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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길 칼럼] 미국의 언론 상황 이해하기 –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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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길 칼럼] 미국의 언론 상황 이해하기 – 4편
보수 성향 라디오 방송 '러시 림보 쇼' 진행자 러쉬 림보 ©Rush Limbaugh Show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

왜 미국에는 진보 언론은 많은데 보수 언론은 별로 없는가?

언론의 공정성
언론을 움직여 가는 것은 언론인이며, 언론인도 인간이기 때문에 사상적 편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각각의 언론사들 역시 나름의 사상적 편향성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언론사나 언론인들이 ‘언론’이라는 무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사회적 경종이다. 그래서 필자가 지난 5월 KOREAN LIFE 신문을 창간하면서 다짐한 것 중 하나가 정치적으로 최대한 공정하겠다는 점이었다.

한국의 언론도 크게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있고, 미국의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서로가 상대편에 대해 무시하고 폄하하며 상대방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헌법상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에 상대방을 비난하고 비하하는 표현의 강도도 훨씬 더 강하고 심각하다.

미국 언론의 심각한 편가르기
미국의 언론들은 언론의 자유를 남용하다 못해 직접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 언론이 직접 현실 정치에 뛰어들면 그 언론은 공정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 결과 민주당 지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하하며 어떻게든 닉슨 대통령처럼 중도하차를 시키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고, 공화당 지지 언론들은 민주당 지지 언론들을 공격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특이하게 민주당 지지 언론이 90% 이상으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고, 보수 공화당을 지지하는 언론의 숫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공화당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자신의 트위터와 대중 연설을 통해 언론전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렇게 정치 진영에 따른 언론의 편가르기는 미국에 또 한번의 남북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보수 언론은 왜 적은가?
미국 국민들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와 진보가 거의 반반 수준인데, 보수 언론의 숫자는 10%도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미국 보수 언론의 좌장 러쉬 림보(Rush Limbaugh)가 지난 4월 9일자 방송에서 설명한 내용을 살펴보자.

지난 호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미국의 NBC, ABC, CBS 등 3대 방송사 모두 유태인이 주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언론 FOX의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까지 포함하면 미국의 방송사는 거의 유태인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이제 미국에 보수 언론이 적은 이유에 대해 러쉬 림보의 설명을 들어보자.

미국의 대기업들이 언론사를 소유하기 시작하면서 언론 부서(이하 언론 자회사)의 모기업에 대한 수익 기여도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GE라는 대기업 입장에서 언론 자회사인 NBC의 수익 기여도가 아주 작다는 것이다.

한편 각 언론사에 진보 성향의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입사하기 시작했다. 진보 성향의 직원들이 대세가 되어 목소리를 높이자 보수 성향의 직원들이 언론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미국의 언론사들은 초기부터 진보 성향의 사람들이 시작하였고 그들이 주류가 되었다. 반면 보수는 처음부터 설자리가 별로 없었다. 따라서 언론에 관한 한 미국에서 보수와 진보는 다윗과 골리앗과 같았다. 보수 언론이 진보 언론에 대항하는 것은 마치 소기업이 세계적인 재벌 기업과 싸우는 셈이었다.

대기업이 소유한 미국 언론
보수 언론을 키우기 위해 진보 언론을 사들이면 어떠냐는 의견이 있다. 그런데 미국 언론사들의 주인은 대부분 대기업이다. 따라서 만약 ABC를 인수하려면 모기업인 월트 디즈니를 인수해야 하고, NBC를 이기려면 Comcast라는 재벌 기업을 인수해야 하고, CNN을 사들이려면 Time Warner라는 공룡 기업을 인수해야 한다.

각 언론사들이 수입 측면에서는 적자일지라도 대기업 입장에서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CNN이 마이너스 방송사라 하더라도 Time Warner 입장에서는 정치적 측면에서 가치가 있고 필요하기 때문에 CNN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보수 언론사 설립의 어려움
이와 같은 진보 언론사와 경쟁하려면 보수들이 돈을 모아 보수 언론사를 설립해야 한다. 그런데 돈이 있는 사람들은 결국 사업가들인데 그들은 뻔히 적자가 나는 언론사업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돈 많은 보수들은 돈 없는 민초들처럼 사상적으로 철저한 보수도 아니다.

보수 언론 FOX NEWS를 설립한 루퍼트 머독 회장 ©westernjournal.com

예를 들어 보수 언론의 대표 방송인 FOX NEWS의 주인 루퍼트 머독은 ‘상대적’으로 보수다. 그는 FOX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사업을 하는 기업의 총수다. 그의 사업 측면에서 FOX NEWS가 우선 순위에 있지도 않다. 그가 FOX NEWS를 설립한 이유는 그가 보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사업 기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보수 성향 부자들 중에 보수의 가치를 확산하고 진보 언론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언론사를 만들자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사업가로서 진보 언론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진보 언론인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보수 언론의 틈새 시장
이런 상황에서 골리앗 같은 진보 주류 언론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바로 러쉬 림보의 보수 라디오 토크쇼였다. 보수 라디오 토크쇼가 성장하자 이것을 TV에 접목시킨 것이 FOX NEWS의 탄생이었다. 보수 TV 방송이 없었기에 FOX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보수 언론의 틈새 시장을 잘 공략한 결과였다. 현재 FOX는 미국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다.

결론적으로, 부자 보수들이 CNN이나 ABC와 경쟁하려면 대기업 월트 디즈니나 타임 워너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진보 주류 언론에 맞서는 방법이 보수 언론사를 설립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진보 언론과 싸우는 것은 인간의 마음과 정신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를 끝으로 미국 언론 상황에 대한 시리즈를 마친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