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어머니가 한국의 어머니들과 다름 없는 한 어머니로 느껴지지만, 제일 처음 시댁에 갔을 때는 사실 많이 어색했답니다. 저희가 장거리 커플이었던 탓에 결혼식 직전에 시어머니를 처음 뵈었고, 시댁에 방문했을 때가 두 번째 뵙는 거라 가족이긴 하지만 저에게는 여전히 ‘미국인 중 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인의 정서상 ‘시댁’이라는 곳은 며느리에게 편할 수만은 없는 곳이었기에 여느 한국 며느리들처럼 저도 시어머님의 동선을 살피며, 제가 도와야 할 일은 없는지, 시어머니가 주방에서 뭔가 하고 계시면 저는 안절부절 못하며 남편에게, “나 어떻게 해야 해?” 하고 입 모양으로 지원 요청을 했었답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시댁에서 어리버리했던 제 모습과, 또 한국과는 너무 다른 문화 차이에 충격을 받았던 미국 시월드 체험기를 2번에 나누어 들려 드리겠습니다.
손님이 왔는데…
저와 남편이 시댁을 가기 위해 샌디에고에서 새벽 6시에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댁에 도착했을 때는 밤 9시였습니다. 같은 미국 땅인데도 총 3대의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니 무슨 해외여행보다 더 고단하더라고요. 시어머님이 공항까지 마중을 나오셔서 시어머님과 남편, 저 이렇게 셋이서 시댁에 들어갔는데, 시아버님은 문 밖까지 나오셔서 저희를 반갑게 맞아 주셨어요.
그런데 남편의 형, 즉 저에게는 아주버님이죠. 아주버님은 비디오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한국에서는 손님이 오면 일단 하던 일을 멈추고 손님을 환대하는 의미로 인사를 한 뒤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동생네 부부가 멀리서 왔는데, 더군다나 저와는 첫대면인데, 환대는커녕 비디오 게임 하느라 정신 없는 이 아주버님을 보고 심한 충격을 받았더랬지요. 한국 같았으면 어른들이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하며 뒤통수라도 한 대 갈겼을지 모릅니다.
남편과 제가 아주버님 쪽으로 다가가자 그제서야 저희 남편에게 빅 허그를 하고, 저에게는 악수를 청하더니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하더라고요. 그리고는 비행은 어땠냐는 둥 시덥잖은 말 몇 마디 주고받더니 다시 비디오 게임을 하지 뭡니까? So cool하다 못해 시니컬하게 느껴지는 미국식 손님 맞이법에 솔직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비록 저희가 샌디에고에서 출발했지만,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외국에서 찾아 온 “손님”인데, 왠지 환대받지 못하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런데 나중에 남편이 한국에 왔을 때 남편은 저와는 반대의 고충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제 동생 결혼식을 앞두고 저희 친정집에 묵고 있을 때 친척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밥 먹다 말고 다 일어서고, 차 마시다 말고 다 일어서고, TV보다 말고 다 일어서니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게다가 그분들이 가실 때마다 또 문 밖까지 나가서 배웅을 해야 하니, 그것 또한 남편에게는 이해하기 힘들고 번거롭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 앞에서 이래도 돼?
시댁에서 가족들과 다 같이 거실에서 TV를 보는데, 남편은 소파에 기대고, 저는 남편에게 기대서 무릎 담요를 덮고 있었답니다. 시어머님과 시아버님은 옆의 흔들의자에 앉아 계셨고요. TV를 보면서 중간 중간 대화도 하고 그랬는데, 남편이 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하다가 제 머리에 뽀뽀를 계속 하더니 나중에는 제 입술에다가 뽀뽀를 쪽~ 하는 겁니다. ‘이기 미칬나?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정말 너무 놀라서 제일 먼저 시부모님 얼굴부터 살폈어요. 그런데 너무 태연하게 TV를 계속 보시더라고요. ‘못 보신 건가? 다행이다!!!’ 하고 TV를 계속 보는데, 남편이 또 뽀뽀를 하려고 드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가 피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막 장난치면서 얼굴을 못 돌리게 양손으로 제 열굴을 잡고는 강제로 뽀뽀를 쪽~ 하지 뭡니까??? 저는 또 심장이 벌령거려 시부모님 눈치를 살피며 속삭였어요. “(나) 어머님, 아버님 계시잖아!!!” “(남편) 그래서?” “(나) 우리 이러면 안 돼!” “(남편) 우리 이래도 돼!!! 엄마 아빠가 있는 게 왜? 내가 내 와이프한테 뽀뽀하는데 문제 있어? 여러분! 내가 내 아내한테 뽀뽀하는데 문제 있나요?” 하며 되려 시부모님께 큰 소리로 물어보지 뭡니까?
그러자 시어머님이 막 웃으시며, “알았다, 알았어! 너네 신혼인 거 우리도 다 안다!!!” 하시며 오히려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부모님 앞에서의 애정 표현은 역시나 어색하고 불편했던 저의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게 된 사건이 곧 생겼습니다.
한참 TV를 보시던 시아버님이 먼저 들어가서 자겠다며 의자에 앉아 있던 시어머니를 꼭 껴안으시더니 “굿나잇!” 인사를 하시고는 시어머님과 쪽쪽쪽~ 3단콤보 키스를 제 앞에서 나누시지 뭡니까??? 우리의 키스를 시부모님께 들킨 것보다, 시부모님의 키스를 옆눈으로 훔쳐보니 100배는 더 부끄럽더라고요.ㅎㅎㅎ
다음 호에서 미국 시월드의 문화 충격 2탄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