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G마트 앞에 있는 탐포포(TAMPOPO)는 일본식 라면과 히바치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특히 한국식 짬뽕맛이 아주 끝내주는 집이다. 그리고 음식맛도 좋지만,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마인드 면에서도 참 배울 점이 많은 곳이었다.
정성 가득, 보약 같은 국물
탐포포의 면요리는 크게 일본식 라면, 우동, 그리고 한국식 짬뽕 등이 있다. 셋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옆지기와 둘이 갔기 때문에 우선 튀김우동과 짬뽕을 시켜서 두 가지 국물맛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음식이 나오고 짬뽕 국물을 한 입 맛본 순간, 짬뽕 국물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지금까지 먹어본 짬뽕 중에 단연 최고였다. 너무 맵지 않으면서 감칠맛이 있어 자꾸 입맛을 당기는 매력적인 맛이었다.
무슨 육수를 쓰시는지 사장님께 여쭤보니 돼지뼈와 함께 몸에 좋은 8가지 재료를 3일간 푹 고아 진국을 우려내 사용한다고 하셨다. 어쩐지 깊은 맛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우동 국물 역시 9가지 재료로 만드는데, 워싱턴 DC에서 가장 큰 라면가게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직원이 와서 탐포포의 국물맛을 보고는 “이보다 더 좋은 국물은 못 봤다”며 엄지척을 해주었다고 한다.
보통 라면가게에서는 시판되는 소스를 물에 희석한 국물을 사용하는데 비해, 탐포포는 사모님이 매일 새벽부터 정성을 다해 직접 끓인 보약 같은 국물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현지인들도 이 국물맛을 알아보고 오는 단골이 많다고 한다.
이틀이 지나도 불지 않는 면발
면요리에서 국물 다음으로 중요한 게 쫄깃한 면발이다. 그래서 라면이나 우동은 불기 전에 먹어야 제맛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면요리를 To-go 해가는 손님들이 종종 보였다. 집에 가는 동안 면이 불지 않느냐고 사장님께 여쭤보니 탐포포의 면은 To-go를 해서 이틀이 지나도 불지 않는 특별한 노하우로 삶아내기 때문에 라면이나 우동, 짬뽕을 To-go하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직접 만든 소스와 반찬
매장 한쪽에 다양한 소스들이 준비돼 있었는데, 혹시 이런 소스도 직접 만드시는지 여쭤보니 역시나 8가지 재료를 하루 동안 팔팔 끓여 직접 만든다고 하셨다. 호기심에 가져와서 맛을 보니 신선하고 깔끔한 매운맛이 시판 소스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메인 요리와 함께 나오는 치킨무와 김치도 역시 직접 만들어 나오는 것이었는데, 특히 김치는 현지인 손님들을 위해 젓갈을 넣지 않고 깔끔한 맛을 살려 만든다고 하셨다.
양념치킨과 고구마 맛탕
탐포포 메뉴 중에 전혀 예상치 못한 메뉴가 있었는데, 바로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한국식 양념치킨과 고구마 맛탕이었다. 이런 메뉴가 있다니 안 먹어볼 수가 없지!
음식이 나오고 먼저 맛탕을 한 입 깨물어 보았다. 바사삭! 입 안에서 얇은 얼음조각이 부서지는 듯한 진짜 제대로된 맛탕이었다. 그리고 양념치킨과 시원한 치킨무의 조합은 저절로 한국 생각이 떠오르는 맛이었다.
여름을 위한 콩국수, 메밀소바
여름을 맞이해 계절메뉴로 콩국수와 메밀소바를 새롭게 선보였다. 주방 식구들이 그동안 다양한 레시피를 시도해보고 손님들의 시식을 거쳐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콩국수를 완성하셨다고 한다.
콩국수 맛이 몹시 궁금해서 다음에 가서 콩국수를 주문했다. 맛을 보니 역시 음식에서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콩국물은 너무 묽지도 텁텁하지도 않게 적당히 부드러웠고, 특별한 노하우로 삶은 달걀 반쪽과 방울 토마토, 오이채 등이 어우러진 색감도 보기 좋았다. 검은색 그릇에 담긴 하얀 콩국물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고, 얼음과 함께 나오기 때문에 기호에 따라 콩국수를 더욱 더 시원하게 즐길 수 있었다.
최고의 직원들
사모님 인상이 마치 종갓집의 맏며느리처럼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따뜻함, 그리고 겸손함이 느껴졌다. 탐포포의 자랑을 한 가지만 말씀해 달라고 하니, 야채들을 반드시 두세 번씩 씻고, 상한 부분을 골라내서 깨끗하게 조리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른 식당들보다 일손이 많이 필요해 주방에만 4명이 있는데, 4명 모두 원래 성격이 깔끔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도 주방 식구들이 함께 열의를 가지고 뛰어난 감각을 발휘해 만들기 때문에 이런 직원들과 일하는 것이 늘 감사하다고 하셨다.
비지니스 마인드
최고의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계속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시는 사장님의 모습 또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가장 질 좋은 면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생산공장과 직거래를 시작했고, 다양한 고객층을 겨냥한 신메뉴를 계속 개발하고 있었다. 조만간 젊은 층을 위한 아주 새로운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자못 기대가 된다.
서비스 면에서도 치킨을 시키면 물수건을 함께 갖다주고, 후식으로 다양한 음료와 아이스크림까지 준비되어 있는 점도 좋았다. 화장실 역시 분위기 있고 청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점은 패스트푸드점 칙필레(Chick-fil-A)처럼 일요일에는 모든 직원이 마음 편히 주일을 지킬 수 있도록 과감하게 문을 닫는다는 것이었다. 사장님은 그린스보로 은혜교회의 시무장로로서 정직하게 비즈니스를 하고 계시고, 직원들도 모두 믿음생활을 하고 있어서 처음부터 일요일 휴무를 시행하셨다고 한다. 이렇게 맛있는 집이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니 고객 입장에서는 좀 아쉽지만, 대신 탐포포에 자주 갈 수 있도록 랄리나 샬롯 등에 분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Tampopo Ramen & Hibachi
4929 W Market St suite 2107, Greensboro, NC 27407
T. (336) 897-3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