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문화 [참지 말고 사이다] 할 말 다 하고도 사랑받는 우리 형님

[참지 말고 사이다] 할 말 다 하고도 사랑받는 우리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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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말고 사이다] 할 말 다 하고도 사랑받는 우리 형님

고구마 같은 며느리
저는 시댁에 빚진 게 많아서 온갖 구박과 괄시에도 찍소리 못하는 며느리예요.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같은 과 복학생인 남편과 눈맞아서 임신했거든요. 졸업하고 취직할 때까지 2년 넘게 시댁에서 생활비, 학비 다 지원해주셨어요. 그래서 시댁엔 찍소리 못해요. 가장 큰 빚을 졌으니까요.

그분이 오심
그렇게 10년 정도 살던 와중에 우리 아주버님이 제작년에 결혼을 하셨는데, 형님이 아주 걸작이에요. 어딘가 천진하고 해맑고 푼수같고 외국인 같은? ㅋㅋㅋ 애교도 엄청 많고 쾌활하고 명랑하고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데 ㅋㅋ 요샌 형님 덕에 시댁 가는 게 너무 좋을 지경이에요. 그동안 있었던 일 몇 가지 나누며 같이 웃어요. ㅋㅋㅋㅋ

1. 설거지
형님이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밥 다 먹고 남자들이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니까 형님이, “잘 먹었으면 밥값 하셔들?” 하면서 설거지를 시키시는 거예요. 참고로 우리 시어머니는 아들만 둘. 김치 찢어서 아들들 숟가락에 올려주고 생선살 발라주는 그런 어머니입니다. 아들들 설거지하는 꼴 절대 못 보시는 분이죠. 당연히 시어머니 노발대발해서 소리지르셨어요.
시모: 어디 남자들한테 설거지를 시키냐? 집에서도 그러냐? 어디서 배웠냐?!!!
형님: 네! 시켜요! 지 똥도 지가 닦는데, 밥그릇은 왜 못 닦아요!
시모: 이게 똥이랑 같냐?!!!
형님: 다르죠! 그 드러븐 것도 닦는데, 지가 방금까지 먹던 밥그릇을 왜 못 닦아요!
시모: 남편한테 지가 뭐냐?!!!
형님: 그러게요!!! 죄송해요!!! 여보 미안!!!!!!
아무말 대잔치 시트콤 같았어요.

2. 꼬박꼬박 말대답
시모: 우리 손주(제 아들)가 지 애비를 닮았으면 공부머리가 있을 텐데, 어쩌고 저쩌고 …….
형님: 둘이 같은 대학, 같은 과, 같은 직업인데 엄니 심술도 참……. 굳이 며느리 머리를 그렇게 무시하고 싶을까.
시모: …….
아주버님이 형님에게 쌈 싸주심.
시모: 너무 마누라만 챙기면 되려 미움 받는다.
형님: 엄니 질투해요? 아버님 뭐하셔요? 엄니 쌈 좀 싸 드려요♡

밥 다 먹고 한숨 돌리고 있을 때,
시모: 뭐하노, 안 치우고!
형님: 그니까요! 여보 뭐하노!

3. 담배
어머니의 두 아들이 다 담배를 피웁니다.
시모: 우리 아들들 담배 끊게 하는 것도 다 며느리들 몫이다. 어쩌고 저쩌고 …….
형님: 엄마야! 엄니도 못한 걸 왜 우리한테 떠넘겨요. 우리야 담배 피는 남자를 만났지만, 엄니는 담배 안 피는 아들을 낳아서 피게 만들어 놓고는 우리더러 책임지래~!
시모: ……. 너는 내 말에 흙 묻을까 겁나냐? 어째 내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따박따박 따지냐?
형님: 히히♥찡긋♥
시모: 내가 한마디 하면 너는 열 마디를 하냐?
형님: 히히♥찡긋♥

우리 아버님은 두말 할 것 없이 형님 이뻐 죽고, 어머님도 형님이 말대꾸할 때 얼굴에 미소가 깔려요. 저도 우리 형님 완전 좋아요!
출처: 네이트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