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공식 전기
지난 9월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첫 번째 공식적인 전기인 <일론 머스크>가 출판되었다.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은 타임지 편집장과 CNN 회장겸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1년에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출판하기도 했던 세계적 명성을 가진 언론인이다.
우리 한인들 중에 많은 분들이 크고 작은 규모로 투자를 하고 있을 것이고, 그 후보들 중에는 아마도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솔라시티, 보링 컴퍼니 등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도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테슬라에 투자하는 것은 곧 일론 머스크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는 일반적인 창업자나 CEO들과는 매우 다른 성향과 행보를 보이며 회사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로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고, 이 전기는 그러한 필요에 매우 부합하는 책이다.
아이작슨이 쓴 머스크의 전기가 기존의 다른 전기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아이작슨이 무려 2년 동안 머스크를 따라다니며 회사 운영과 위기 대응 방식, 그의 가족사와 사생활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고 주변인들과 인터뷰한 내용들을 근거로 상당히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머스크라는 인물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작슨은 이렇게 말한다.
“일론 머스크는 2년 동안 내가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걸 허락해주었고, 회의에 초대해 주었으며, 수많은 인터뷰와 심야 대화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이메일과 문자도 기꺼이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동료, 가족, 적대자들, 전 부인들에게 나와 대화를 나누도록 권해주었다. 그는 이 책이 출판되기 전에 원고를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고, 책에 대해 어떠한 통제권도 행사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의 사명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머스크가 왜 화성에 인간을 보내려고 하는지, 그가 왜 테슬라와 스페이스X 외에도 뉴럴링크, 솔라시티, 보링 컴퍼니, 심지어 트위터까지 운영하는가이다.
이 책에서는 그가 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일에 몰두하는지 그의 성격적인 특성과 인류를 위한 사명감에 대해 어느 정도 깊이 있게 설명해준다. 그는 인류가 지구에서만 살 경우 전쟁이나 소행성 충돌,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에 의해 인류 전체가 멸종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우주에서 인간의 의식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지구에서 벗어나 다행성 종(種) 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페이팔 멤버들의 모임에서 머스크가 너덜너덜한 러시아제 로켓 엔진 매뉴얼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예전 동료인 마크 울웨이가 앞으로 무엇을 할 계획이냐고 물었다. 이에 머스크는 이렇게 답했다.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할 계획이에요. 인류를 다행성 문명으로 만드는 게 내 평생의 사명이지요.”
울웨이는 이렇게 화답했다.
“이봐요, 당신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에요.”
또 다른 멤버인 리드 호프먼도 화성에 로켓을 보내겠다는 머스크의 계획을 듣고 의아해 하며 물었다.
“그런 게 사업이 되나요?”
나중에 호프먼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간과했던 것은 일론은 사명감으로 일을 시작해서 나중에는 그것을 재정적으로 성공시키는 방법까지 찾아낸다는 점이었어요. 바로 그런 면이 그를 경외감이 들 정도의 강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지요.”
인류가 화성에 가야 하는 이유
당시 당황스러워하던 친구들에게, 그리고 이후 꾸준히 이어진 다양한 대화 자리에서 그는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해야 할 이유 세 가지를 설명했다.
첫째, 그는 인류의 기술 발전이 필연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놀랍고 두려웠다. 아예 멈출 수도 있고, 심지어 후퇴할 수도 있었다. 미국은 달에 갔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엔가 우주왕복선 임무가 중단되면서 그 분야의 기술 발전도 멈춰버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기술이 자동적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입니다. 기술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 경우에만 발전할 수 있습니다.”
둘째, 그는 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하는 것이 인류 문명과 의식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언젠가는 소행성 충돌이나 기후변화, 핵전쟁 등으로 인해 지구가 파괴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는 ‘페르미의 역설’에 동의했다. 페르미의 역설이란 수학적으로는 우주에 다른 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구의 인간만이 의식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종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여기 지구에서 언제 꺼질지 모르는 섬세한 의식의 촛불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이 의식의 유일한 사례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다른 행성으로 갈 수만 있다면 소행성에 충돌하거나 그밖에 다른 재난으로 문명이 파괴될 수 있는 하나의 행성에 갇혀 있을 때보다 인간 의식의 수명이 훨씬 더 길어지지 않겠습니까!”
마지막 이유는 그가 십대 시절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결심한 개척자 정신이었다.
“미국은 말 그대로 인간의 탐험정신이 응축된 곳입니다. 이곳은 모험가들의 땅입니다. 화성에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며, 미국의 개척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나게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세상에 고무적인 일이 일어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아침에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사업을 하는 목적은 뚜렸했다. 우주에서 인류의 의식을 보존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지구의 기후문제를 해결하고자 테슬라에서 전기차를 만들었고, 인류를 화성으로 보낼 수 있도록 스페이스X에서 로켓을 만들었으며,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기간시설이 파괴되어도 생존할 수 있도록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와 각 가정에 태양열 지붕을 설치하는 솔라시티를 만들었다. 또한 인간이 도로 운전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도록 테슬라와 트위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자율주행용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지하에 훨씬 빠른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보링 컴퍼니를 가동시켰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의 전기를 통해 미래 세상을 조금 더 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경화 편집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