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라
나는 뭔가를 공부하고 싶을 때 책을 쓴다. 인재 채용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쓴 책이 <채용이 전부다>이고, 제대로 몸을 만들기 위해 쓴 책이 <몸이 먼저다>이다. 최근에 쓴 <재정의 사전>, <고수의 질문법>, <역설의 역설> 등은 모두 재정의와 질문, 역설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생각을 정리해 책으로 엮은 결과물들이다.
나는 이렇게 관심이 가는 분야가 생기면 그것에 대해 공부하는 방법으로 책 쓰기를 택한다. 시간도 들고 힘도 들지만 결과는 최고다. 일단 그 분야의 책을 한 권 쓰고나면 그 주제에 관해 나름의 의견을 가질 수 있고 전문가로 등극할 수 있다.
최고의 공부법
글쓰기는 나에게 최고의 공부방법이다. 조만간 인문학에 관한 책을 한 권 쓸 예정이다. 인문학의 으뜸은 역사다. 그동안 나는 제법 많은 역사 관련 책을 읽고 요약하고 커뮤니티에 소개해왔다. <부의 역사>, <달러 이야기>,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을까>, <세계사 지식향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역사로 읽는 경제> 등등.
다음은 지리다. 지리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네덜란드 이야기>, <경제는 지리>,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지리의 힘> 등등. 지리를 공부하면서 지정학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처럼 살면 한국이 위험할 수 있다는 강한 위기의식도 생겼다.
콘텐츠 사전 점검
나는 글을 쓰기 전 내 콘텐츠에 대해 사전 점검을 한다. 이게 나 혼자만의 주장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질지 알기 위해서다.
얼마 전 윤은기 회장이 주최하는 백강포럼이라는 곳에서 인문학 콘텐츠를 가지고 처음 강의를 해봤다. 혼자 읽고 생각하고 고민했던 내용들이 어느새 역사와 지리에 관한 이야기가 되어 나왔다. 원래 강연 제목은 “고수의 질문법”이었는데 내가 질문하고 내가 답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런 얘기를 하게 되었다. 지금처럼 살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21세기 이완용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19세기 말 쇄국주의를 주장하다 나라를 말아먹은 것과 데이터 쇄국주의를 하다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런 얘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역사와 지정학 관련 얘기를 했는데 뜻밖에도 참가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책을 읽고 느낀 혼자만의 위기의식에 다른 사람들도 공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이제 다음 과정은 내 생각을 구체적인 글로 옮겨보는 것이다.
고수들의 비법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예일대 물리학과 라마무르티 샹커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책을 쓰다보면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그래서 난 무언가를 제대로 알고 싶을 때 책을 쓴다. 집필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운다. 책을 쓰고나면 학생들에게 새롭게 이해한 부분을 설명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
한국에서 글쓰기와 관련해 한 획을 그은 강원국도 이런 얘기를 한다.
“글은 자신이 제기하고자 하는 주제의 근거를 제시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해 보이는 싸움이다. 좋은 자료를 얼마나 모으느냐에 성패가 좌우된다. 자료가 충분하면 그 안에 길이 있다. 자료를 찾다보면 그 안에 반드시 길이 있다. 글은 자료와 생각의 상호작용이 낳은 결과다.”
그들의 말도 결국 글을 쓰는 것이 최고의 공부 방법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자기수련
글쓰기는 최고의 자기수련 방법이다. 인문학자 고미숙은 <몸과 인문학>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암송과 연극, 필사와 구술 등 고전의 입구에 들어가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최후의 관문이 있다. 바로 글쓰기다. 고전의 지혜와 나의 몸이 화학적으로 융합되는 절정의 순간이다.
쿵푸를 배울 때 교재만 죽어라 읽어대는 이는 없다. 반드시 몸으로 직접 해야 한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지성의 훈련도 이와 같다. 대중이 평생 지식인의 말을 듣고 그들이 쓴 글을 읽기만 한다면 그건 불평등한 배치다. 대중지성이란 대중 자신이 지성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읽고 암기하고 베끼고 한 다음 스스로 글을 써야 한다. 발산과 수렴의 동시성, 오행의 모든 기운을 다 응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운법(開運法)으로 최고다. 글쓰기만큼 보편적인 활동도 없고 원초적인 욕망도 없다.”
최고의 인생역전
우유를 마시는 사람과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 중 누가 더 건강할까? 당연히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다. 책 쓰는 사람과 책 읽는 사람 중 누가 더 많은 혜택을 받을까? 당연히 책 쓰는 사람이다. 책 쓰기는 최고의 공부이다.
변화하고 싶은가? 거듭나고 싶은가?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가? 전문가가 되고 싶은가?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가? 내 안의 잠든 거인을 깨우고 싶은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가?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단연코 글쓰기다.
내 인생은 글쓰기 전과 글 쓴 후로 나눌 수 있다. 나는 글쓰기 전의 내가 아니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진화한다. 매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일요일 새벽이다. 남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시간에 일어나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글을 쓰면서 내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충만함을 느낀다. 책을 쓰는 동안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