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말하기 훈련을 위한 문장 익히기 학습 단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눈을 현혹시키는 광고 문구
“미국인이 매일 쓰는 필수 표현!” 굉장히 매력적인 타이틀입니다. 이 책 한 권만 익히면 미국인들과의 대화가 훨씬 쉬워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어가 그렇게 쉬웠다면 서점에 그 많은 영어 학습서가 존재하지 않겠지요.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인만큼 아주 다양한 양상을 보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미국인이 자주 쓰는 표현을 제대로 책으로 만든다면 최소한 5,000개~10,000개 정도의 표현이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사람들이 뒤로 주춤하겠죠.
통문장 익히기 vs 단어 익히기
일상 대화에서는 한 단어로 의미를 전달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문장 단위로 의미를 전달하지요. 영어 대화를 할 때도 완성된 문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습자들은 통문장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어교육 전문가들도 ‘통문장 학습법’을 많이 추천하곤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모국어 습득 과정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아이들은 작은 조각을 배워 점점 살을 붙여 사용합니다. 살붙이기의 기본 단위는 ‘의미 단위’ 입니다. 어린 아이에게 의미 단위는 한 단어이지만, 성인 학습자에게 의미 단위는 단어, 구절, 혹은 문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초 단어, 기초 문장부터
이렇게 볼 때, 소위 왕초보 학습자는 기초 단어를 익히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다음 주어+동사인 2단어 표현, 주어+동사+목적어인 3단어 표현을 통해 기초 문장을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 원어민이 자주 사용하는 통문장을 익히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익힌다 해도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 단계가 익숙해지면 의미확장단계로 넘어가 시간, 장소, 방법 등을 나타내는 표현과 and, but, or, so 등의 접속사 사용을 익히게 됩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의미확장에 필수적인 관계대명사, 분사, to부정사 등을 익히게 됩니다. 이런 표현이 익숙해지면 원어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관용 표현, 슬랭 등도 서서히 익혀가시면 됩니다.
이런 학습 단계가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순서를 이해하지 않고 무턱대고 통문장을 익히게 되면 노력에 비해 실력 향상이 느리거나 안 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기초 단어의 의미가 뇌에 정착되고 기초 문장 구성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접속사와 관계대명사로 살을 붙이는 법을 배우고 그 후에 통문장을 익히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단어에서 구절, 문장으로
의미 단위를 단어에서 구절, 문장으로 확장하는 시점은 자신의 읽기 실력과 듣기 실력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간단한 주어, 동사, 목적어 문장을 보거나 듣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직은 기초 단어를 더 익혀야 합니다. 관계대명사가 포함된 문장, to부정사가 포함된 문장을 보거나 듣고 이해가 안 된다면 이들을 익히더라도 실제 대화에서 사용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영어 문장을 보고 듣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될 때 스스로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효과적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읽기 능력과 듣기 능력이 말
하기 능력보다 앞서기 때문입니다.
영어 문장을 보고 듣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는 듣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십시오. 원어민이 어떤 의미 단위로 표현하는지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어민들이 표현하는 의미 단위를 잘 익히면 어느 순간 표현력이 급상승하게 됩니다. 마치 원어민 아이가 어느 시점에 눈에 띄게 말을 잘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실천 : 문장 학습 단계 체크
우선 자신의 말하기 단계를 체크하기 위해 주어+동사+목적어로 이루어진 3형식 표현을 말해 보십시오. 자신이 하는 것, 즐기는 것, 주변사람들에 대한 것 등 생각나는 대로 3형식으로 표현해 봅니다. 기본 형태인 능동태뿐 아니라 수동태 문장도 만들어 봅니다.
이 셀프 테스트에서 70% 이하의 결과가 나온다면 아직은 기본 동사를 익히고 그 변화 형태를 하는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면, 70% 이상 어렵지 않게 표현한다면 다음 단계의 학습을 진행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관계대명사, 접속사, to부정사, 분사 등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원어민 아이는 단어를 익히며 문장 구조를 익히게 되고, 그런 과정 속에 서서히 관용 표현을 익혀가게 됩니다. 그런데 영어 학습자는 관용 표현을 알아도 기초 단어와 기초 문장 구조에 익숙하지 않으면 원활한 대화를 이어갈 수 없습니다. 관용 표현은 알면 좋지만 시간이 모자란 학습자에게 당장 급한 불은 아닙니다. 따라서 자신의 현재 학습 단계와 학습 시간을 고려해 급한 불부터 끄는 현명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칼럼에 대한 회신은 [email protected]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