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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과 미래교육] 20. 소프트웨어 산업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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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과 미래교육] 20. 소프트웨어 산업의 전망
유문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email protected]

그동안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 이런 변화에 대비한 미래 교육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살펴보고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소프트웨어의 간단한 역사
먼저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알고리즘’부터 알아보자. 알고리즘이란 자동화된 일련의 처리 절차를 말한다. 이해하기 쉽게 커피 자판기의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다.
맨 먼저 사용자가 자판기에 돈을 넣는다. 자판기는 돈을 인식하고 액수를 읽어서 커피값 이상이 되면 다양한 종류의 커피 버튼을 활성화시킨다. 사용자가 원하는 커피 버튼을 누르면 종이컵을 준비하고 커피를 채운다. 커피가 다 채워지면 남는 돈이 있을 경우 거스름돈을 환불해준다. 사용자는 커피와 거스름돈을 가지고 자판기를 떠난다.
이렇게 자판기가 사용자의 입력(돈, 버튼 선택)에 따라 커피를 끓여 대기시키는 일련의 작업 정의를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
이 알고리즘은 초창기에는 자판기처럼 컴퓨터 없이 기계 장치만으로 구현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계에 내장된 알고리즘은 변경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다가 점차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컴퓨터를 이용한 알고리즘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초창기 컴퓨터의 계산 알고리즘을 바꾸는 일 역시 쉽지는 않았다. 세계 최초의 전자식 범용 컴퓨터인 ENIAC은 원하는 계산 알고리즘을 얻으려면 배선을 바꾸고 스위치를 조작해야 했다. 이런 단점 때문에 사람들은 곧 컴퓨터에 메모리를 추가해서 알고리즘을 저장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저장된 알고리즘은 컴퓨터에 올려져 수행되었는데 사람들이 이것을 ‘소프트웨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따라서 컴퓨터 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의 동의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정보
소프트웨어는 문맥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로 쓰인다. 소프트웨어의 반대 개념인 하드웨어의 의미를 살펴하면 소프트웨어의 의미가 좀 더 선명해진다.
컴퓨터 하드웨어는 물질로 만들어진 컴퓨터 부품을 총칭한다. 예를 들어 초소형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보면, 하드웨어는 전원이 꺼져 있을 때도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본체와 액정화면, 그리고 내부에 있는 배터리, 중앙처리 칩(chip), 통신용 칩, 메모리 칩 등이다. 반면 소프트웨어는 전원이 꺼져 있을 때는 볼 수 없고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운영체제(OS), 카톡앱 등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고받은 사진, 노래, 동영상 등도 휴대폰 전원이 꺼지면 볼 수 없고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무형의 것은 크게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나뉘는데 이를 통칭해 ‘정보’라고 한다.
정보산업(IT)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를 다루는 산업을 지칭한다. 이때의 정보는 넓은 의미로 쓰인 예이다. 반면, 좁은 의미의 소프트웨어는 비디오 게임, 모바일 앱이나 바이러스 백신처럼 특정한 효용을 제공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이런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 제품으로 출시되어 있다.

소프트웨어의 전망
초기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의 지배자였던 Netscape의 공동 창업자 마크 안드리센은 일찌감치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는 초기에 과학과 핵무기/재래식 무기에 필요한 복잡한 수학 계산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데 쓰였고, 점차 금융과 기업의 수학적 계산에 활용되었다. 지금은 디지털화된 모든 정보를 처리하며 수많은 분야를 자동화하고 있다.
한편 소프트웨어는 여러 가지 형태의 재사용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자동화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이며 세계의 지능마저도 대체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는 개인의 직업으로나 창업에 있어 그 중요성을 점점 더해갈 전망이다.

프로그래머 혹은 소프트웨어 개발자(developer)
간단한 모바일 앱(application) 같은 소프트웨어는 종종 한 사람이 기획부터 개발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지만, 대개는 팀이 다른 관련 팀과 협력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그 중심에 프로그래머가 있다.
프로그래머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수요가 많은 직업으로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소프트웨어 직업은 끊임없는 학습이 요구된다. 끊임없이 자가학습을 하는 사람은 프로그래머로서 일하기가 비교적 덜 힘들다.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다가오는 자동화 시대에는 끊임 없이 배워야 하는 직업이 살아 남을 확률이 더 높다.

