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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 칼럼] 7 회계 및 금융 분야의 자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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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 칼럼] 7 회계 및 금융 분야의 자동화
유문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변호사 로봇?
지난 호에서 유통 및 판매 과정에서의 자동화에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말미에서 다음 호에서는 전문직의 자동화에 대해 다루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혹시 지난 호에 소개된 Pepper 로봇을 보고 법정에서 활약하는 변호사 로봇을 상상한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변호사 지망생들은 로봇 변호사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걱정은 아직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자율주행 자동차, 생산 공장의 자동화, 유통 및 판매 과정의 자동화는 사물을 다루거나 또는 사물과 직접 연관되어 있어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변호사의 업무 영역에는 인간 사회의 실타래가 복잡하게 엉켜 있다. 예를 들면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 중에는 변호사비가 얼마가 들더라도 상대방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경우가 종종 있고, 또한 ‘국민들의 법 감정’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법에는 논리의 영역과 감정의 영역이 혼재해 있다. 따라서 변호사 업무는 앞으로도 꽤 오랜 동안 컴퓨터와 인간이 공동으로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호에서 다루게 될 회계와 금융 분야는 전문직 중에서도 숫자를 다루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컴퓨터가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고,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과 접속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나 공장의 자동화처럼 인간이 하던 일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부분적으로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며 점진적인 자동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회계(Accounting)
미국의 세법은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대폭 단순화시키겠다는 명목으로 작년 말에 세제개편을 단행했지만 연방 세법은 여전히 7만 4천 페이지에 달한다. 이 많은 분량의 법 조항을 회계사가 소화해서 정확하게 적용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회계사들은 대개 특정한 분야를 선택해 전문화된 회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배경 때문에 회계사 직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쉬운 직업군 중 상위에 꼽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회계사가 인공지능의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 도구들 덕분에 회계 감사(audit)와 자문(consulting) 역할에 더 충실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회계사의 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세금보고 소프트웨어(Tax reporting and Technology)
일반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회계 관련 소프트웨어는 Intuit의 TurboTax이다. 35년 전에 설립되어 억만장자를 배출한 이 회계 소프트웨어 회사는 매년 바뀌는 복잡한 세법을 프로그램에 내장시켜 사용자가 스스로 세금보고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경쟁 회사들이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그 중 H&R Block은 IBM의 인공지능 Watson과 손잡고 작년에 세금보고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그러자 Intuit도 이에 뒤질세라 TurboTax에 인공지능을 추가해 사용자가 더 쉽게 더 많은 tax return을 받도록 돕고 있다.

H&R Block의 인공지능 세금보고 소프트웨어 © Brandchannel

 

금융(Financing)

1. 주식 거래(Stock trading)
월스트리트에서는 컴퓨터가 이미 거래의 50%~60%, 많게는 90%까지 수행하고 있다. 인간의 역할은 거래를 감시하고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것이다. 초단타 거래는 어차피 인간이 수행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고, 그 외에도 컴퓨터를 이용한 거래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컴퓨터는 인간처럼 순간적인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거래 후에 후회와 같은 감정과 씨름할 필요도 없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주식을 고르고 있다 ©TheStreetTV

