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교육 [삶이 있는 시] 넥타이-임문혁

[삶이 있는 시] 넥타이-임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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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사내 목을
물고 늘어진다

저 몸서리쳐지는
아름다움

목이 물린 줄도 모르고
사내는
웃고 있다

삐에르 가르뎅
입생롤랑
루이비통

뱀무늬를 훔친
도둑들

딱한 사내들

▶ 작가의 말
단정히 매고 있는 남자들의 넥타이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얼마나 목이 답답하고 불편할까요?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넥타이 매고 앉아 고객들에게 억지 웃음을 지으며 목줄을 쥔 윗사람에게 굽실거립니다.
넥타이가 목을 문 뱀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저 넥타이의 아름다움은몸서리쳐지는 아름다움입니다.
삐에르 가르뎅, 입생로랑, 루이비통 같은 그런 유명한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저런 아름다운 무늬를 고안했을까요?
어쩌면 뱀들에게서 그 무늬를 훔쳐왔을지도 모릅니다.
무늬 도둑들이나, 목줄을 뱀에게 물린 것도 모르고 미소 지으며 굽실거리는 사내들이나 모두 딱한 사람들입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