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은 전문지식을 배움과 동시에 영어 실력도 쌓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유학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유학을 가면 저절로 영어를 잘하게 될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실제로 성인이 되어 유학길에 오르는 경우 전문지식과 영어 실력, 둘 중 하나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주변에 조기 유학을 온 아이들을 부러워하게 됩니다. 그들이 영어를 배우는 속도가 자신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아이들이 왜 성인보다 언어 습득이 빠른지,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학술 영어를 배우는 성인
일부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성인이 영어를 배우기가 더 쉽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 말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유학생은 학업을 위해 원서를 보며 많은 전문용어와 긴 문장 구조를 익혀야 합니다. 이때 성인들의 지식과 경험, 사고능력이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성인이 아이들보다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이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친구들과 파티에 가게 됩니다. 파티에 온 원어민 친구들은 외국인 친구에 대한 배려를 잊고 즐기게 됩니다. 그러면 유학생에게 결정의 순간이 옵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다가갈지, 아니면 혼자서 침묵의 동굴로 후퇴할지 말입니다.
성인들의 지식과 경험이 학술 영어를 배울 수 있게 도왔지만, 동시에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배운 ‘수치심’이 큰 장벽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이 장벽을 넘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지만, 적지 않은 성인들이 그 장벽을 넘지 못하고 침묵과 회피로 물러나곤 합니다. 영어 회화책의 영어문장은 전공 서적의 영어문장보다 훨씬 쉬워 보이지만, 그것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수치심이라는 허들이 높기만 합니다.
회피와 도전 사이
부모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성인처럼 행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성인 학습자들에게 정반대의 주문을 합니다. “아이들처럼 도전하라”고요.
조기 유학을 하는 아이들도 문화충격과 힘든 사회 적응 기간을 거칩니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잘못 알아듣고 실수를 하며 당황스럽고 창피한 상황에 놓입니다. 그때 아이들도 회피와 도전 사이에서 성인들과 똑같은 고민을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성인들보다 훨씬 더 큰 비율로 ‘도전’을 선택합니다. 수치심을 느끼기는 성인들과 마찬가지지만 그것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합니다. 영어를 잘하면 더 나은 삶이 있다는 인생의 큰 비전이 아니라, 단지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 사이에서 창피를 덜 받기 위한 목적이지만 훨씬 민첩하고 강하고 전략적입니다.
아이들의 전략 vs 성인들의 전략
영어 학습에서 지금보다 더 높은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아이들처럼 작은 목표를 가졌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데 있어 민첩하고 강해지거나, 아니면 자신의 수치심을 이겨낼 만큼 큰 비전과 목표를 갖는 것입니다. 자신의 성향을 살펴보고 아이들의 전략, 또는 성인들의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고 도전하는 것이 결국 영어 실력이라는 열매가 됩니다.
실천 과제
성인 학습자에게 ‘도전’은 원어민과 대화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계획한 학습 일정을 해내고, 하루 일과 후 피곤한 몸으로 책상에 앉는 것도 도전입니다. 이런 도전을 극복하는 길은 회피가 아니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것입니다.
이번 호의 실천 과제는 도전적인 글쓰기입니다. 글쓰기가 말하기 학습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매일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면 글쓰기는 훌륭한 말하기 보충학습이 될 수 있습니다.
식사 후 쉬는 동안, 잠자기 전, 친구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볼 때 등, 떠오르는 느낌과 소소한 일상을 한 두 문장씩 적어 보세요. 도전적으로 여겨지는 글쓰기가 서서히 일상의 습관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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