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첫 영예
20살의 한국계 미국인 여대생이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뽑는 ‘미스 아메리카’ 100주년 기념 대회에서 한국계 여성 최초로 영예의 왕관을 썼다. 코네티컷주 언캐스빌 아레나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3박 4일동안 자신의 재능, 인터뷰 기술 및 사회적 영향력 성취 경력 등을 선보였고, 엠마 브로일스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어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알래스카주를 대표해서 출전한 한국계 3세 미국인 엠마 브로일스(20·Emma Broyles)가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국계 여성이 미스 아메리카로 뽑힌 것은 대회 100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브로일스는 “미스 아메리카가 되리라고 생각도 못 했다”면서 “여기까지 온 저의 여정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우리 가족, 특히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조부모님께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족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계 3세 의대생
브로일스가 공개한 프로필에 따르면 외조부모가 50여 년 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정착하였고, 브로일스의 아버지는 백인,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그는 “엄마는 완전 한국인이지만 이곳 앵커리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나는 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백인으로 성장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미국에는 정체성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스 아메리카와 같은 위치에 오른 것은 정말 특별하다”며, “미국이 분열을 겪는 시기에 열린 마음과 공감, 포용력을 증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우승했다는 사실이 이 조직이 보여준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도 더불어 변하고 있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지난 몇십 년 동안에도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 다양한 집단이 참여하고 있었다. 심지어 톱 10 안에 들기도 했다. 지금 우리는 사회 변화와 더불어 놀라울 정도로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수영복 심사가 없어져 기쁘다”면서 “어떻게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로일스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강박장애와 연관된 피부질환을 얻었다가 이를 이겨낸 과정을 공개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또한 브로일스의 오빠는 다운증후군으로 어려서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했다. 브로일스도 12년 전부터 스페셜올림픽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경험을 잘 살려 미스 아메리카로 활동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브로일스는 피부과 전문의를 꿈꾸는 애리조나 주립대 학생으로, 이번 대회에서 장학금 10만 달러(약 1억 2000만원)를 부상으로 받았다.
그는 “알래스카에 의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다른 주 대학으로 진학해 학비 걱정을 했는데, 장학금을 받았으니 학업에만 전념하면 된다”며 기뻐했다.
AP통신은 이 대회가 시대 변화를 반영해 단순하게 참가자의 외모를 보는 대회가 아니라 리더십과 재능, 소통 능력에 초점을 맞춰 우승자를 뽑는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2022년 미스 아메리카로 선발된 브로일스는 미스 아메리카 기구 대표로 재임하는 동안 한 달에 약 20,000마일을 여행하게 된다. 미스 아메리카의 주요 역할은 미스 아메리카 기구의 유산과 더불어 그녀의 열정과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젊은 여성으로서 롤 모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