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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내가 본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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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내가 본 그 사람
내가 본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해석한 모습이다. ©Hoffpost
김종명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email protected]

각자의 필터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회에 갔다.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너 얼굴 많이 좋아졌다. 무슨 좋은 일 있니?”라고 물었고, 또 어떤 친구들은 “너 얼굴이 안 좋네. 요즘 힘드니?”라고 물었다. 내 기억엔 반응이 대충 반반 정도로 나뉘었던 것 같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필터로 세상을 본다. 이 필터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가치관과 신념 등이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마다 필터가 모두 다르다. 서로 가진 필터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세상을 보면서도 모두가 다르게 보고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다.
한번은 고등학교 동기 몇 명과 부부동반 식사모임을 할 때였다. 서로 자기 부부 사는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친구가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 지금 누구 이야기를 하는 거야?” 아내가 말하는 자기 모습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모습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농담을 했다. “너희 부부는 좋겠다. 서로 다른 사람과 살고 있으니 매일 얼마나 새롭겠냐?”
같이 사는 부부가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이 말은 그냥 웃어 넘기기엔 상당히 묵직하다.

있는 그대로 보라
코칭을 하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는 순간 그 사람에 대해 즉각적인 판단이 든다. 그 사람의 나이가 몇 살이든 상관 없이, 불과 몇 분만에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판단해 버린다.
장기코칭 고객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만약 코칭을 6회 했다면 내가 그 사람을 만난 시간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6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6시간으로 그 사람을 통째로 판단해 버린다.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교에서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 한다. 그리고 여실지견하는 상태를 최고의 깨달음에 이른 상태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과연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가? 내가 무엇을 본다는 건 내 지식과 경험의 필터로 해석한 것 아닌가? 내 판단과 해석을 수반하지 않고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가?’

그건 니 생각이고!
오래 전에,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말을 유행시킨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화를 냈다. 왜 그럴까? 내 생각이란 뭘까? 내 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걸까?
우리가 자라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모여서 ‘내 생각’을 이루고 있다. 만약 내가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을 하며 자랐다면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내 생각은 절대불변의 것이 아니다. 경험이 조금만 달라져도 생각은 바뀐다. 심지어 하루에 열두 번도 바뀐다. 그런데 나는 그 생각을 움켜쥐고, 그 생각으로 모든 걸 판단하고 시시비비를 따진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사람
<신심명(信心名)>에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이라는 말이 있다. ‘지극한 도를 이루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판단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다시 ‘최고의 행복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는데 있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으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엔 시시비비가 저절로 올라온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시비비가 즉각 판단된다. 다행히도 요즘엔 내가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때가 많다. 이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지? 근거가 뭐지? 이런 나의 생각은 어디에서 왔지?’ 하며 내 생각의 근원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내 내 생각이 그리 믿을만한 근거가 못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면 시시비비가 한결 가벼워진다. ‘이건 내 생각이지.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본 게 아니라, 내가 본 그 사람이지.’
사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아내도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이 아니다. 내가 내 생각으로 해석한, 내가 본 아내다. 그러니 나는 날마다 새로운 아내와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내 생각이 매일 바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