 탕감 취소
이번 소송으로 인해 FFEL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탕감 계획이 취소되었다.
연방정부가 관여하는 학자금 대출은 크게 직접 대출(Direct Loan)과 간접 대출(Indirect Loan)로 나뉜다. 직접 대출은 연방정부가 직접 학생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고, 간접 대출은 은행 등 민간 대출기관이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이때 연방정부는 학생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학생 대신 대출을 상환하고 부실채권을 인수하겠다는 보증을 섰다. 이것이 Federal Family Education Loans(FFEL)이다. 그런데 2010년에 의회가 간접 대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률로 FFEL을 전면 중단시켰다. 따라서 2010년 6월 30일 이후 연방정부가 관여하는 학자금 대출은 모두 직접 대출이다.
지난 8월 24일 교육부가 학자금 탕감 정책을 발표할 때 FFEL 대출도 교육부가 관할할 수 있도록 교육부 대출로 전환하는 채무통합(Direct Consolidation Loan)을 하면 탕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9월 29일자로 FFEL은 교육부 대출로 통합하더라도 채권이 민간기업에 있기 때문에 탕감에서 제외하겠다고 지침을 바꾸었다.
한편, FFEL 대출을 받았지만 학생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서 즉, 디폴트(default)가 되어서 교육부가 학생 대신 대출금을 상환해준 경우에는 그 채권을 이미 교육부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디폴트 이후 다시 소액이라도 상환을 하고 있으면 탕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탕감 정책 발표 전에 이미 FFEL을 Direct Consolidation Loan으로 통합해 상환하고 있다면 탕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 탕감 절차의 변화
교육부가 처음 학자금 탕감 정책을 발표했을 때는 교육부가 알아서 자동적으로 탕감을 해주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소송 이후 탕감 절차가 변경되었다.
교육부는 자동 탕감이 아니라 탕감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만 탕감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학자금 탕감을 받기 원하는 사람은 따로 탕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소송 결과 예측
학자금 탕감 소송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최종 결정기관인 연방대법원의 구성원과 그들의 판결 성향을 분석해보면 대략적인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West Virginia v. EPA(환경청)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이 의회의 의결 없이 환경청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을 당시 공화당측 대법관 6명은 모두 위헌이라고 판단하였고, 민주당측 대법관 3명은 모두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렇게 해서 6:3으로 위헌 판결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학자금 융자 탕감 정책도 국민들 4천 500만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5천억 달러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 결정(major policy decisions)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5천억 달러는 현재 환율로 한화 약 700조원에 해당한다. 이는 한국 정부의 2022년 총예산인 604조원을 능가하며. 미국 정부의 2022년 총예산의 1/1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재 대법원의 구성이 6:3으로 공화당이 절대 우위인 상황에서 민주당 행정부의 단독 결정에 대해 어떤 판단이 나올지에 대해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양한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온라인 토론 사이트인 레딧(www.reddit.com)을 살펴보면, 많은 변호사들이 이번 소송이 대법원까지 올라갈 경우 결국 행정부의 일방적인 탕감 정책이 위헌으로 판결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근거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2021년 7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빚을 탕감할 권한이 없고, 그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밝힌 점[House Speaker Nancy Pelosi declared forthrightly: “People think that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has the power for debt forgiveness. He does not. … That has to be an act of Congress. … The President can’t do it. So that’s not even a discussion.” Lauren Camera, Pelosi: Biden Lacks Authority to Cancel Student Debt – U.S. News & World Report(July 28, 2021)], 그리고 지난 2021년 10월에 바이든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백악관 대변인 젠 사키(Jen Psaki)가 “의회가 탕감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은 서명할 것이다”라고 말한 점[White House Press Secretary Jen Psaki reiterated that “[i]f Congress wanted to pass and send the president a bill to cancel $10,000 in student debt, he’d happily sign it.” Zack Friedman, Biden Ready To Sign Student Loan Forgiveness, But Congress Hasn’t Passed Any Legislation, Forbes (Oct. 5, 2021)] 등을 제시한다.
이는 민주당과 백악관에서 학자금 탕감 정책을 행정부 단독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레딧의 일부 토론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학자금 탕감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한 이유는 결국 선거용 기획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어차피 이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중간 선거가 끝난 후에 나올 것이다. 따라서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공화당이 반대해서 학자금 탕감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려는 면피용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다.
공무원 학자금 탕감
이번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학자금 탕감 정책이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 다른 변경 사항들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겠다.
공무원인 부모가 자신이 아닌 자녀를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면, 이 경우도 탕감이 되는지 알아보자. (이하 “공무원 탕감”)
미국 연방, 주, 시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거나 비영리단체에서 공익 서비스를 하는 동안 학자금을 융자하는 경우가 있다. 공무원과 비영리단체 근무자들 중, 소득기준 학자금상환 프로그램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사람들은 10년간(120개월) 대출금을 상환 후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탕감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혜택이 그동안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일시적으로 시정을 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변경 사항은 그동안의 대출상환 프로그램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120개월을 상환하면 나머지 금액은 탕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 탕감의 경우, 공무원이 본인의 학자금을 대출받은 경우와, 공무원이 본인과 자녀의 학자금을 동시에 대출받은 경우에는 이번 학자금 탕감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인 부모가 오직 자녀만을 위해 대출을 받은 경우에는 이번 학자금 탕감 혜택에서 제외된다. 참고로,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 교육부로부터 직접 대출받는 것은 Direct Plus Loa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