이 주식 거래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폭넓은 정보를 처리해 가장 수익률이 좋은 거래를 결정하고 실행한다. 예를 들어 신문 기사같은 정보는 인터넷 등 여러 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만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컴퓨터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를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처리해서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초단타 거래(high-frequency traders)
초단타 거래는 1/100 초, 심지어 1/1000초 내에 이루어지는 거래로, 짧은 시간 내에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므로 인간이 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2010년에 Spread Networks라는 회사가 금융 고객사에게 기존의 통신망보다 왕복 1/2000초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3억 달러를 들여 뉴욕과 시카고 사이에 전용 광통신망을 설치했다. 1/2000초 더 빠른 거래를 위한 경쟁이라면 이는 처음부터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신용카드 부정사용 적발(fraud detection)
신용카드 도난 및 분실 등으로 인한 부정사용은 은행업계의 골칫거리다. 매년 은행업계 보험의 10%가량이 부정사용과 관련되어 지불된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는 온라인 쇼핑 등으로 신용카드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높아지고 신용카드 부정사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모든 신용카드 거래 내역을 사람이 일일이 검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다. 그래서 은행업계는 소프트웨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컴퓨터가 신용카드 부정사용 기록을 분석해서 패턴을 찾아낸 다음 소프트웨어에 적용해서 소프트웨어가 새로 일어나는 부정사용을 적발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인간보다는 빠르고 오류가 적지만 한 가지 큰 문제점을 갖고 있다. 리서치 회사 Javelin Strategy에 따르면, 신용카드 부정사용 오판으로 소매업계는 매년 1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다고 한다. 찾아낸 부정사용 패턴이 정당한 사용의 경우에도 종종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지역으로 여행을 가거나 큰 금액을 결제하려고 할 때 신용카드 결제가 거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 오류 많은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학습할 줄 아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을 도입해 똑똑하게 만들고 있다. MasterCard의 Decision Intelligence가 그 예이다.

은행창구의 자동화
은행창구 업무는 이미 상당 부분이 현금 입출금 기계(ATM)와 온라인 뱅킹, 모바일 뱅킹으로 처리되고 있다. 수표 입금도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사용자가 직접 처리할 수 있다. 아직 이런 자동화 장치들을 불편하게 여기는 기존 세대가 경제 활동의 주역에서 물러나고 나면 은행업무의 자동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은행 사무실 업무
은행 사무실에는 아직도 여러 가지 금융 데이터를 처리하는 직원들이 많이 있다. 또한 아직도 많은 업무를 종이를 사용해 처리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고 오류도 생긴다. 혁신기술 도입에 느린 은행 업계지만, 업무처리 속도를 높이고 오류를 줄이기 위해 인간 대신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컴퓨터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미국, 유럽 등 여러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다.

대출 및 신용평가(Credit Score)
은행들은 악성 대출을 피하기 위해서 신용평가(credit score)에 의존해 왔다. 이 신용평가 시스템은 아무리 신용이 좋은 사람이라도 빚을 진 적이 없으면 좋은 점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허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신용이 실제로 나쁜 사람들을 가려낼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계속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이제 이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특히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 실용화됨에 따라 60년이 넘은 기존의 신용평가 시스템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를 통해 더 정확한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보험 – 인슈어테크(Insurance + Technology)
대다수의 독자들은 보험 요율이 여러 가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참고해서 정해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 요율은 차량 가격, 보험 지급액 한계 외에도 운전 및 사고 이력, 나이 등등이 고려된다.

그런데 동시에 여러 가지 불합리성도 있다. 의료보험의 경우, 금연 여부는 고려되지만 건강 유지의 주요 요소인 일상적인 운동량이나 식생활은 정확한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고려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휴대폰과 여러 가지 “입는 기기(wearable device)”의 확산과 사물 인터넷(IoT), 그리고 인공지능의 발달에 힘입어 개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회사 Progressive는 최근에 Snapshot이라는 자그마한 장치를 개발했다. 보험 가입자가 이 장치를 자동차에 꼽기만 하면 일일 운전량(miles), 운전 시간대, 운전 습관(급가속, 급정지 등) 등의 정보가 보험회사에 전송된다. 보험회사는 이 정보를 토대로 사고 위험을 계산해서 위험이 낮은 가입자의 요율을 낮춰준다.

보험사 Progressive의 가입자 운전 정보 획득 장치 Snapshot © Quora

이번 호에서는 전문직 중에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이 처리하는 업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회계, 금융, 보험 분야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또 하나의 인기 전문직종인 의사 및 의료분야에서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는 업무에 대해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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