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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경영 칼럼] 부부싸움이 없는 행복한 섬, 3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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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경영 칼럼] 부부싸움이 없는 행복한 섬, 3도
최규상 유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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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해고야!
타고르는 1931년 <기탄잘리>라는 시집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인도의 시성((詩聖)으로 널리 존경받는 시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타고르의 집에서 마당일을 하는 하인이 3시간이 넘게 지각을 하였습니다. 화가 난 타고르는 점심때쯤 허겁지겁 달려온 하인에게 빗자루를 집어 던지며 말했습니다.
“자네는 해고야! 당장 내 집에서 나가!”
그러자 그 하인은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말합니다.
“죄송합니다. 어젯밤에 딸 아이가 죽어서 아침에 묻고 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타고르는 얼어붙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할 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안회의 진실
최고의 성인이었던 공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집안에 양식이 떨어져 공자와 제자들이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지낼 때였습니다. 어느 날 제자 안회가 어렵게 쌀을 구해 와서 오랜만에 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당을 거닐던 공자가 우연히 부엌쪽을 보다가 안회가 밥솥 뚜껑을 열더니 밥을 한 숟가락 퍼먹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공자는 자신이 가장 믿고 아끼던 제자 안회가 그런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적잖이 실망을 하였습니다.
잠시 후 안회가 밥상을 올리자, 공자는 안회의 태도를 뉘우치게 하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회야, 어젯밤 꿈에서 선친을 뵈었는데 밥이 되면 먼저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라고 하시더구나.”
그러자 안회가 공자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스승님, 송구하지만 이 밥으로는 조상님께 제사를 지낼 수가 없습니다. 제가 밥솥 뚜껑을 열 때 천장에서 흙덩이가 떨어졌는데, 흙 묻은 밥을 버리기가 아까워 제가 그 부분을 걷어내 먹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공자는 잠깐이나마 자신이 안회를 의심한 것이 무척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내 눈과 머리를 믿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완전히 믿을 것이 못 되는구나. 너희들도 보고 들은 것이 꼭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명심하거라.”

부부싸움이 없는 섬
부부지간에도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상대방의 진심도 모른 채 내 눈과 머리만 믿고 상대방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내 입장이 옳다고 생각되면 상대방에게 쉽게 화를 내고 내 생각을 강요하며 심지어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면 땅을 치고 후회하지만, 상대방의 실망과 분노가 너무 큰 나머지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부간에도 섣부른 판단으로 뒷감당을 할 수 없는 일이 생기기 전에 앞감당(?)을 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는 놀랍게도 이 지혜를 결혼한지 이제 3년 된 후배에게서 배웠습니다.

어느 날 그 후배와 식사를 하는데, 결혼 3년만에 드디어 아내가 임신했다며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음껏 축하를 해줬습니다. 그리고 문득 평소 SNS에 행복한 결혼생활 이야기를 자주 올리던 것이 생각나 가볍게 물어보았습니다.
“동생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남들은 신혼 3년 동안 많이 싸운다는데 동생은 부부싸움을 거의 안 하는 것 같아. 부부간에 화나거나 짜증날 때 동생은 어떻게 해?”
그러자 후배는 알쏭달쏭한 대답을 했습니다.
“저는 화가 나면 무조건 섬에 갑니다.”
“아니, 화가 나면 섬에 간다고? 무슨 섬에?”
“네, 저만 가는 섬이 3개 있는데, 알려드릴까요?”
저는 이미 후배의 얘기에 빠져들어 빨리 대답을 재촉했습니다.
“그 섬의 이름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그럴 수도입니다.
저는 화가 나거나 상대방을 판단하려는 마음이 들면 먼저 이 말을 읊조립니다. 그리고 잠깐 아내 입장에서 생각해봅니다. ‘아, 저 사람 입장에서는 이럴 수도 있겠구나! 저럴 수도 있겠구나!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나면 화가 가라앉아요. 형님도 형수님 때문에 화나거나 짜증날 때 이 방법을 한번 써보세요.”
와우! 장난 삼아 던진 돌에 월척이 걸린 느낌이랄까요? 결혼생활 30년이 넘어도 깨닫기 힘든 지혜를 결혼생활 3년차 후배가 이렇게 훌륭하게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배우자의 신발
돌이켜보면 많은 부부싸움의 원인이 내 눈과 머리만 믿고 내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내 입장만 옳다고 주장하고 고집하다보니 서로 티격태격하며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몸에 난 상처야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곪아 결국 관계가 무너집니다.
부부는 평소에는 가장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지만 싸울 때는 서로의 약한 부분을 잘 알기에 가장 잔인하게 돌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지혜가 바로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입니다. 타고르와 공자의 이야기를 자주 곱씹어보는 것도 좋고, 제 후배처럼 3개의 섬은 다 가지 못하더라도 그 중 하나의 섬에라도 자주 들러보거나, 아니면 현관에 놓인 배우자의 신발을 직접 신어보기라도 하면서 진정으로 상대의 입장을 느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천생연분
어쩌다 서로 부부의 연으로 묶여 마지 못해 살아간다면, 우리는 머지 않아 이런 부부가 될지도 모릅니다.
30여 년 전, TV 퀴즈쇼 프로그램에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출연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단어를 설명하면 할머니가 정답을 맞추는 방식이었습니다.
첫 번째 단어는 “천생연분”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나름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다급해진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멈, 당신과 나 사이를 뭐라고 하지?”
할머니가 그제서야 답을 합니다.
“웬수?”
할아버지는 당황하다가 다시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두 글자 말고 네 글자!”
그러자 할머니가 대답합니다.
“평생 웬수!”

하늘이 보내준 천생연분이 평생웬수로 끝나지 않으려면 ‘항상 내가 옳다’는 똥고집을 내려 놓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바로 배우자의 신발을 신고 그 섬에 자주 가보는 것입니다. 정말 화가 났을 때 그 섬에 갈 수 있다면 이미 놀라운 경지에 이른 것이겠지요. 다음에 화가 날 때 꼭 그 섬에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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