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얼마나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기술들로 인해 11년 후인 2030년의 일상생활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상상해 보았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2030년을 기준으로 현재형이나 과거형으로 서술하였다.
2030년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 기술로 집약된다. 하나는 인공지능 기술로, 인간보다 나은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고 편리한 삶의 일부가 된다. 또 하나는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폐가 기존의 중앙집중화된 금융시스템의 대안으로 자리잡게 된다.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이 계약과 같은 상호적인 활동을 조작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록으로 남기는데 활용되면서 정부의 수많은 기록인증 기관들이 점점 불필요해진다. 페이스북, 우버, Airbnb 등과 같은 중앙집중적 서비스들도 블록체인 기술로 분산된 대체 서비스들로 인해 도전을 받게 된다.
자동차 & 에어택시
▶ 새로 만들어지는 상업용 자동차의 50% 이상이 자율운행 기능을 갖고 있다. 자가용 차량 소유가 줄어들고 사람들은 GM 등이 운영하는 자율운행 자동차 on-demand 이동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폰으로 (지금의 우버와 비슷한) 이동 서비스를 예약하면 자율운행 자동차가 예약 시간에 알아서 온다. 보험은 이미 자동차에 들어 있다. 서비스가 끝나면 사용료가 암호화폐로 지불되고 자동차는 알아서 다른 고객에게 간다.
▶ 새로 생산되는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전기 자동차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쇠퇴에 따라 주유소, 주차장, 자동차 딜러, 자동차 정비소 등이 줄어들었다.
▶ 자가용 차량 소유의 감소로 운전면허증 소지자가 감소했다. 또한 개인용 자동차 보험업이 쇠퇴하고, 상업용 자동차 보험은 큰 변화를 겪었다.
▶ 차량간의 통신으로 자동차용 신호등이 필요 없게 되어 사라지고 보행자용 신호등만 남은 도시가 많아졌다.
▶ 자율운항 드론을 이용한 에어 택시가 시험 서비스를 마치고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 착용기기 및 컴퓨터
▶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함께 건강관리용 바이오 센서를 3개~6개씩 휴대하고 다닌다. 이들의 배터리 수명은 충분히 길고, 무선 네트워크는 영화 1편을 수초만에 다운받을 수 있는 5G, 6G망이다. 최신형 스마트폰은 카메라와 마이크, 그리고 조그만 이어폰이 달린 안경과 비슷한 모습이다.
▶ 스마트폰의 개인비서 기능은 미용실, 여행 등을 자동으로 예약해 주고 동시통역도 해준다. 음성인식이 한 단계 더 발전하여 목소리톤으로 사용자의 의도와 기분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공지능 법률 서비스, 의료진단 서비스와 같은 전문분야의 도우미 기능도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다.
▶ 30% 이상의 의류에는 전자태그(RFID)라는 작은 방수칩이 내장되어 있어 해당 옷의 원사, 제조회사, 세탁 정보 등의 테이터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할 수 있다. 또 세탁기에 돌릴 때 세탁기가 이 전자태그 정보를 읽어 최적의 세탁을 해준다.
스마트 홈
▶ 구글홈 같은 홈 도우미 서비스가 보편화되어 실내 온도 조절을 자동/원격으로 할 수 있고, 밥솥, 오븐 등 가정용 전자기기를 홈 도우미를 통해 원격 조작할 수 있다.
▶ 스마트 변기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변기에 장착된 바이오 센서가 소변과 대변을 분석해 질병, 부족한 영양소 등의 개인 건강 정보를 홈 도우미에게 보내면 이 데이터는 안전하게 블록체인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인공지능에 의해 분석된다. 추가 조치가 필요하면 스마트폰의 건강진단 도우미를 통해 알려준다. 필요에 따라 이 건강 정보는 의사들에게 보내진다.
▶ 식물에서 나오는 단백질로 만든 햄버거 등 친환경적인 유사 육류 식단이 보편화된다.
소매, 도매, 사무실 관련
▶ 큰 소매점에서는 자동 계산 시스템이 사용되고, 유인 계산대는 소규모 소매점에서만 볼 수 있다.
▶ 온라인 소매업은 전체 매출의 11% 이상을 차지한다. 드론 배달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며 대개 주문 후 1시간 내에 도착한다.
▶ 물류창고와 물류기지는 완전 자동화되었다. 대형 매장과 사무실 청소의 절반은 청소 로봇이 담당하고, 약국에 있는 약사들의 절반이 로봇 약사들이다.
블록체인에 저장되는 기록들
블록체인은 조작이 불가능에 가깝고 보안이 강력하기 때문에 여러 공공 데이터와 기업 및 개인간의 계약, 거래장부 기록 등에 쓰인다.
▶ 정부가 관리하는 많은 공공 데이터가 블록체인으로 대체되었다. (출생신고, 혼인신고, 이민국 관련 기록, 부동산 등기, 회사 등록 등)
▶ 자동차에 관한 모든 기록이 블록체인에 저장되어 중고차 매매가 투명해졌다.
