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인사를 하네?
8개월 전 새로운 동네로 이사했다. 북한강변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었는데 강변에 예쁜 산책로가 있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이사한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새벽 산책이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즐겁게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등교하는 한 초등학생을 만났다. 그런데 눈빛이 마주치자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꾸벅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안녕하세요?” 깜짝 놀라서 엉겹결에 대답했다.”응… 그래! 너도 좋은 하루!” 인사를 받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이번에는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학생이 또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정말 인사성이 밝은 아이들이구만! 하하하!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경험이다.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동네 아이들이 인사성이 밝다고 나도 앞으로 산책로에서 만나는 동네분들과 인사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나도 인사를!
다음 날부터 나도 산책로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조금 부끄러웠지만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인사하자, 모두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재미와 자신감이 생겼다. 나이 50을 넘어 느끼는 놀라운 기쁨이었다. 산책로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인사를 하고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고 이름을 물으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산책하며 인사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그리고 어느 새 산책로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인사를 하게 되었고, 이제는 동네분들이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동네 초등학생에게 받은 인사 하나가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했다. 단 8개월만에 100여명이 넘는 동네분들과 인사 친구가 된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먼저 웃으며 인사한 것이 내 일상에 작은 기적을 만들었다.
조지 버나드 쇼의 미.인.대.칭
세계적인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또한 인사 하나로 기적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부끄러움을 많이 탔던 모양이다. 너무 내성적이고 말도 잘 못해서 혼자 있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혹시 무슨 말을 할라치면 얼굴이 빨개져서 놀림감이 되곤 했다.
어느 날 버나드 쇼는 평생을 이렇게 소심하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신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가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일이었다. 어린 버나드 쇼는 동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그러다 점점 인사에 더해 기분 좋은 칭찬을 곁들였다.
“안녕하세요? 모자가 참 예쁘네요.”, “안녕하세요? 눈이 정말 아름다우세요.”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얼굴도 빨개지지 않았다. 버나드 쇼는 이후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화했다. 그는 미소와 인사로 성격을 바꾸어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었다.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라는 책을 쓴 동탄시온교회 하근수 목사님은 어릴 적 부친에게 배운 가장 큰 교훈이 ‘인사를 잘해라’였다고 한다. 하 목사는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는 표어를 교회 건물, 교회 버스, 강대상 뒤에 붙이고 교인들을 격려했다. 그러자 모든 교인들이 습관처럼 서로 인사하며 친해지게 되었다. 이런 인사의 힘 덕분에 교인 3,000명의 교회로 성장했다. 그는 ‘먼저 인사하기’를 넘어 ‘먼저 찾아가 인사하기’를 추천한다. 내가 먼저 봤다면 먼저 찾아가서 인사하라는 뜻이다. 역시 인사의 고수다운 조언이다.
심리적 부담 효과
심리학에 ‘심리적 부담 효과’라는 것이 있다. 사람은 인간관계에서도 형평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칭찬 한마디를 들으면 나도 칭찬으로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갖는다. 따라서 기분 좋은 인사를 받게 되면 다음에는 내가 먼저 인사를 돌려주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공자는 거언미 래언미(去言美來言美)라고 했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는 뜻이다. 반대로 가는 말이 꼬우면 당연히 오는 말도 꼬울 수밖에 없다. 내가 먼저 웃어주고, 먼저 인사하고, 먼저 안부를 물으면 그들도 기분 좋은 것으로 나에게 보답하려 한다.
인사할 때 가장 많이 웃는다
사람은 언제 가장 많이 웃을까? 메릴랜드주립대의 로버트 프로빈 교수는 사람은 인사할 때 가장 많이 웃는다고 한다. 사람들과 만날 때 더 적극적으로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웃게 되고, 웃는 조직이 된다고 한다. 프로빈 교수는 웃음이 많은 기업이 웃지 않는 기업보다 평균 40%에서 300%까지 생산성이 증대된다고 말한다.
즐거운 일터를 만들고 싶다면 기본으로 돌아가보자. 내가 먼저 인사하고, 찾아가서 인사해보자. 그리고 가까운 동료들에게 안부를 물어주자. 그들의 미소가 돌아올 것이다.
저작권자 © KOREAN LIFE 무단전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