프로그래머의 승진 경로
프로그래머로 시작해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자신의 성격과 재능에 따라 몇 가지 승진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 사람을 다루는 데 능숙하고 상황판단과 일처리가 빠르면 매니저 경력 계단을 선택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야 나델라(Satya Nadella)가 이 경로를 통해 회사의 최상위의 직위에 도달했다. 구글의 CEO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도 비슷하게 엔지니어로 시작해서 CEO까지 올랐다.
둘째, 소프트웨어 기술에 더 재능이 있다면 사이언티스트(scientist) 또는 아키텍트(architect) 경력 계단을 밟아 나갈 수 있다. 주요 프로그래밍 언어인 Java를 창시한 제임스 고슬링(James Gosling)이 한 예이다.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시작해 최고급 기술자가 된 경우 외에도 Linux 운영체제를 작성한 라이너스 토발즈(Linus Torbalds),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 2016년 우리나라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긴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의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 블록체인 2세대 기술의 리더 비탈릭 부터린(Vitalik Buterin)등 많은 사이언티스트들이 있다. 요즘에 흔히 듣는 data scientist, 인공지능 전문가, 회계학 전문가(기계학습에서)는 본질적으로 그 분야에 전문화된 프로그래머라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는 품질관리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미국에는 품질관리 전문 인력이 따로 있다. 품질관리에 재능이 있다면 QA(Quality Assurance) 경력 계단을 올라가는 루트도 있다.

한국 vs 미국, 소프트웨어 직업 비교
한국과 미국의 소프트웨어 관련 직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우선 프로그래머의 연봉이 대략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업무 시간도 미국은 대체로 주 40시간 근무가 지켜지고 유급 휴가가 회사 근속년수에 따라 3주에서 많게는 2달 가까이 주어진다. 초장시간 노동에 스케줄 관리가 엉망이어서 스케줄에 따른 스트레스가 극심한 한국에 비하면 대체로 합리적인 노동환경이다.
한국은 경력이 쌓이면 보통 관리직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중견 프로그래머 부족현상이 심한데, 미국은 관리직인 매니저 외에도 고참 프로그래머, 아키텍트, 사이언티스트 등 프로그래머로서의 승진 경로가 있어서 프로그램 개발이 한국에 비해 훨씬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프로그래머가 주어진 설계대로 코딩이나 하는 단순 직업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소프트웨어의 생산은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프로그래머는 주어진 글을 단순히 입력하는 타자수(typist)가 아니고 주어진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에 가깝다. 타자수는 많은 가치를 생산하지 않으므로 연봉이 낮은 반면 프로그래머는 다른 분야의 엔지니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된다.
미국의 대졸 프로그래머 초봉은 대략 7만~12만불 정도이며 박사 학위 소지자는 20만불을 넘기기도 한다.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 잘나가는 고급 프로그래머들은 종종 30만불을 넘게 받는다. 2016년 초고급 프로그래머 일리야 서츠키버(Ilya Sutskever)는 비영리 회사 OpenAI에 190만불을 받고 이적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중견 프로그래머들로 10만~20만불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이렇게 비교적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종은 만성적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8만이 넘게 인도 같은 외국에 발급되는 취업비자가 이를 말해준다.
미국에서는 회사가 직원을 채용할 때 나이를 물어보면 연방 반차별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들의 취업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양호하다. 그래서 10년의 경력공백 후에도, 4~50대에도, 경력이 없더라도 실력만 보여주면 프로그래머로 취직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의 소프트웨어 취업환경이다.

미국 소프트웨어 직업의 전망
아직 학교에 다니는 젊은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는 비교적 적은 투자로 현실적, 잠재적 과실을 딸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이다. 아주 잘 되면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처럼 세상을 바꿀 수도 있고, 소박한 성공을 거두는 경우에도 일정 영역에서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적어도 중산층 정도의 수입은 되며, 다가오는 자동화의 시대에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점점 커지기 때문에 적어도 다음 몇 세대까지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벤처 창업으로서의 소프트웨어
미국에서 매년 창업되는 벤처 기업의 80% 이상은 그 핵심 기술이 소프트웨어이거나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5개 모두 기술적 지적 자산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와 기술/디자인 지식에 있다.
이는 세계 경제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는 디지털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로 자본 의 집중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창업 자본 역시 소프트웨어 분야로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창업은 여전히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런 커다란 잠재력을 보고 자본이 집중되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경쟁 덕분에 많은 알짜 벤처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벤처 기업 창업 환경도 한국과 미국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미국에서는 좋은 아이디어와 끈질긴 의지만 있으면 초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 시스템 그리고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그 후 성장 정도에 따라 각각 다른 규모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경로와 관행이 정착되어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벤처기업이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벤처란 용어 자체가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실제로 창업된 벤처기업의 5%정도만 성공한다. 성공한 벤처 기업의 대부분(95%)은 더 큰 기업에 팔린다. 나머지는 상장되어 독자적인 길을 간다. 일부 벤처 기업은 팔리지도 않고 상장되지도 않은 채 기업활동을 계속하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인재들이 대기업만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기업 직원이 신생 기업으로 스카웃되어 가는 것을 종종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십중팔구 주어진 스탁 옵션으로 대박을 칠 가능성이 높고, 벤처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회사와 함께 급성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칼럼을 마치며
그동안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들과 지면을 허락해주신 KOREAN LIFE 발행인과 편집장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