▶ 도소매업자의 판매기록과 법인의 회계기록이 블록체인에 저장되어 판매세, 법인세 등이 자동으로 계산되고 암호화폐로 지불된다.
▶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은 블록체인으로 저장되어 정보집중과 정보유출을 막는다.
▶ 여러 기업들의 사용자 정보도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세계 GDP(-Gross Domestic Product)의 20% 이상이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사물 인터넷
인터넷 데이터의 대부분이 사람이 아닌 사물에서 나온다. 가전기기, 휴대기기, 로봇, 자동차, 드론, 센서 등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원격 감시와 조작이 가능하다. 5천억 개 이상의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된다.
교육
▶ 중·고·대학생 및 성인 대상 교육은 온라인이 주를 이룬다. 강의 및 시험 채점이 온라인에서 인공지능에 의해 실시하고, 본인 인증은 안면 인식 기술과 블록체인을 이용해 이루어진다.
▶ 온라인 교육은 학생의 표정과 말투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학생과의 교감과 몰입도가 높아졌다.
법률
▶ 법률사무소 업무의 절반 이상이 인공지능에 의해 수행된다.
▶ 계약서와 같은 법률문서가 블록체인에 저장되므로 이와 관련된 변호사의 업무가 불필요해진다.
▶ 인공지능 판결 도우미 시스템을 사용하는 판사들이 늘어난다.
의료
▶ 의료 기록이 블록체인에 저장되어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통제하고 필요에 따라 병원 및 여러 의료 기관에 열람을 허락한다.
▶ 자동 수술 로봇이 보편화된다.
▶ 스템셀로부터 성장시킨 간, 심장, 췌장 등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때로는 장기를 3D 프린터로 제작하기도 한다.
▶ 환자의 유전자에 맞는 맞춤형 의약품 제조가 일반화된다.
▶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의료 보조기구가 많이 개발된다.
▶ 간병 보조 인공지능 로봇이 병원, 양로원, 가정에서 널리 쓰인다.
화폐, 금융, 회계
▶ 국제 송금 수수료가 사라졌다. 하지만 암호화폐와 일반화폐 환전 수수료는 아직 남아 있다.
▶ 암호화폐가 미국, 한국 등의 국가에서 통화의 절반을 차지한다.
▶ 블록체인 기술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회계업종의 성장이 멈추고 쇠퇴기로 돌아선다.
기업과 공유 경제
▶ 법인 회계감사의 절반 이상이 인공지능에 의해 수행된다.
▶ 기업 이사회의 일부는 인공지능이 차지한다.
▶ 세계의 생산(2차 산업) 인력이 대폭 축소되며, 많은 생산 공장이 싼 노동력이 아니라 원자재, 부품 등의 공급이 용이하고 최종 소비지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되었다.
▶ P2P 공유경제가 활성화되어 낯선 사람들과 자동차, 거주 공간 등 여러 가지 재화를 빌려 쓰게 된다.
기타
▶ 창작 분야의 1/3을 인공지능이 담당한다.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의 일자리 1/3이 소멸되고 그보다 적은 수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따라서 사회 불안정성이 커지고 블록 체인 기반의 부의 재분배와 기본소득(UBI) 논의가 더욱 활발해진다.
▶ 가상현실 체험용 헤드셋과 휴대폰 화면, 그리고 대부분의 개인용 모니터를 Light Field 기술을 사용한 특별 안경이 대체한다.
새롭게 성장하는 분야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금융 시스템과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를 점차 대체해 나가며, 암호 준화폐(token)는 위키피디아의 저자들과 같이 기존 화폐로 보상하기 어려운 비화폐 경제에서 통용된다.
▶ 블록체인 기반의 인터넷과 웹, 그리고 그 외의 공유 경제 시스템
▶ 로봇 산업, 소프트웨어,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 시각, 청각 등 인공지능 장애 보조 장치들
▶ 무인 택배업: 식당 음식부터 사람까지 운송
쇠락하는 분야
▶ 트럭 운전사, 주유소, 자동차 정비소
▶ 전자, 전기, 섬유, 기계 등의 생산라인, warehouse 노동자, 배달 노동자(우편, 피자, USPS, Fedex, UPS 등)
▶ 은행원, 회계사, 콜센터 요원, 텔레 마케터, 여행사 요원, 스포츠 심판
고도화되는 사이버 전쟁
소프트웨어가 발달하면서 음지에서는 컴퓨터 바이러스 같은 악성 소프트웨어도 고도화되어 백신 소프트웨어 같은 방어용 소프트웨어가 악성 소프트웨어를 무력화시키는 사이버 전쟁이 일상화되었다.
공격자들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시스템을 공격하거나 가치 있는 정보를 빼내려 하고, 이에 대한 방어도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된다.
이상이 현재까지 전문가들이 예측한 2030년 미래의 모습이다. 그러나 인간의 창의성 덕분에 현재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기술과 흐름이 2030년이 다가오는 동안 또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그런 새로운 기술과 흐름을 만들어내는 일이야말로 중량급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 다음 호에서는 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인 경제 구조,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 정치적 구조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