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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요리] 2. 새로운 도전, 요리 공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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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요리] 2. 새로운 도전,  요리 공부 시작
김혜리 셰프 Carmen Kim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
Niagara College Cook Apprenticeship
Canada Red seal Chef
(캐나다 국가공인 기술자격)
Root & Bone Sous Chef
[email protected]

저의 지난 이야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그럼 이어서 이번 호에서는 나이아가라 정착기와 요리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이아가라에 정착
결혼 전 저의 남편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나이아가라에서 유학중이었습니다.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나이아가라 폭포는 토론토에서 1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고,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세계명소 중 하나입니다.
저희는 에드먼튼에서 경험을 쌓은 후 남편의 대학 본과 진학을 위해 나이아가라로 돌아올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에드먼튼 생활을 정리하고 나이아가라에 와 남편은 학업에, 저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구직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미 키친 경력이 있으니 맨 처음 구직을 할 때보다는 한결 수월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첫 직장에서의 추천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캐나다에서는 새 직장을 구할 때 누군가의 추천서(Reference)가 매우 중요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을 구하거나 이직을 준비할 때 교수님이나 또는 예전 직장 수퍼바이저의 추천서가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직장
나이아가라는 세계적인 관광지이면서 동시에 와인 산지이기도 해서 좋은 레스토랑이 많아 지원하고 싶은 곳도 많았습니다. 일하고 싶은 곳 몇 군데에 이력서를 보내고 머리도 식힐겸 나이아가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폴스뷰 카지노(Fallsview Casino)에 다녀온 날이었습니다.
흔히 ‘카지노(Casino)’라고 하면 게임만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할 수도 있는데(저도 그랬으니까요^^) 실제 카지노 건물 안에는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호텔과 쇼핑시설, 공연장, 그리고 많은 레스토랑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 이탈리안 파인다이닝이 제 눈에 띄었습니다. 고급스럽고 멋진 레스토랑을 바라보며 ‘나도 저런 곳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동경이 일었습니다.
관광객으로 며칠을 보내고 다시 치열한 현실로 돌아간 어느 날,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 있는 한 호텔에서 인터뷰 연락이 왔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호텔에 첫 발을 들이는 순간, 여기서 꼭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영어 인터뷰는 여전히 저에게 녹록치 않은 과제였습니다. 총괄 셰프님과의 인터뷰 결과, 그분이 저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좋게 봐주신 덕분에 나이아가라에서도 안정적인 새 직장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호텔이라는 특성상 연회 요리 외에도 손님들께 직접 요리를 해드리는 경우가 있는데, 요리를 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오신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는 일이 저에게 잘 맞았기에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호텔에 오시는 손님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으며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한 요리를 먹으며 누군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내가 행복해하는구나.’ 그래서 그때 생각했습니다. ‘더 잘하고 싶다. 더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고 싶다.’

캐나다 요리학과 진학
호텔에서 조금씩 인정을 받으며 일하면서도 정식으로 요리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건물에서 한 서류 양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정한 경력과 직장에서 허락을 해주면 대학에서 정식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술직종을 위한 도제과정(Apprenticeship) 정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내가 자격조건이 될까 생각하면서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는데 감사하게도 합격이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요리 경력을 쌓으면서 좀 더 전문적인 요리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저는 그렇게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주경야독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과정이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공부할 기회를 얻은 것 자체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다닌 나이아가라 컬리지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고 와인 산지이기도 한 이 지역의 특성 덕분에 호텔, 관광, 요리, 식음료 서비스, 와인, 맥주 제조 등 요식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특히 잘 갖추어져 있는 대학입니다.

한식에 대한 관심
캐나다 요리학과에서 공부하는 동안 세계의 수많은 요리를 접하게 되면서 저에게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건강에도 좋고 맛있고 보기에도 좋은 한식요리가 정말 많은데, 요리학과에서 다른 아시아 요리는 가르치면서 왜 한식은 많이 언급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한국 요리가 아직 요리학과 교재에 실릴 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물론 예전에 비해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도 많아지기는 했지만, 바라건대 전세계 요리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재에 다양한 한식 요리가 당당히 소개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한식에 대한 저의 관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비록 서양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있지만 나의 뿌리 음식을 더 깊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한식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저의 한식사랑 이야기는 앞으로 천천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도전
열심히 학교 생활을 마치고 졸업이 다가올 즈음, 또 다른 꿈이 제 안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카지노 출신이셨던 저의 담당 교수님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교수님, 카지노 파인다이닝은 어떤 곳인가요?”
“음……, 카지노 안에는 수많은 레스토랑이 있는데, 파인다이닝 쉬프트를 받으려면 오랜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할 거야.”
“그렇군요…….”
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도 저는 제가 원하는 파인다이닝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왠지 모를 자신감과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의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아신 교수님의 추천으로 저는 마침내 카지노에 면접을 보러 갔고 합격하였습니다.

