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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요리] 4. 나에게 영감을 준 셰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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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요리] 4. 나에게 영감을 준 셰프들
Root and Bone Executive Chef / Owner, Raymond Taylor
김혜리 셰프 Carmen Kim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
Niagara College Cook Apprenticeship
Canada Red seal Chef (캐나다 국가공인 기술자격)
Root & Bone Sous Chef
[email protected]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난 화에 이어 저의 8년간의 캐나다 정착 이야기와 요리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레드실 자격증
몇 년 전 제가 나이아가라 폴스뷰 카지노 호텔의 이탈리안 파인다이닝에서 근무할 당시, 저의 전문성을 더 높이고 싶어 레드실(Red seal)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레드실 자격증은 캐나다 정부(The Council of Directors of Apprenticeship, CCDA)에서 승인하는 국가공인 기술표본으로 대개 3년 이상의 실무 경력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으며, 직종에 따라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부과되는 국가 기술자격 시험입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저절로 얻게 되는 졸업장이나 전문학사 자격과는 별개로, 요리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직에 종사하는 분들이 본인의 전문성을 캐나다 정부에서 공인하는 자격증으로 인정받는 시험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 시험을 거쳐 캐나다 국가 공인 레드실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레드실 자격증 소지자는 업무 현장에서 공인된 숙련자(Journeyman)로서 직급 체계에 따라 업무지도를 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red-seal.ca/w.2lc.4m.2-eng.html

요리의 제왕
그동안 캐나다에서 여러 주방을 거쳤지만 제가 일했던 카지노 호텔의 주방 조직은 매우 체계적이고 방대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주방 조직의 역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8세기에 스토브가 발명되면서 주방 조직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요리사들이 불을 더 편리하게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상업용 주방은 스토브와 오븐을 용도에 따라 나누어 사용하게 되었고 주방의 부서 역시 분리된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프랑스 셰프 에스코피에(1847-1935)에 의해 오늘날의 현대화된 주방 시스템이 체계화되었습니다.

프랑스 셰프이자 식당 운영자, 요리법 저자로서 현대 요리법과 주방 조직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Georges Auguste Escoffier, 1847-1935) ©Escoffier Online

에스코피에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어린 나이에 예술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요리에 도전했고 많은 노력 끝에 셰프이자 식당 운영자, 그리고 요리법 저자로서 현대 요리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그는 기존의 복잡한 고전요리를 단순하고 현대적인 형태로 바꾸었고, 요리를 학문으로 체계화, 단순화시켰으며, 요리가 가진 예술적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여러 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규모의 ‘미식가 연맹’을 창설해 요리사들의 권익 보호에도 힘쓰는 등 그의 여러 공로들을 인정받아 프랑스의 가장 명예로운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두 번이나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는 프랑스 요리의 제왕, 요리사의 아버지로 불리며 셰프들과 미식가들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주방의 역할 분담
에스코피에가 개발한 주방의 전표 시스템과 효율적인 주방 설계 덕분에 시간과 노동력을 혁신적으로 절약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주방 시스템이 구축되었습니다. 주방의 역할은 각 주방의 규모와 구조에 따라 병행 또는 호환될 수 있습니다.
• 총 주방장(Executive Chef/Chef de Cuisine) : 총괄 주방장. 레스토랑 규모에 따라 셰프 드 퀴진이라는 이름이 사용되기도 함
• 부주방장(Head Chef/Sous Chef) : 총 주방장 공석시 대리업무 수행이 가능한 주방장
• 수석 조리장(Chef de Partie/Station Chef) : 숙련된 요리사(Senior cook) 또는 라인 요리사(Line cook)이 포함된 각 파트의 장
• 소시에르(Saucier/Sauce Chef) : 최고 수석 조리장. 주로 소스와 버터로 튀긴 요리 담당
• 로티셔(Rôtisseur/Roast Cook) & 그릴아딘(Grillardin/Broiler Cook) : 고기를 굽거나 삶는 요리 담당
• 프라이터리(Friturier/Fry Cook) : 기름에 튀기는 요리 담당
• 푸아숑니에(Poissonier/Fish Cook) : 생선과 해산물 요리 담당
• 앙트루메티에(Entremetier/Vegetable Cook) : 전채 요리 담당
• 가드망저(Garde Manger/Pantry Chef) : 모든 차가운 요리 담당
• 부처(Boucher/Bouchère/Butcher) : 고기와 가금류 손질 담당
• 파티셰(Pâtissier/ Pastry Chef) : 디저트와 페이스트리 담당
• 블랑저(Boulanger/Baker) : 빵 담당
• 꼬미(Commis) : 주방 보조
• 견습생(Stagiare/Stage) : 대개 요리 전공 학생 또는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주방 경험을 얻기 위해 일하는 것

