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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천리마 인재보다 백리마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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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천리마 인재보다 백리마 인재
현재 수준의 직원들을 데리고 성과를 내는 것이 사장의 실력이다. ©dogcatpost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코칭경영원 협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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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사람?
<장자>를 보면 산을 지키는 것은 잘생긴 나무가 아니라, 모두가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못생긴 나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쓸모 있는 나무는 일찍 베어진다. 계피나무는 향기가 좋아서 베이고, 옻나무는 칠에 쓰이기 위해 베인다. 하지만 옹이가 박히고 결이 좋지 않아 어디에도 쓸모가 없어 아무도 베어 가지 않은 나무는 결국 가장 크고 무성하게 자라 산을 지킨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본성 그대로 놓아두는 것을 가치 있게 여겼던 장자는 무용지용, 즉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이란 역설의 지혜를 가르쳤다. 못생긴 나무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쓰임이 늦은 것뿐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조직에 대입해 보자면 지금 좀 늦되고 답답하더라도 못생긴 나무 같은 직원이 우리 회사에 오래 남아 성실하게 일하며 공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자의 수많은 제자들 중에서 학통을 이은 제자가 누구인가? 난다 긴다 하며 재주가 출중한 실력파 제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일찍이 조정에 천거되든, 용기나 재기가 뛰어나 세파를 겪든 이런저런 이유로 공자를 떠났다. 오히려 평소에 ‘좀 둔하다’는 평을 들으며 때론 ‘찬밥’ 대접을 받은 끈기파 제자 증자였다. 그는 공자의 도통을 자사, 맹자로 이어주는 훌륭한 계승자 역할을 했다.
사실 증자는 공자의 뛰어난 제자로 꼽히는 공문 10철에도 들지 못한 인물이다. 효도하라는 말을 듣고 아버지가 몽둥이로 패도 도망을 안 간 채 기절할 지경으로 얻어맞았다. 집에 겨우 돌아와선 아버지가 ‘죽었나 걱정할까 봐’ 집에 돌아와 거문고를 타며 자신의 ‘무사생존’을 보여주었던 미련곰탱이. 그 말을 듣고 공자는 답답해 당분간 ‘행단 금족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공자가어>

천리마보다 백리마
한비자는 말을 기르고 훈련시킬 때도 굳이 적토마나 천리마를 기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천리마는 하루에 1,000리를 달리는 우수한 말이긴 하지만, 그런 말은 흔하지 않다. 있다 해도 데려 오기 어렵고, 관리하기는 더욱 어렵다.
천리마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범한 말도 먹이를 제대로 주고 잘 길들이면 하루에 100리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그런 말을 10마리 키워 100리마다 역참을 두어 말을 갈아탄다면 하루에 1,000리를 갈 수 있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로, 우리 직장에 오지도 않을, 감당도 못할 S급 인재 타령을 하느니, ‘현재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일 환경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직원 실력 타령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인재 육성과 환경 조성 실력이다.

리더의 실력
조직의 수준은 곧 리더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리마가 없다면 백리마로 천 리를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못생긴 나무만으로도 울창한 숲을 만들어낼 방법을 고민하는 게 현실적이다.
직원들이 말귀 하나 못 알아듣는다고 속을 끓이기 전에 ‘이 정도, 이 수준’의 사람들을 이끌어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맞다.
리더의 힘은 재기가 아니라 끈기에서 나온다. 그리고 인재를 육성하려면 실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천리마형 인재, 사장 마인드를 가진 직원이 없다고 맨날 푸념만 할 일이 아니다. 항공로도 깔려 있지 않은 비포장도로에 초고속 콩코드기를 들여 놓아 봤자 활용도 못하기 십상이다.
차라리 일일이 가르치느라 힘들고 지칠 망정, 평범한 말을 기르고, 못생긴 나무를 가꾸고자 노력하는 것이 조직을 잘 이끄는 길이다. 우리 조직이 비포장도로, 아니 꼬부랑 농로 수준이면 콩코드 비행기보다는 트랙터급 인재를 찾는 것이 여러 모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