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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교육 칼럼] 3. 최첨단 자동화와 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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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교육 칼럼] 3. 최첨단 자동화와 4차 산업혁명
유문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지난호에서 4차 산업혁명 이전까지 인간의 기능 일부를 대체 또는 확장해 온 기술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인류는 여러 가지 도구, 기계, 자원을 사용하여 인간의 손과 발, 그리고 근력을 대체 및 확장해 왔으며 문서, 예술품 등으로 두뇌의 기억 기능을 확장해 왔다. 특히 3차 산업혁명 시기에 이르러서는 컴퓨터를 이용해 두뇌의 단순기억 기능뿐만 아니라 정보처리 기능까지 대체하며 폭발적으로 확장해 왔다.

하지만 이 시기까지는 인간이 모든 처리 과정을 일일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컴퓨터에 입력해야 했다. 다시 말해, 컴퓨터가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는 능력이 없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지능을 갖춘 컴퓨터는 요원해 보이는 일이었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를 기술 발달의 주요 변곡점으로 보고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필자도 이에 동의하며 이 칼럼 제목에도 사용했다. 하지만 이 시기를 3차 산업혁명의 연속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 시기가 4차 산업혁명이 시작인지 아닌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분명해질 것 같다.

최첨단 자동화와 4차 산업혁명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최첨단 자동화는 가까운 미래에는 실현되기 어려운,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분류했었다. 이전까지의 자동화는 인간의 오감, 특히 시각과 청각 능력이 필요한 인지 업무에는 미치지 못했고, 비교적 단순하고 정의가 잘 되어 있는 업무에 국한되었다. 그리고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자율운행 자동차나 인간 고수를 이기는 바둑 프로그램은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1회에서 살펴본 것처럼 지난 10여 사이에 이 모든 것이 변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3차 산업혁명 시기까지의 자동화는 인간이 자동화되는 업무의 모든 단계, 모든 부분을 다 정확히 규정해 주어야 했다. 예를 들어 비행기의 자동운항 시스템이나, 회계 소프트웨어 Turbo Tax 등은 모든 부분을 정확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지정한다. 또한 비행기의 자동운항 시스템이나 회계 소프트웨어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쓴다 해도 그 기능이 저절로 개선되지 않는다.

반면 비행기 조종사는 수동 운항을 하면 할수록, 회계사는 회계처리를 하면 할수록 경험이 쌓여 노련해진다. 한마디로 3차 산업혁명 시기까지 진행된 자동화는 학습불구였다. 만약 인간이 태어나면서 학습불구라면 어떨까? 젖먹는 일처럼 본능적인 행위 외에 언어와 같이 학습이 필요한 일은 전혀 하지 못하는것이다.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이 ‘학습’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학습이 가능한 자동화를 수 없이 시도해 왔고, 컴퓨터 하드웨와와 소프트웨어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양적 변화가 임계점을 넘어서자 마침내 질적인 변화, 즉 학습하는 컴퓨터를 탄생하게 되었다.

학습하는 컴퓨터
인간의 활동은 직업에 따라 그리고 개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학습결과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이들을 키워본 부모들은 잘 알겠지만 아기가 고양이와 개를 많이 보면, 둘의 차이를 인식하고 구분하게 된다. 언어도 부모 형제 등 여러 사람들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습득하게 된다. 이런 인간의 학습을 모방한 대표적인 모델이 ‘신경망’ 컴퓨터이다. 학습시킬 많은 데이터만 있으면 음성이든 이미지든, 아니면 다른 고차원의 데이터든 잘 준비된 신경망을 통해 학습시킬 수 있다. 학습시킨 신경망으로 비슷한 데이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베토벤 음악을 많이 학습한 작곡 인공지능은 베토벤 스타일의 새로운 음악을 작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은 만들어 내지 못한다. 아직까지는 기존의 스타일을 흉내낼 수 있을 뿐이다.

