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사내 목을
물고 늘어진다
저 몸서리쳐지는
아름다움
목이 물린 줄도 모르고
사내는
웃고 있다
삐에르 가르뎅
입생롤랑
루이비통
뱀무늬를 훔친
도둑들
딱한 사내들
▶ 작가의 말
단정히 매고 있는 남자들의 넥타이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얼마나 목이 답답하고 불편할까요?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넥타이 매고 앉아 고객들에게 억지 웃음을 지으며 목줄을 쥔 윗사람에게 굽실거립니다.
넥타이가 목을 문 뱀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저 넥타이의 아름다움은몸서리쳐지는 아름다움입니다.
삐에르 가르뎅, 입생로랑, 루이비통 같은 그런 유명한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저런 아름다운 무늬를 고안했을까요?
어쩌면 뱀들에게서 그 무늬를 훔쳐왔을지도 모릅니다.
무늬 도둑들이나, 목줄을 뱀에게 물린 것도 모르고 미소 지으며 굽실거리는 사내들이나 모두 딱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