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반만치만 해봐라!
결혼한지 얼마 안 된 맞벌이하는 동갑내기 부부입니다. 회사 다니면서 집안 살림 빤질빤질하게 해놓는게 저의 낙이었는데, 시어머니 말씀에 질려서 이제는 살림이고 뭐고 다 꼴도 보기 싫네요.
저희 시어머니가 말끝마다 하시는 말씀이, “내 아들 반만치라도 해봐라. 어디 가서 내 아들 반만치만 해도 칭찬 듣는다.” 그런 말 듣는 자기 아들도 창피해 죽으려고 하는데, 진짜 너무 어이가 없어요. 그래서 시어머니가 말씀하신 그대로 이제는 남편 하는 거 딱 반만큼만 하기로 했습니다.
남편 하는 거 반만치만
남편이 집안일 안 하면 저도 안합니다. 남편이 눈치 채고 설거지, 빨래 시작하면 저도 청소기 돌립니다. 요리도 이제 안 합니다. 시어머니가 맞벌이하는 저한테, “반찬 몇가지도 안 하고 그깟 국이나 하나 끓이고 밥은 밥솥이 해주는데 뭐가 힘드냐?” 하십니다. 그런데 밥솥이 해주는 밥을 퍼다 먹지도 못하는 남편이 무슨 요리씩이나 바라겠어요? 가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제 것만해서 먹고, 남편이 설거지, 빨래, 청소, 화장실 청소까지 다하면 요리해 줍니다. 이제 제가 한 밥을 먹고 싶으면 자기가 뭘 해야 되는지 정도는 알고 있네요.
그리고 시댁 가서 시어머니 막말에 방패막이도 못 해줄 거면 저를 데려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시댁 안 가게 된지도 두 달째네요. 그제서야 시어머니가 전화해서 “너희들 왜 안 오니? 바쁘니, 아가야?” 하시는데, 그 아가 죽은지 오래 됐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지난 달에 제사가 있었는데, 남편이 자기는 제사에 못 갈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못 가면 마는거지, 나보고 어쩌라고? 뭐, 니가 하는 거 반만큼만 하라는데, 너 못 가는 거 반절만큼 하려면 나는 반차쓰고 놀러 가야 되는 거냐?” 했더니 조용하네요.
방패막이 못 해주는 남편
원래 치우던 사람이 못 견디고 알아서 치우게 된다고 하는데, 마음에 독이 차니까 도끼눈만 뜨게 되네요. 남편 야근하느라 바쁜 것도 알겠고, 나보다 월급 더 벌어 오느라 고생하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입이 보살이라고, 자기 엄마 아빠가 저한테 저런 소리를 할때마다 막아주거나 도와주지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으니 이제는 저도 딱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남편이 바빠서 저희 부모님이나 자기 부모님 전화 못 받는 게 태반이라 저도 이제 시부모님 전화 안받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자기는 바빠서 전화를 못 받지만 너는 왜 안 받는 거냐고 따지길래, “어머님 말씀대로 니 반만치만 하는 중인데 뭘 나한테 따지냐?” 했더니 한숨만 푹푹….
시부모님이 저희 집에 온다고 카톡이 왔길래 남편한테 나도 짐싸서 내 부모님 보러 친정 가야겠다고 했더니 바로 시댁에 전화해서 오지 마시라고 하네요. 개판 오분 전인 집안 자기 혼자 치우기 싫었나봐요.
평생 저렇게?
제가 백날 이래봤자 자기 엄마 아빠가 저한테 막말할 때 “그만 좀 하셔라.” 이 한마디를 못해요. 제가 저런 소리 끝까지 다 듣는 동안 자기는 입 꾹 다물고 가만히 있거나 가끔은 맞장구까지 치고 집에 와서는 괜히 어깨 주물러주면서 친한 척합니다. 그럴 때는 진짜 귀싸대기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어요.
저도 주말마다 놀러가고 싶은데 못가고 시댁 갔다 왔었는데, 이제는 혼자 놀러도 잘 다녀요. 친구들하고 새벽까지 놀다 들어오고요. 남편 반만치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그 와중에 남편이 “나 오늘 본가에 갈 건데…” 하길래 차 놓고 가라고 했네요. 제가 쓸 거라고요. 그랬더니 차 키 두고 갔어요. 평생 저렇게 살다가 죽겠죠, 뭐…
출처: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