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과 비
비닐우산에 가랑비는
참깨 볶는 소리
박쥐우산에 소나기는
검정콩 볶는 소리
우산은
작은 가마솥
비를 달달 볶는다
눈부처
아기 눈 속 엄마부처
엄마 눈 속 아기부처
아기부처가 웃는다
따라 웃는 엄마부처
두 부처 마주 웃으니
극락이다 한나절
▶ 김승규 (1940~ ) 경북 대구 출생.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조집 『흔적』, 동시집 『까치네 이층집』, 『이후의 흔적』 등이 있다.
▶ 시조 해설
동심을 노래한 두 편의 시조입니다.
첫 번째 시조 ‘우산과 비’는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남다르고 기발하게 듣고 재치 있게 표현하여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비닐우산에 가랑비는 참깨 볶는 소리이고, 박쥐우산에 소나기는 검정콩 볶는 소리라니 참으로 신선하고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산은 작은 가마솥인 셈이죠. 우리를 순식간에 어린 시절로 데려다 줍니다. 주변의 작은 일도 자세히 관찰하고 오감을 열어 잘 느끼면서 산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두 번째 시조는 ‘눈부처’입니다. “눈부처”는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바라볼 때 상대방의 눈 속에 비친 앞 사람의 모습을 일컫는 고운 우리말입니다. 엄마와 아기가 서로 마주볼 때, 아기 눈 속에는 엄마가 엄마 눈 속에는 아기가 비춰질 것입니다. 엄마의 눈에 아기는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할까요. 아기에게 엄마는, 아기의 생명을 다 의탁하고 평안을 누릴 만큼, 얼마나 든든하고 포근한 존재일까요. 서로 바라보며 웃을 때 행복과 기쁨이 넘칠 것입니다. 엄마와 아기는 순간 다 부처가 됩니다. 여기가 바로 극락이요 천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