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성(性)적 차이
교회에서 부부의 삶과 성에 대한 성경공부를 할 때면 성도님들이 더 부끄러워하신다. 그러나 성은 하나님께서 부부에게만 누리게 하신 가장 깊은 친밀감의 상징이기도 하다. 에덴에서 부부가 함께 누리도록 설계된 기쁨과 친밀감은 바로 부부의 성을 통해서이다.
그런데 때로는 부부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부부 문제가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바로 부부의 성이라는 영역이다. 성격 차이로 상담소를 찾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꽤 많은 부분이 바로 부부의 성(性)적 차이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간혹 청년들이 이렇게 묻기도 한다. 그러면 먼저 속궁합을 맞춰보고 결혼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그런데 만약 처음에는 잘 맞았는데 시간이 가면서 잘 안 맞으면 어찌할 것인가? 따라서 부부란 모든 것이 딱 맞아서 결혼하고 그 결혼을 유지해 가는 것이 아니다. 결혼이란 서로 믿고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맞추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성관계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어떻게 해야 서로를 기쁘게 하고 만족한 성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지 처음부터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부부는 서로 다른 부분이 너무나 많고, 성적 욕구나 취향도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속궁합이라는 것도 결혼 이후에 계속 배우고 맞추어 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성적 욕구의 차이
상담을 하러 오는 많은 부부들이 성관계에서 자신들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다거나 성적 기능에 대한 걱정, 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 등으로 고민하고 싸운다. 성을 포르노로 배웠다든지, 친구에게 얻어들은 잘못된 정보로 배운 경우 그 갈등은 점점 커진다. 야동에서는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살피며 배려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의 성과 관련된 상담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는 성적 욕구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다. 사실 배우자와 성적 욕구가 비슷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부부 중 한 쪽은 자신의 성적 욕구가 만족되지 않고 계속 무시당하거나 거부당한다고 느낀다. 그런데 다른 한 쪽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성을 강요한다고 느낀다. 여기서 시작된 불만이 다른 사소한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 여성의 몸과 마음은 대부분 육아에 맞춰진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을 하고, 밤에 몇 번씩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젖을 먹이다 보면, 심신이 피곤해 남편이 원하는 성관계는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그것은 그저 하나 더 해야 하는 숙제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육아에 지칠대로 지친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반면, 남편은 자신의 우선순위가 아이보다 뒤로 밀리고 있다고 느끼기 쉽다. 아내가 피곤하다며 성관계를 거부하면 그것은 자신을 거부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자신이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자괴감과 거절당한 감정이 쌓이게 된다.
무드 vs 누드
이전의 칼럼에서 다루었던 남녀의 차이는 심리적 정서적 성향에만 그치지 않는다. 성적인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부부의 성, 크리스찬의 결혼생활을 다루는 책들도 남녀가 성적으로, 육체적으로 얼마나 다른지를 설명한다. 이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에 반드시 생겨나는 차이이다. 성적 욕구가 어떻게 시작되고, 얼마나 강하고, 어떻게 만족하는가 등에 있어서 두 사람은 거의 항상 다르다.
널리 알려져 있는 남녀의 성적 차이 중 하나는 남자는 ‘시각’에 약하고, 여자는 ‘청각’에 약하다는 것이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는 농담도 이러한 남녀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래서 야한 남자모델이 등장하는 사진은 여자들에게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오히려 “사랑해”라는 속삭임이 훨씬 더 자극적이고, 자신을 향한 남자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훨씬 더 가슴을 뛰게 한다.
반대로 많은 남자들은 시각적인 자극을 통해 성적인 흥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서 알뜰한 아내가 남편이 입다 버린 낡은 면티를 잠옷으로 입는 것을 보면 눈이 안 가는 낡은 가구처럼 보인다. 물론, 식구들을 챙기느라 자신을 가꾸는 것을 잊은 아내가 고마울 때도 있지만, 내가 호강시켜 줄 능력이 없어서 저러나 싶어 남자로서 자존심 상할 때도 있다.
남편은 성관계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지만, 아내는 남편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다는 마음이 있어야 몸이 열린다. 남편은 직접적인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만, 아내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내에게 성관계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간접적 자극에서 직접적인 자극으로 서서히 진행되어야 한다. 남편이 성적으로 흥분되어 갑자기 달려들면 아내는 흥분이 되기보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이런 작은 차이가 부부의 성관계에 있어서 큰 갈등을 만들어낸다.
네버 엔딩 스토리
하나님께서 대체 왜 부부를 이렇게 다르게 만드셔서 이런 혼란을 야기하실까 원망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과 똑같은 존재와 몇 십 년을 함께 산다면 그것은 행복할까? 부부는 서로 너무 달라서 힘들지만, 동시에 달라서 재미도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남편들에게 “지식을 따라 너희 아내와 동거하고 저는 더 연약한 그릇이요 또 생명의 은혜를 유업으로 함께 받을 자로 알아 귀히 여기라”(벧전 3:7)고 말씀하셨다. 남편들뿐만 아니라 아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계속 알아가야 한다. 결혼할 때 나 혼자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다고, 변했다거나 속았다고 분해 하지 말자. 처음부터 착각했을 수도 있고,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가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존재임을 간과했을 수도 있다.
부부의 성(性) 또한 다르지 않다. 성관계도 상황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변해간다. 그래서 우리의 결혼은, 부부의 성은 몇 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흥미로운 여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