나의 첫 파인다이닝
드디어 카지노에서의 요리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스케줄이 짜여졌기에 제가 파인다이닝 쉬프트를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 요리에 매력을 느끼던 순간을 떠올리며 점점 더 디테일한 요리를 하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카지노 안에는 많은 인터내셔널 레스토랑과 두 개의 파인다이닝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제가 지난 번 나이아가라에 처음 와서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봤던 이탈리안 파인다이닝 폰테베키오(Ponte vecchio)였습니다.
처음 나이아가라에 왔을 때만 해도 저는 요리 경력만 있었지 요리를 제대로 공부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을 뿐 지원할 용기는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곳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인다이닝에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파인다이닝 요리사들은 Black box challenge라는 시험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처럼 요리 주제를 받자마자 냉장고로 뛰어가 재료를 골라와서 바로 요리하고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일종의 실기시험이었습니다. 저는 시험공고 날짜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공고가 나자마자 제일 먼저 달려가 신청을 했습니다. 어떤 요리 주제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9코스의 완벽한 요리를 정해진 시간 안에 스크래치로 완성해야 했습니다.
*스크래치 요리(Scratch cooking) : 이미 준비된 음식이 아니라 원재료를 가지고 처음부터 직접 요리를 하는 것
그래서 많은 공부를 하며 재료의 변수가 생겼을 때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메뉴 구상을 하며 혼자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드디어 챌린지 날이 되었고 저의 노력이 빛을 보았는지 저는 좋은 성적으로 정식 파인다이닝 요리사가 되었습니다.
그후 저에게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다음 편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스파게티 알라 푸타네스카

오늘은 이탈리안 파스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을 수 있는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스파게티 알라 푸타네스카(Spaghetti alla puttanesca)’는 이탈리아 나폴리 지역의 사교계 여성들이 보존이 용이한 재료들로 대충 빠르게 만들어 먹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합니다. 이탈리안 가정의 일상적인 재료인 안초비(유럽 멸치), 케이퍼, 올리브 등을 사용하여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아서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파스타입니다.

* 2인분 기준
▶ 재료: 스파게티면 (1인분 : 건면 기준 60g~90g), 생마늘 2-3톨, 안초비 4마리, 케이퍼 1작은술, 올리브 반컵(블랙 올리브 또는 원하는 올리브도 가능), 페퍼론치노 2개(홍고추나 칠리 플레이크로 대체 가능), 데쳐서 껍질을 깐 토마토 2개 또는 홀토마토 통조림(1캔 기준으로 주스까지 3컵 분량), 올리브유 4큰술, 바질 4잎(말린 바질, 파슬리, 오레가노로 대체 가능), 소금 약간

스파게티 알라 푸타네스카 재료 ©김혜리

▶ 방법

1. 프라이팬에 올리브유 2큰술을 두른 후, 다지거나 얇게 썬 마늘을 약한 불에서 볶습니다.

2. 마늘향이 올라오면 팬에 작게 썬 안초비, 케이퍼, 올리브, 다진 페퍼론치노를 넣고 볶은 후 으깬 토마토를 넣고 자작하게 끓여줍니다.
Tip : 안초비, 케이퍼, 올리브는 모두 염장 식품이므로 소금 간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하시면 마지막에 간을 보신 후 조금만 해주세요.

3. 소스가 만들어지는 동안 소금 을 넣은 끓는 물에 파스타면을 *알 덴테 상태까지 삶습니다.
*알 덴테(Al dente) : 면을 건져씹었을 때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로 살짝 덜 익은 상태
Tip : 면수는 버리지 말고 파스타소스 농도를 조절할 때 사용합니다.

4. 면이 다 삶아지면 물기를 제거한 후 올리브유 1큰술을 뿌려서 살짝 버무려준 뒤, 준비해둔 소스에 넣고 양념이 잘 배도록 2~3분 정도 더 조리해줍니다.

5. 접시에 플레이팅한 후 마무리로 올리브유 1큰술과 *시포나드한 신선한 바질을 뿌려줍니다.
*시포나드(Chiffonade) : 채소나 향초를 겹친 뒤 돌돌 말아 잘게 써는 칼질 방법. 말린 바질을 사용하실 경우 소스 만들 때 넣어주세요.

▶ 레시피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