셰프 Ray Taylor와의 만남
제가 카지노 호텔 요리사로 일하던 시절, 총 주방장 레이먼드 테일러(Raymond Taylor)는 저에게 한없이 멀고도 높은 분이었습니다. 큰 주방의 총 주방장은 요리를 직접 하기보다는 감독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셰프 레이가 직접 요리하는 것을 볼 때면 참 멋지고 특별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그분의 어시스턴트로 자원했고 그렇게 조금씩 셰프님과 일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셰프님 바로 옆에서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좋았는데, 어느 날 셰프님이 저에게 VIP 손님들을 위한 코스요리 중 몇 가지 코스를 직접 창작해 보라는 숙제를 주셨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셰프님이 내주신 숙제라 저는 밤새 요리를 구상하고 제 계획을 그림으로도 표현해 설명드렸습니다. 여러 가지 창작요리들 중 한식을 소개할 수 있는 메뉴들도 넣었는데, 이렇게 셰프 레이와 함께 준비해 선보인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 코스요리에서 매우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는 더욱 더 용기를 얻어 서양요리와 한식을 접목한 요리들을 개발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셰프 레이
셰프 레이는 영국에서 태어나 런던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클라리지스 호텔(Claridge’s Hotel)과 런던의 사보이 호텔(Savoy Hotel, London)에서 훈련을 받고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최연소 셰프 드 파티 소시에르를 거친 후, 캐나다로 이주하여 토론토의 더 옴니 킹 에드워드 호텔 (The Omni King Edward Hotel)의 Ciaros 레스토랑을 이끌었습니다.
그후 캐나다 빅토리아, 에드먼턴, 토론토 페어몬트 호텔, 웨스틴 하버 캐슬 등 캐나다 전역의 수많은 어워드 위닝 레스토랑의 총 주방장을 역임했으며, 아틀란티스 바하마 나소의 럭셔리 리조트 디 오션클럽에서 숀 코너리, 셀린 디옹, 오프라 윈프리 등 많은 셀러브리티들을 위해 요리하며 Condé Nast Gold List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Roux Brother Young Chef 대회에서 우승하고 수많은 요리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으며,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故 다이애나비의 왕실 결혼식 리셉션 요리사,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왕자를 위한 요리사 중 한 명으로 발탁되었습니다. 두바이에서는 두 개의 분자요리 팝업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오픈하였고, 제가 근무했던 나이아가라 카지노에서는 13년 이상 총 주방장을 지냈습니다.

어느 화창한 봄날. 그날은 함께 일하던 셰프들과 식자재 공부 겸 야생식물을 채취하러 나갔던 날이었습니다. 함께 동행했던 셰프 레이가 저를 불러 놀라운 제안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계획했던 그분 인생의 첫 번째 레스토랑을 저와 함께 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셰프 레이의 첫 번째 파인다이닝 루트 앤 본(ROOT & BONE)의 부주방장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루트 앤 본은 “Farm to table & table to soul”이라는 모토 아래 신선한 현지 유기농 식자재로 장인정신이 깃든 건강한 요리를 선보이는 프렌치, 캐내디언 레스토랑입니다.

