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정 페어팩스 시의원 당선자 © 워싱턴 코리안뉴스
버지니아 페어팩스 시에 최초의 한인 여성 시의원이 탄생했다. 페어팩스 시는 페어팩스 카운티의중심 도시로 주민 중 약 17% 가량이 아시아계이고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자마자 KOREAN LIFE가 직접 페어팩스에 있는 임소정 당선자의 사무실을 찾아가 인터뷰를 나누었다.
▶ 임소정 시의원님, 먼저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인 여성으로서 시의원에 출마하시게 된 배경이 제일 궁금한데, 간략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제가 2015년부터 2년간 이 지역 한인연합회 회장을 맡게 됐어요. 그러면서 KORUS 한인문화축제를 처음으로 적자 없이 치러냈고, 또 페어팩스 카운티 예술 프로그램 기금을 제가 직접 신청해서 3년간 8만불의 지원금을 받게 됐어요. 그리고 경찰관, 소방관, 선생님들을 초대한 감사의 밤 행사를 진행하면서 우리 한인들이 주류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이 지역 하원의원들과 접촉할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그분들이 저를 보고 ‘처음에 말한 그대로 해내는구나!’ 하면서 시의원 출마를 권유하셨어요.
▶ 시의원 선거 유세는 어떻게 하셨나요?
제가 시의원 출마 권유를 받은 시점이 후보등록 마감 이틀 전이었어요. 그 이틀 안에 유권자 200명의 추천을 받아서 제출해야 하는데, 사실 저는 이 동네에 아는 사람이 50명도 안 됐어요. 그래서 가족들한테 얘기를 했더니 남편이 적극적으로 도와줄 테니까 해 보라고 그래서 남편 도움 덕분에 등록을 하게 됐죠. 그리고 투표일까지는 약 50일 정도가 남은 상황이어서, 페어팩스시에 살고 있는 2,600가구를 2번씩 방문하기로 목표를 세웠어요. 그래서 제가 한 팀, 자원봉사자 한 팀, 이렇게 두 팀으로 나누어서 평일에는 4시간, 주말에는 8시간씩 걸으면서 모든 가정을 방문해서 인사하고 공약 설명하고, 아무도 없으면 편지 남기고, 방문한 집에는 제가 직접 엽서를 써서 보냈어요. 아마 한 1,000장 정도 쓴 거 같아요. 그리고 매주 이벤트를 열었어요. 공원에서 피자파티도 하고, 집에서 이웃들 초대행사도 하고, 또 한인 유권자분들 초대행사도 했어요. 한인 유권자분들이 대부분 나를 모르는데 과연 와 주실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격려해 주셨고, 또 어떤 이웃분은 자기가 페어팩스에서 5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엽서 처음 받아봤다고 하시면서 격려해 주셨어요. 그런 분들의 지지 덕분에 당선이 된 것 같아요.
▶ 그런 과정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매일매일 걸으면서 집집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처음에는 좀 어색하기도 했는데, 유권자분들이 대부분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또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활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예전에 한인회장 한다고 했을 때는 친구들이 별로 관심도 안 보였는데, 이번에 시의원 나간다고 하니까 응원도 많이 해 주고 후원도 많이 해 줬어요. 또 저희 남편과 큰 아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분들이 같이 열심히 도와주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혹시 학창시절부터 남다른 리더십이 있으셨나요?
아니요. 저는 학창시절에 클럽활동 같은 것도 거의 못했어요. 엄마아빠가 두 분 다 일하시니까 저는 학교 끝나면 집에 와서 밥하고 집안일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제 성격이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꼭 해내고야 마는 그런 게 좀 있어서 친구들이 저보고 ‘레이저’라고 했었어요. 하여간 어릴 때는 남들처럼 학창시절을 못 즐기니까 싫고 부모님 원망하고 그랬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 덕분에 일찍부터 책임감 있게 사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 시의원 다음에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요?
사실 지금은 이 다음에 대한 계획이 특별히 없어요. 제가 한인회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저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졌듯이, 시의원으로서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다음 기회의 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유권자분들께 약속한 대로, 한 달에 한번씩 유권자분들 집 방문하고, 그분들 얘기에 귀 기울여 듣고, 지속적인 설문조사를 해서 그분들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그러면서 제가 공약한 것들을 하나씩 실천해 가는 게 저의 지금 계힉이에요.
▶ 우리 한인 2세들에게 참 좋은 롤모델이신데, 그들에게 한마디 메시지를 주신다면요?
저는 초등학교 때 이민 온 1.5세인데, 잘 아시겠지만 1.5세, 2세들은 한인 사회에 거의 개입을 안 하려고 해요. 저도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한국말도 서툴었어요. 그런데 학교 졸업하고 보험 비즈니스를 시작해 보니, 제 고객의 75%가 한국 사람인 거예요. 내가 한국 사람이고 이분들 덕분에 돈을 벌고 살았구나. 그러면 이제는 한인 사회에 봉사를 좀 해야겠다 싶어서 한인회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러면서 한인 사회에서 배우고 익힌 게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고, 한인들의 정치력을 키우는 일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어요. 정치인들이 백인들 모인 행사에는 안 가지만, 타 민족이 모인 행사에는 와요. 그들의 투표 영향력을 의식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한인 2세들이 주류 사회로 많이 진출하고 또 한인 사회에도 참여하면서 한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 결국은 자신과 한인 사회 전체를 돕는 일이라는 점을 꼭 얘기해 주고 싶어요.
임소정 시의원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1.5세들의 잠재력과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1.5세들은 말 그대로 미국 주류 사회와 1세대 한인 사회를 연결해주는 다리이다. 그들이 주류 사회에서 활동하면서 동시에 한인 사회에 들어와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며 한인 사회의 위상을 높여가는 모습이 참으로 감사하고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