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뉴스 국제 [지피지기 트럼프] 18. FBI의 힐러리 이메일 서버 재수사

[지피지기 트럼프] 18. FBI의 힐러리 이메일 서버 재수사

0
[지피지기 트럼프] 18. FBI의 힐러리 이메일 서버 재수사

[편집자주] 트럼프 대통령을 ‘evil (악마)’ 또는 ‘idiot (멍청이)’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면 한미간의 외교와 무역 문제는 물론, 북한 핵문제와 남북평화, 중국과의 무역 문제 등에 있어 국익에 큰 해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에 쓴 『트럼프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전문을 연재한다.

힐러리에게 날아든 치명타
대선 기간 중 힐러리에게 가장 치명타가 된 사건이 일어났다. 2016년 10월 28일 금요일,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서 FBI가 힐러리의 사설 이메일 서버 재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트럼프에게 쏠려 있던 모든 관심이 일시에 힐러리 쪽으로 집중되었다. 언론들은 처음에는 FBI의 재수사에 대한 사실 관계만 보도하다가 곧 FBI가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쿠데타를 도모하고 있다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힐러리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자 오바마까지 나서서 FBI 국장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결국 법무부가 나서서 선거일 전까지 수사 결과를 밝히겠다고 발표하였다.
결국 FBI는 민주당의 압박 속에 선거 이틀 전인 2016년 11월 6일 일요일, 힐러리를 기소할 만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며 재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공화당과 트럼프 측에서 즉각 반발했다. FBI가 65만개의 이메일을 어떻게 단 8일 만에 모두 검토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힐러리의 이메일 재수사는 무혐의로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힐러리가 대선에서 패배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그리고 FBI가 재수사에 착수하게 된 과정도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그 전말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힐러리의 최측근 후마 애버딘
힐러리의 측근 중의 최측근은 인도계 미국인인 후마 애버딘(Huma Abedin)이다. 애버딘은 인도인 아버지와 파키스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출생했지만 두 살 때 부모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하였고, 대학 입학을 위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사우디에서 살았다. 애버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둘 다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애버딘과 힐러리의 인연은 애버딘이 조지워싱턴 대학을 다니며 백악관 인턴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었고, 애버딘은 퍼스트 레이디인 힐러리의 인턴으로 배속되었다.
애버딘은 힐러리의 신임을 얻어 대학 졸업 후 계속 힐러리의 보좌를 맡게 되었고, 2016년 힐러리의 대선 캠프에서 선대위원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애버딘은 2010년에 민주당 하원의원인 안토니 와이너(Anthony Weiner)와 결혼하였는데, 애버딘에게 와이너를 소개한 사람이 힐러리였고 주례는 빌 클린턴이었다. 그런데 애버딘의 남편 와이너 전 의원이 미성년자와 섹스팅을 한 혐의로 기소되어 그와 애버딘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노트북이 FBI 손에 넘어가면서 재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었다.

FBI의 재수사 착수
사실 힐러리의 사설 이메일 서버 사건은 2016년 7월 5일에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그런데 힐러리의 최측근인 애버딘의 남편 안토니 와이너가 대선이 한창이던 2016년 8월 28일 10대 미성년자와 섹스팅을 했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가 애버딘의 남편이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삽시간에 퍼졌고, 애버딘은 사건 수습을 위해 서둘러 와이너와 별거를 선언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하던 FBI가 와이너의 노트북을 압수해 조사하던 중 예상치 않게 힐러리의 국무성 재직 당시의 이메일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는 1급비밀에 해당하는 이메일과 지난 7월 5일 수사 종료시에 포함되지 않은 이메일도 있어서 FBI가 재수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선거 직전 민심의 이동
선거를 열흘 앞둔 시점에 FBI의 재수사가 발표되자 여론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사건 이후 여성표와 부동표가 힐러리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었는데 선거 직전 힐러리가 다시 수사를 받으면서 만약 힐러리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더라도 유죄가 확정될 경우 취임을 못할 수 있고, 취임을 하더라도 탄핵을 당하거나, 탄핵이 되지 않더라도 임기 내내 이 사건으로 발목이 잡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힐러리에게 불안감을 느낀 부동층이 다시 트럼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FBI가 선거 이틀 전에 수사 종료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그 전에 이미 많은 주에서는 조기 투표가 시작된 상황이었고, 남은 이틀 동안 힐러리가 입은 타격을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재수사 사건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힐러리를 대신해 오마바와 미셸까지 발벗고 나서 유세를 도왔지만 대세를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필귀정
여기서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힐러리의 사설 이메일 서버의 존재를 맨 처음 보도한 언론이 힐러리를 적극 지지하는 <뉴욕타임즈>였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 <뉴욕타임즈>는 그 보도가 이런 결과를 불러오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힐러리는 클린턴재단 후원금 관련 이메일을 감추려고 개인 서버를 설치했고, <뉴욕타임즈>는 이 사실을 보도했고, 힐러리는 애버딘에게 와이너를 소개했고, 와이너는 섹스팅으로 수사를 받았고, 그것이 힐러리의 재수사로 이어져 결국 힐러리가 대선에서 패배했으니 결국 인생만사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