학습을 통해 대각선, 사람, 고양이 얼굴 등을 구별해 낸 신경망 컴퓨터 © 빅데이터 뉴스

2018년 현재 ‘인간 고유의 영역’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출퇴근과 같은 일상적인 운행은 이미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프 로드 자동차로 험한 오지를 운행하는 일은 아직은, 그리고 적어도 앞으로 한동안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3차 산업혁명 말기부터 자동화되기 시작한 회계 프로그램은 어떨까? 경우의 수가 각양 각색인 기업 회계나 회계 소프트웨어 제작이 필요한 회계업무는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따라서 운수직 종사자와 회계사는 앞으로도 오래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반복적인 업무는 자동화되기 때문에 그 직업의 숫자는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현 시점에서 ‘인간 고유의 영역’을 정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일감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거나, 컴퓨터가 학습할 데이터가 없는 미지의 일”

이 정의에 따르면 창조적인 일이나 창조적인 판단이 필요한 일들이 아직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작곡가의 경우 기존의 작품을 흉내내는 작곡은 창조적인 일이기 아니기 때문에 컴퓨터가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작곡하는 일은 아직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창조적인 일이다. 컴퓨터 게임의 배경음악 작곡은 이제 컴퓨터가 학습을 통해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작곡가나 미술가, 소설가 등은 그래도 다른 직종에 비해 창조적인 부분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업무 일부도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직종들은 어떨까? 생산라인에서 조립 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 트럭 운전수, 의사, 변호사, 교사, 요리사 등의 업무 중 창조적인 일과 반복적인 일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

창조적인 판단과 관련해서는 회사 CEO나 정치인의 예를 들 수 있다. 그들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하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또한 그 결정도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독특하다. 따라서 이런 업무는 당분간 컴퓨터로 훈련시키기 힘들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구분지어 생각할 부분이 있다. 컴퓨터에 의해 자동화될 수 있는 일과 실제로 자동화되는 일은 다르다는 점이다. 아무리 컴퓨터로 자동화할 수 있는 일이라도 경제성이 낮으면 자동화되지 않는다. 컴퓨터로 자동화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실제로 자동화되는 일은 창조성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일감이 많아 경제적 타산이 맞는 일에 국한된다. 예를 들어 고고학자가 하는 일을 컴퓨터가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로 자동화하는 비용과 인건비 절감 효과를 비교해 보면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는다.

『 4차 산업혁명 』이란 책으로 용어와 개념을 보편화시킨 클라우스 슈왑(Klaus Schwab)은 인공지능 외에도 나노기술, 양자 컴퓨터, 로봇, 바이오텍, 사물 인터넷, 자율주행 운송수단, 3D 프린팅 등을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로 보고 있다. 이들 기술의 핵심에는 인공지능 또는 고도의 컴퓨팅 파워가 있다. 예를 들어 나노기술은 매우 다양한 쓰임새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미 컴퓨터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되고 있어서 컴퓨팅 파워의 물질적 토대를 다루는 기술이 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지금 직면하고 있는 컴퓨터 구조의 물리적 한계를 획기적으로 뛰어 넘을 수 있는 기술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로봇은 인지능력 및 지능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3차 산업혁명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 주로 공장과 같이 매우 잘 정의된 환경에서만 사용되던 이전 시기의 로봇과 달리, 오늘날에는 일상생활이나 과수원, 핵발전소 내부 등 매우 다양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물 인터넷도 컴퓨팅 파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3차 산업혁명까지의 인터넷은 이메일이나, 사진, 비디오 등 사람이 생산한 데이터로 이루어졌다면, 4차 산업혁명의 인터넷 데이터의 대부분은 컴퓨터나 여러 가지 센서들이 생산한 것이다. 2020년 경에는 이런 기계들이 생산한 데이터가 인간이 생산한 데이터의 26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고도의 처리능력을 가진 컴퓨터를 필요로 하며 또 그 컴퓨터들을 가르치는 자료로 활용된다.

사과 따는 로봇 © The Packer

이번 호에서는 인공지능까지 발전해 온 인간의 기능을 확장 및 대체하는 기술의 역사를 짚어 봤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일들이 기계, 컴퓨터에 위임될 것이 자명하다. 이런 변화들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에 설레게 만들기도 한다.
다음 호에서는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시발점이자 곧 상용화, 실용화를 앞두고 있고 자율주행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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