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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 노트] 오래된 삶의 과제 해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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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 노트] 오래된 삶의 과제 해결하기
미해결 과제를 정리해보니 해결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 ©나우엔

나우엔
라이프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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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메시지
나는 가끔 악몽을 꾼다. 아주 더러운 화장실 꿈이다. 재래식 화장실부터 수세식 화장실까지 배경은 다양하지만, 늘 너무 더러워서 토가 나온다. 다음날 아침이면 그 불쾌한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다.
어느 날은 화장실 꿈 속에 예전에 서로 불편하게 인연을 끊은 사람이 등장한다. 그러면 며칠 동안 마음이 찜찜하다. 도대체 이게 뭐지??
비슷한 꿈을 반복해서 꾸니 뭔가 숨은 뜻이 있나 싶어 꿈 해몽에 관한 글을 몇 편 읽어보았다. 그 중에 눈에 들어온 말은 ‘미해결 과제’였다. 마음에 쌓인 불편한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상태를 나타낸다고 했다.
그리고 신화학 박사이자 꿈 작업가 고혜경의 <꿈이 나에게 건네는 말>이라는 책도 알게 되었다. 그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악몽은 시급한 메시지가 있어서 꿈꾼 사람에게 특별한 주의와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꿈이다. 사람들이 악몽에 훨씬 더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119 긴급 메시지는 악몽의 형태로 보내진다. 똑같은 악몽이 되풀이된다면 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도 이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직관이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되풀이되는 악몽은 반드시 다뤄야 할 이슈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몸의 메시지
내 몸에서도 평생 몇 가지 반복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나는 사춘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얼굴에 여드름 같은 뾰루지가 난다. 세수도 신경 써서 하고, 물도 마시고, 운동도 하고, 화장품도 가려 쓰고, 피부과에도 가봤지만 딱히 원인을 찾아내진 못했다. 그래서 내 얼굴에는 지금도 매달 새로운 여드름 자국이 생겨난다.
또 한 가지 반복되는 증상은 자주 체하는 것이다. 뭔가 부담스럽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바로 체한다. 체하면 두통이 따라오는데, 이유 없이 두통이 느껴지면 ‘아, 또 체했구나’ 하고 알아차릴 정도다.
보통은 하루이틀 음식을 조심하면 나아지는데, 심할 때는 3주 정도 밥을 제대로 못 먹는다. 그럴 때는 위장이 튼튼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마음의 메시지
마음에도 반복되는 증상이 있다. 하기 싫은 일을 끝까지 미루는 증상이다.
평소에 나는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해서 내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떤 일에 심리적인 거부감이나 저항감을 느끼면 남에게 욕 먹을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후다닥 해치운다.
처음부터 내가 안 해도 되는 일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런 일은 보통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다. 그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막연히 하기 싫은 저항감과 거부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 회피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도 그 거부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내가 게으른 사람인가? 나는 약속도 못 지키는 한심한 사람인가? 나는 내 감정 하나 제대로 컨트롤 못하는 사회생활 부적합자인가? 등등 자책을 하며 자존감이 바닥으로 끝없이 추락하게 된다.
하기 싫은 일을 회피하려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을 해야 하는데 ……’ 하며 늘 마음을 졸이고 전전긍긍한다. 그게 며칠, 몇 주가 쌓이면 또 체하게 된다. 이 끝없는 악순환이 나를 평생 따라다니고 있는 내 인생의 어두운 그림자다.

하나의 원인
이런 일이 평생 반복되는데도 그냥 살아간다는 게 말이 되나 싶겠지만, ㅎㅎㅎ 나의 어리석음에 나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를 하나로 통합해서 바라보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예전에는 이것을 모두 별개의 문제로 보고 각각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문제가 서로 다른 현상으로 표출되어 나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마음에 짚이는 것은 역시 ‘미해결 과제’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일들과 인간관계들이 내 무의식에 쌓이고 쌓여 내 감정에 악영향을 주고, 내 호르몬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내 심리적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내 불쌍한 위장을 쪼그라들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둔한 내가 그 모든 신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해결책을 찾으러 바깥 세상으로만 돌아다녔으니 여태 헛고생, 헛수고만 한 셈이다. 안타까운 인생… 그래도 어쩌랴. 헛수고를 할 만큼 하고 나서 지금이라도 이걸 깨달았으니 성은이 망극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미해결 과제
먼저 마음 속에 떠오르는 미해결 과제들을 차근차근 적어보았다.

  • 늦게라도 사과편지를 보내고 불편한 감정을 깔끔하게 해소하고 싶은 사람들
  • 그동안의 은혜를 돈으로 갚고 싶은 사람들
  • 서운했던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묵은 감정들을 털어버리고 싶은 사람들
  • 안부 인사와 근황을 전해 드려야 할 분들
  •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미뤄둔 일들
  • 보내주겠다고 약속하고 정리하지 못한 파일들
  • 하겠다고 마음먹고 미뤄둔 여러 가지 계획들
  • 내가 금전적인 서포트를 해주면 좋을 사람들
  • 내가 시간을 내어 생각하고 용서해야 할 사람들

이렇게 적은 내용들을 살펴보며 실제로 언제 해결할지 시간을 정해서 표를 만들었다. (위 사진 참조) 대부분은 올해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었고, 몇 가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새롭게 깨달아지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 그동안 막연히 ‘나에게는 셀 수 없이 많은 미해결 과제들이 있다’고 믿어온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하나씩 차근차근 적어보니 놀랍게도 20가지를 넘지 않았다! 그동안 미뤄둔 일들이 생각날 때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는데, 그게 모두 허상이었다.
둘째, 표를 만들면서 리스트에 올려야 할 일과 그냥 잊고 지나가야 할 일들이 마음 속에서 분명하게 정리되었다.
셋째, 앞으로 더는 단 한 가지 일도 미루지 말자고 다짐했다. 미루면 빚이 되고, 빚에는 이자가 붙는다.

홀가분한 인생
이제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을지 나도 궁금하다. 그리고 만성적인 여드름과 미루는 습관이 극복될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앞으로 매의 눈으로 나의 변화를 지켜볼 것이다.
그동안 속으로만 생각하던 문제를 이렇게 꺼내 놓고 보니 분명한 끝이 보여서 좋다. 그리고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해치운 것 같아 마음이 후련하다. 앞으로 홀가분한 인생을 살아갈 나 자신과 모두에게 우주의 무한한 사랑과 축복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