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김영국
그날의 눈물은
소리 없는 항변이었다.
외부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모조리 닫고
오직 너의 소리만을 들으려고
나는 온몸을 곤두세웠다.
꽃잎이 떨어져 퇴색한 하늘은
온통 눈물 바다.
하늘은 가끔
은빛 한 점 구름을 토해낸 채
그렇게 가쁜 숨을 쉰다.
밤새워 촛불을 켜고
기다려도
여전히 파도가 이는 바다
떠나간 유람선이 남긴 흔적은
하얗게 부서지고 있는 물방울뿐
바람이 불수록 높이 날고 싶은 기러기는
긴 날개를 펴고 하늘을 움킨다.
끼룩끼룩 물새가 난다.
끼룩끼룩 날 가두어 놓지 마세요
녹이 슨 가슴을 드러낸 채
삶을 저울 질 하고픈
그럴수록 더욱 속이 비워
아득히 먼 곳으로
옮겨 갈 수 없는 지금
목소리는 점점 야위어 간다.
▶ 작가의 말
어느 날인가 새벽에 일을 마치고 오면서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예전에 소록도라는 섬에서 한센병 노인들을 간병하는 일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숙소와 가까운 해변으로 자주 산책을 가곤 했는데 안개가 자욱한 바닷가를 거닐었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가끔씩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마다 무엇인가에 몰입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미국에 이민와 사는 삶이 때로는 여유를 잃고 되는 것 같아서 어떻게든 자신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며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김영국
뉴욕에 거주, 홈케어 일을 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