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2일은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아주 특별한 날이 되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거의 68년이 된 시점이다. 이날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북한 7800만 명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모든 한인 동포들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평화회담에 눈과 귀를 모으고 그들의 만남을 지켜 보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순간, 마치 한반도에 평화의 비둘기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훨훨 날아오르는 듯했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서로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대등한 지위로 세계 무대에 나란히 선 모습은 놀랍기 그지 없었다.
우리 한반도가 현재의 남과 북으로 나뉘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거의 끝나가던 1945년 2월 얄타회담 때문이었다. 그때 미국의 루스벨트,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이 일본에 강제점령된 조선을 남과 북으로 나누어 미국과 소련이 각각 신탁통치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결과 한반도는 8월 15일 해방과 더불어 남과 북으로 쪼개지는 운명이 되었다. 그리고 5년 후인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에 의해 같은 민족끼리 3년에 걸친 처절한 전쟁을 겪어야 했다. 그후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날 때까지 55년 동안 단 한 번도 남북한 정상간의 만남이 없었다. 2007년 10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국제 정세의 변화는 참으로 예측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북한이 핵 미사일 시험발사를 연달아 감행하며 미국에 핵 공격 시위를 하자, 전 세계가 핵 전쟁의 위협에 휩싸였고 미국에 사는 많은 한인들이 한국에 있는 친인척들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였다. 그에 더해 자신들의 한국 방문을 보류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심지어 올해 2월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들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우려하며 마지막까지 참석 여부를 저울질했다. 그런데 그 평창올림픽에 남북한이 ‘KOREA’라는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단일팀으로 참가했고, 이어 조용필, 최진희 등을 비롯한 남한 예술단이 평양을 방문해 남북관계에 따스한 봄바람을 불어 넣었다.
이렇게 어렵게 이어져 오던 남북 평화의 노력은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 원장의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2018년 5월 6일에는 문재인–김정은 2차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 포르에서, 1945년 얄타회담으로부터 73년이 지난 시점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갖게 된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강대국에 의해 결정되었던 불행한 1945년 얄타회담 이후 73년만에 다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초석이 될 희망의 2018년 싱가포르 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이번 싱가포르 평화회담은 남북의 평화를 넘어 남북미 평화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트럼프-김정은 간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서 한반도와 남북미 간의 평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으로 평가된다. 68년 간의 남북 분단으로 우리가 얻은 것은 오직 고통과 슬픔뿐이었다. 따라서 이제는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간절히 바라는 남북한 국민들의 염원과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미국의 현실적인 필요가 만났으니, 지금은 남한도, 북한도, 미국도 다시 과거로 돌아갈 이유가 전혀 없다. 이제 남북미 평화의 시대는 열린 것이다. 문재인, 트럼프, 김정은 세 지도자들이 자국민의 안전과 세계 평화를 위해 부디 서로 현명하게 잘 협력해 주기를 기원한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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