ROOT & BONE, 1469 Pelham St. South, Fonthill, Ontario, Canada ©ROOT & BONE

저의 시그니처 메뉴는 한식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육회요리로 간장과 증류주로 향을 낸 유기농 달걀과 특제 고추장 소스로 감칠맛을 더한 비프 타르타르(Beef tartare)와, 비건(Vegan) 메뉴로 개발한 버섯 헤이즐넛 콩 스테이크(Mushroom hazelnut soya steak)입니다. 더 많은 메뉴와 레스토랑 정보는 사이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www.rootandbone.ca

Signature Menu by Carmen Kim (Angus beef tenderloin tartare, Fish, Honey Lavender Muscovy Duck) ©Carmen Kim

루트 앤 본은 고객분들의 사랑 덕분에 개업 1년만에 2019 캐나다 TOP 100 레스토랑에 선정되었습니다.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레스토랑에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모두가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세계 각지에서 우리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사과 땅콩호박 수프 (Apple – Butternut squash soup)

Apple butternut squash soup ©Carmen Kim

세상이 단풍으로 물든 가을. 오늘은 쌀쌀해지는 날씨에 속을 따뜻하게 해줄 호박 수프 레시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호박 중에서도 항산화 효과가 가장 뛰어난 땅콩호박(버터넛 스쿼시)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좋고,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암세포와 싸우는 강력한 항암 물질인 베타크립토잔틴과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소화 기능을 높여주며 위암에 좋은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 6인분 기준
▶ 재료 : 땅콩호박 1개, 그래니 스미스 사과 1개, 양파 1개, 당근 1/2개, 셀러리 스틱 2개, 통마늘 2톨, 생강 10g, 채소육수 또는 닭육수 1리터, 물 1리터, 버터 1/2컵, 생크림 또는 우유 1컵, 너트맥 가루 1/2t, 카옌 페퍼 가루 1/2t, 시나몬 가루 1/4t(또는 시나몬 스틱 1개), 소금 2T, 후추 1T, 취향에 따라 메이플시럽 1T, 말린 허브(세이지, 월계수잎 등)

▶ 방법

1. 땅콩호박의 꼭지와 밑동을 제거하고 필러로 호박 표면의 껍질을 제거합니다. 호박을 세로로 2등분한 뒤 숟가락으로 안에 있는 씨를 제거합니다.
Tip : 호박 꼭지를 도려내고 전자렌지에 8분 정도 돌리면 호박이 물러져 껍질을 쉽게 제거하고 요리 시간도 단축할 수 있습니다.

2. 땅콩호박에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을 뿌려 390°F 오븐에서 30분 정도 구운 후 사용하거나, 오븐 사용을 원치 않는 경우 호박을 익히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큰 냄비에 버터를 녹인 뒤 양파, 당근, 셀러리, 호박, 통마늘, 생강, 사과 순으로 볶습니다. (기호에 따라 말린 허브를 추가하세요.)

3. 야채가 어느 정도 익으면 채소 육수 또는 닭 육수를 부은 후 너트맥 가루, 카옌 페퍼 가루, 시나몬 가루(또는 시나몬 스틱)를 넣은 뒤 40분 정도 푹 끓입니다.
Tip : 시나몬 스틱은 사용 후 제거합니다. 수수프의 농도에 따라 육수 또는 물을 조금씩 추가하면서 농도를 조절합니다.

4. 호박과 야채가 완전히 익으면 블렌더 또는 핸드 블렌더로 곱게 갑니다. 기호에 맞게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단맛을 조금 더 원하시면 메이플 시럽을 넣어주세요.

5. 드시기 직전 취향에 따라 생크림이나 우유를 추가해 잘 섞고 뜨겁게 데운 다음, 원하는 고명을 얹어 드시면 됩니다. (사워크림, 견과류, 크래커 등)

▶ 유투브 레시피 동영상
채널명 : Carmen Kim Cooking &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