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작가 테이 켈러(Tae Keller, 27)가 미국의 아동청소년 문학계 최고상인 ‘뉴베리 메달’을 수상했다. 뉴베리 메달(John Mewberry Medal)은 1921년에 미국에서 제정되어 ‘아동 청소년 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상이다.
켈러는 <호랑이를 잡을 때(When You Trap a Tiger)>라는 책으로 2021년 100번째 뉴베리상 수상자가 되었다. 이 책은 만 8~12세를 대상으로 한 동화책으로 총 304쪽 분량이며, 지난해 1월 펭귄랜덤하우스가 출판하였다. 이 책은 켈러가 어린 시절 외할머니로부터 들은 한국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주인공 릴리의 가족이 병든 할머니의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신비한 호랑이가 나타나 할머니의 건강을 돌려주는 대신 비밀스러운 가족사를 풀어가게 하는 내용이다.
심사위원단은 이 책에 대해 “한국 전래동화가 삶에 전하는 사랑, 상실, 희망을 환기하는 마법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의 걸작”이라며 “릴리는 할머니(halmoni)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공유하고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고 평했다.
켈러의 어머니 역시 작가이다. 그녀의 어머니 노라 옥자 켈러(Nora Okja Keller)는 종군위안부를 다룬 소설 <위안부(Comfort Woman), 1997>로 1998년 미국 도서상(American Book Award)를 받았고, 위안부의 세대에 걸친 트라우마를 주제로 <여우 소녀(Fox Girl), 2002>라는 소설을 썼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세 살 때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하와이로 이주하였다.
켈러는 하와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녀는 자신을 “하와이 호눌룰루에서 김치와 흑미밥, 그리고 이야기를 양분으로 삼아 자랐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인종 정체성을 작품에 그대로 사용한다. 그녀의 전작인 <깨지는 것들의 법칙(The Science of Breakable Things), 2018>에서도 자신과 동일하게 4분의 1이 한국인인 주인공을 내세웠고, <호랑이를 잡을 때>의 주인공 릴리 역시 혼혈 소녀이다. 켈러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는 혼혈 소녀들에 대한 글을 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