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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NC에서 글로벌 한류문화축제 만들어낸 이희옥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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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글로벌한류문화진흥연합회 캐롤라이나지회장

NC스테이트 페어그라운드에서 5천여 명의 열광 속에 열린 ‘제2회 NC코리아페스트’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댄스경연 시상식 직후 모든 참가팀을 무대로 초대해 K-POP을 배경으로 즉석 댄스파티를 열었을 때, 대부분 다른 나라 청소년인 그들이 한국 노래를 유창하게 따라 부르며 안무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은 정말 압권이었다. 이 멋진 행사가 도대체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KOREAN LIFE는 이 행사를 처음 기획하고 2회에 걸쳐 성공적으로 주최한 글로벌한류문화진흥연합회 캐롤라이나지회 이희옥 회장을 만나 궁금한 이야기들을 들어 보았다.

회장님, 이 행사를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시작을 이야기하자면 사실 세월이 길어요. 제가 9살 때 워싱턴으로 이민을 왔는데, 그 전부터 한국 무용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중고시절부터 한국무용단 활동을 했고, 89년도에 결혼하고 랄리로 이사를 오면서 International Festival of Raleigh 행사에서 한국무용 공연을 시작으로 나중에 한국인 대표 역할을 맡게 되면서 벌써 30년째 이런저런 국제문화교류 행사에 참여해오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2016년에 LA에 있는 글로벌한류문화진흥연합회와 인연이 닿으면서 제가 캐롤라이나지회를 맡게 됐고, 그때 품었던 비전이 ‘5년 안에 코리언 페스티벌을 열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창립 1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당시 랄리한인회 유충현 회장님께서 큰 행사장을 협찬해주신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일찍 제1회 NC코리아페스트가 탄생하게 된 거죠.

올해 행사는 작년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진행되었는데, 얼마나 준비하셨나요?

1회 행사 끝나고 바로 2회 행사 준비 들어갔으니까 거의 1년 동안 준비한 셈이에요. 홍보영상 제작부터 시작해서 크고 작은 일들을 1년 동안 꾸준히 준비해서 행사 당일에 멋지게 펼쳐 보이는 거죠. 저희 부회장님 여덟 분이 적재적소에서 도와주고 계셔서 정말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분들 중에는 한국과 인연이 있는 분들도 있고 그냥 한국이 좋아서 참여하신 분들도 있는데, 제일 어린 20대 친구는 자기가 스스로 한국 이름도 짓고, 한복도 만들어 입고, 저희 한국무용단 활동에 K-POP 댄스 공연도 하고, 심지어 자기 남자친구를 ‘오빠’라고 불러요. 그렇게 순수하게 한국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여서 다양한 인종, 배경, 연령층을 대변하면서 역할을 나눠서 도와주시니까 이렇게 큰 행사를 잘 치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행사에 오신 분들이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고, 또 행사 프로그램부터 사회까지 모두 다 영어로 진행되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희 행사의 목적이 한인 1.5세, 2세, 3세들과 미국 현지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주자는 거였어요. 왜냐하면 2세, 3세들이 한인 행사에 가면 한국말을 잘 모르니까 재미도 없고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서 점점 커갈수록 한국인의 뿌리를 잊어버리게 되죠. 그래서 저희는 2세, 3세들이 자기 미국인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한국문화를 즐기고 체험하면서 자신이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K-POP에 한국 전통문화를 접목시켜서 1세와 2, 3세, 그리고 한인 사회와 현지인들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게 된 거죠. 그래서 행사 프로그램부터 사회까지 전부 영어로 진행하는 걸 과감하게 시도했어요. 그런데 행사에 참여한 많은 부모님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이런 행사가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시고, 또 한국인 입양아를 키우시는 분들이 아이의 모국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몇 시간씩 운전해서 오시기도 했어요. 그런 분들 얘기 들을 때마다 너무너무 보람차고, 참 잘했다 싶고, 내년에 더 좋은 행사를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요.

큰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어려운 점도 많으실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려우셨나요?

아무래도 행사기금을 마련하는 문제가 제일 크죠. 감사하게도 1회 행사 때부터 자발적인 기부를 해주신 분들이 계셨고, 이번 행사부터는 입장료를 받아서 행사기금의 반 이상을 충당했어요.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스폰서를 찾아야만 해요. 이 근방에 있는 한국 기업, 미국 기업들 많이 찾아 뵙고 도움을 청했는데, 특히 올해는 맥도날드에서 큰 도움을 주셨어요. 한류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미국 기업의 도움으로 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내년에는 더 많은 미국 기업들로부터 스폰서를 받으려고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혹시 한국 정부나 랄리 시청에서 지원을 받을 수는 없나요?

저희 단체 총회장님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서 정부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실 계획이고, 또 랄리 시청에 지원금을 요청하려면 2년 이상 행사를 진행한 기록과 2만불 이상의 행사비 사용 내역을 제출해야 돼요. 그런데 저희가 1회 행사를 무료로 했기 때문에 아직 자격이 안 돼요. 그래서 내년 3회 행사를 잘 치르는 게 지금 저희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과제예요.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3회 행사를 잘 치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NC코리아페스트’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한류문화축제로 자리를 잡게 될 것 같아요.

그녀와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후, 트라이앵글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에 16살 한국계 소년이 솔로피아니스트로 참여한다는 안내를 보내주셨다. 알고 보니 그녀는 트라이앵글 오케스트라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알아보니 그 동안 랄리한인회 부회장, 문화부 위원장, 트라이앵글 한국학교 이사와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이희옥 무용단 ‘Imperial Jewel’을 창단해 21년 째 이끌어 왔으며, 트라이앵글 한국학교와 Duke대학 지원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의 춤과 음악을 한인 2세 및 현지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인 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여해 오신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문득 한인 1.5세로서 그녀의 삶 자체가 1세대와 2, 3세대, 그리고 한인사회와 미국 현지인 사이의 징검다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1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고, 많은 현지인들과 2, 3세대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로로 한국 문화를 전해주고 있었다. 그녀의 꿈 덕분에 우리가 해마다 랄리에서 한인 1세대와 2, 3세대, 그리고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수많은 외국인들과 함께 NC코리아페스트를 즐길 수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