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트럼프 대통령을‘evil (악마)’ 또는 ‘idiot (멍청이)’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면 한미간의 외교와 무역 문제는 물론, 북한 핵문제와 남북평화, 중국과의 무역 문제 등에 있어 국익에 큰 해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에 쓴 『트럼프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전문을 연재한다.
텍사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테드 크루즈는 1970년생으로 쿠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특히 그가 캐나다에서 출생했기 때문에 경선 기간 동안 트럼프로부터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만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에 위배된다는 공격을 받았다.
크루즈는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고, 텍사스주의 초선 상원의원으로서 과감하게 대선에 도전한 인물이었다.
공화당 경선의 마지막 경쟁자는 트럼프와 크루즈로 좁혀졌다. 오하이오 주지사인 존 케이식(John Kasich)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지만 그가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제로’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트럼프와 크루즈의 마지막 싸움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오하이오 주지사, 존 케이식
잠시 오하이오 주지사 존 케이식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면, 그가 공화당 경선에 끝까지 남아 있었던 목적은 자신의 당선이 아니라 트럼프를 낙선시키려는 것이었다.
트럼프에 대한 케이식의 적대감은 굉장히 컸는데,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있었다. 오하이오 주지사인 케이식이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불참한 일이었다. 이유는 자신이 싫어하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공화당 출신 주지사가 자신의 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주지사나 시장은 자신의 관할 지역에서 다른 정당의 전당대회가 열릴 때도 예의상 방문하여 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런데 케이식은 4일간의 공화당 전당대회에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공화당에서는 물론 그의 이런 태도에 대해 많은 비난을 퍼부었지만 그는 끝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테드 크루즈의 전략
테드 크루즈의 초기 경선 전략은 트럼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당시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크루즈의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만약 트럼프가 중도에서 포기하면 자신이 트럼프의 지지자들을 흡수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따라서 트럼프와 마지막 대결을 펼치기 전까지 크루즈는 트럼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또한 테드 크루즈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두 후보는 사이가 좋아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지막 대결이 펼쳐지자 예외 없이 살벌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트럼프의 선제 공격
먼저 트럼프는 테드 크루즈에게 ‘거짓말쟁이 테드(lying Ted)’라는 별명을 붙이고 그를 항상 ‘라잉 테드’라고 불렀다. 그리고 테드 크루즈의 출생 문제, 두 후보 부인들의 외모를 비교한 사진 등의 사건을 거치며 둘은 결국 앙숙이 되고 말았다. 테드 크루즈의 지지층은 공화당 내의 가장 핵심 세력인 기독교 등의 종교인들이었다. 특히 크루즈의 아버지가 목사였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더더욱 그를 좋아했다.
이런 그에게 트럼프가 ‘거짓말쟁이 테드’라는 별명을 붙인 것은 그의 출생 문제와 관련해 그를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어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것이었다. 또한 크루즈를 자극해 감정적인 역공을 유도하려는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상당히 주효했다. 이로 인해 모욕감을 느낀 크루즈가 몹시 분개하며 트럼프에 대해 공개적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던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
2016년 5월 3일, 트럼프는 인디아나주 경선에서 53.3%를 득표하며 36.7%의 테드 크루즈와 7.5%의 존케이식을 누르고 압승을 거두었다. 결국 크루즈와 케이식은 선거운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트럼프의 승리로 공화당 경선은 막을 내리게 되었고, 트럼프는 약 1,400만 표를 획득하여 공화당 경선 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하며 당당히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지 약 1년 만에 얻은 승리였다.
이제 그의 앞에는 최초의 여성 미국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치 9단 힐러리가 가진 노련함과 집념, 조직력, 자금 동원 능력, 민주당 주류 언론들의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지지와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의 전폭적인 유세 지원까지, 대통령이 되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완비한 힐러리와의 싸움은 트럼프에게 가장 힘겨운 싸움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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