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유머 브랜딩
중국의 주은래 총리는 중국 지도자들 가운데 외국 기자와 가장 많은 인터뷰를 한 지도자였다. 1970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한 미국 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현재 중국엔 8억 인구가 살고 있는데, 화장실을 몇 개나 지어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십니까?”
다분히 야유가 섞인 무례한 질문이었지만 그렇다고 답변을 안 할 수도 없었다. 잠깐 생각에 잠긴 주 총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중국엔 화장실 두 개면 충분합니다.”
“두 개라니요?”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 둘만 있으면 됩니다.”
황당한 질문을 위트 있게 넘기는 주은래 총리의 순발력에 그의 호감도가 상승한 것은 물론,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까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재치 있는 유머로 자신을 유쾌한 리더로 브랜딩한 것은 물론, 국격까지 향상시킨 것이다.
사람을 즐겁게 하라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의 랄프 옌센 소장은 자신의 저서인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흥미로운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 다음에 등장하는 것이 꿈과 감성을 파는 감성 사회로, 이제 기업은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함께 꿈과 감성까지 팔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라고 권한다. 무엇보다 유머러스한 리더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까지 유쾌하게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위스 시계회사 스와치그룹의 닉 하이에크(Nick Hayek) 사장은 유쾌함이 넘치는 리더다. 그는 시계를 양손에 차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는 시계를 정말로 사랑합니다. 그래서 시계를 양손에 차고 다닙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스와치그룹의 설립자인 제 아버지는 양손에 시계를 2개씩 차고 다닌답니다. 하하하.”
자신이 하는 일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며 동시에 회사 홍보까지 자연스럽게 하는 유머 브랜딩의 고수라 하겠다.
그는 사람들을 웃게 하면 오랫동안 기억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단편적인 유머는 쉽게 잊혀진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 녹아든 유머는 오랫동안 살아남아 그 사람을 즐거운 사람으로 브랜딩한다.
유머 PR 시대
현대는 자기 PR시대이다.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 PR이라지만, 요즘은 피터지게 알려야 살아남는다. 나를 알려야 살아남는 자기 PR시대에 기왕이면 기분 좋게 알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즐거운 관계를 만드는 유머 PR(Pleasure Relationship)이 필요하다. 유머 PR을 통해 자신만의 유머 향기를 만들어보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베스트셀러 『웃음』에서 ‘인간은 죽어도 유머는 남는다’고 말했다. 링컨, 처칠, 레이건 등과 같은 세계적인 정치 리더들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그들의 정치적 업적보다는 유머를 통해 만들어낸 그들의 유머 브랜딩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유머 브랜딩의 파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사의 모든 면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스와치 시계의 닉 하이에크 사장의 유머에 대해 들었는지 롤렉스(ROLEX)의 앙드레 하이니거(Andre Heiniger) 회장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하이니거 회장에게 물었다.
“자네 요즘 시계 장사는 좀 되나?”
그러자 하이니거 회장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시계? 글쎄, 그걸 내가 어찌 아나? 내가 모르는 분야라네.”
그의 말을 듣고 친구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되물었다.
“아니, 세계 최고의 시계를 파는 자네가 시계를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그러자 하이니거 회장이 말했다.
“무슨 소리인가? 난 시계 장사가 아니라 보석 장사일세!”
대부분의 시계업체들이 시계를 패션으로 정의하고 경쟁하는 동안 롤렉스는 자신들이 만드는 시계를 보석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그렇기에 모든 시계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에서 한 발짝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위트를 통해 하이니거 회장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새롭게 정의하고 롤렉스를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에서 PR할 수 있었다.
유머 프레임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심리학에서는 프레임(frame)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생각의 틀’이다. 이 프레임은 매우 강력해서 한번 형성되면 좀처럼 그 프레임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유머는 사람들에게 유쾌한 프레임을 갖게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인식시키면, 그것이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되고 자신의 유머 브랜딩이 된다.
내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면 그들은 나를 기억하고, 내 비즈니스를 기억하고, 내가 죽은 후에도 그 유쾌함을 기억한다. 따라서 감성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들에게 유머는 필수적인 능력이다. 힘들수록 유머러스한 리더는 더욱 각광받으며, 우리를 웃게 하고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바꿔줄 리더가 너무나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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