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만 말하기
한국어를 쓰지 않아야 영어가 더 빨리 향상된다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학연수나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되도록이면 한국 학생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왜 한국어를 쓰지 않아야 영어가 더 빨리 향상되고, 한국어를 꼭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영어학습에 도움이 되게 만들 수 있을까요?
남극 언어 VS 북극 언어
언어적 측면에서 영어와 한국어는 마치 남극과 북극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남극과 북극은 지구의 양쪽 끝에 위치해 춥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거리가 말 그대로 극과 극으로 떨어져 있죠. 영어와 한국어 역시 둘 다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언어이지만 언어적 특성이 거의 정반대인 극과 극의 언어입니다.
예를 들어, 주체 혼자 행동하는 상황을 표현할 때는 한국어나 영어가 같은 형태를 보입니다. 주어가 나오고 동사가 나오는 문장의 기본 조합이 같은 것이죠.
그런데 주체와 관련된 객체, 즉 목적어가 등장하면서부터 한국어와 영어는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런 이유로 영어를 배울 때 ‘주어 + 동사’의 기본 문장은 보자마자 쉽게 익히고 대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주어 + 동사 + 목적어’ 문장들은 익혀도 실전 대화에서 바로 나오지 않게 됩니다. 영어에서 주어와 목적어를 바라보는 관점이 한국어의 관점과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 정보를 표현하는 내용이 덧붙을수록 두 언어의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지게 됩니다.
두 언어에 있어서 목적어와 추가 정보를 제시하는 순서가 다르다는 것은 서로의 언어 사용 방식, 즉 다시 말해서 사고의 방식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단순한 한국어 문장도 영어로 바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수 년간의 훈련
영어를 배울 때 반복해서 듣고 외우고 훈련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단어, 표현, 문법, 발음 등인데, 이들을 익히는 과정에서 얻어야 하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어와 다르게 작동하는 영어의 핵심 원리를 이해하고 체득하는 것입니다. 이 핵심 원리가 목적어와 추가 정보가 나올 때 순서를 정해주는 것입니다.
영어를 배우며 한국어를 쓰는 것은 오른쪽으로 돌아야 하는 운동장을 그동안 쭉 해오던 방식대로 계속 왼쪽으로 도는 것과 같습니다. 왼쪽으로 도는 것은 편하고 쉽지만 영어를 위해 돌아야 하는 방향과는 반대입니다. 오랜 기간 충분히 훈련하면 오른쪽으로 도는 것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가능하지만 그것은 학습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학습자들이 그러하듯, 꾸준히 수 년을 투자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구조적인 부분과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은 단어와 표현을 충분히 알고 자주 사용하는 것입니다. 영어든, 한국어든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신이 자주 쓰는 단어나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영어를 배우고 사용할 때 향상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두뇌에 가능한 한 많은 영어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자주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사용하면 중간에 간섭이 일어나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더 오래 뇌리에 남게 됩니다.
영어를 오래 사용한 이민자들의 경우 한국어 사용이 줄어든 만큼 한국어 실력도 예전보다 떨어지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영어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영어 실력도 향상됩니다. 따라서 영어를 배우는 동안 한국어의 간섭을 최소화하려면 되도록이면 영어만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한국어로 영어 배우기
일반적으로 한국의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10년 정도 영어를 접하게 됩니다. 10년 이상 영어를 배웠는데도 왜 영어식 사고와 원리가 습득되지 않을까요? 그것은 수동적인 학습이 주요 원인입니다. 한국의 영어 교육과정은 영어의 ‘이해’와 ‘사용’ 중에서 주로 이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눈으로 영어를 읽고 머리로 내용을 이해하는 방식이 당연시 되는데 이런 학습 방식은 한국어식 사고에 맞춰 영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영어를 읽으면서 여전히 한국어식 사고 방식에 맞춘 영어공부. 이런 방식으로는 영어의 핵심을 체득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영어를 익히면 전문 분야의 원서를 읽고 이해하는 영어 이해 능력은 향상되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영어 사용 능력은 거의 없은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영어를 한국어식으로 배우는 동안 한국어가 영어 학습 과정 전반에 간섭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간섭 줄이기
우선 한국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영어의 작동 원리와는 반대의 훈련을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어를 계속 쓰더라도 하루에 어느 정도 영어공부를 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영어학습을 실패로 이끄는 지름길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그룹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뇌의 많은 영역이 동원되는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를 계속 사용하면 그 노력의 반 이상이 헛수고가 됩니다. 따라서 일상에서부터 한국어 간섭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일상의 소소한 생활 패턴을 영어와 관련시켜 바꾸어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Good morning!”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해 우리가 매일 자주 사용하는 말을 하루에 하나씩 영어로 바꿔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문장은 500개 내외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루에 한 문장씩만 영어로 바꾸어 말하기 시작하면 1년 365일이 지나면 아마도 대부분의 말을 영어로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가능한 한 영어 사용 기회를 많이 만들고 영어 공부가 수동적인 노출 학습이 아닌 능동적인 사용 학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주변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그것이 부담된다면 혼자 말하기나 글쓰기를 해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영어 목표 달성을 위해 하루에 영어 공부를 얼마나 하는지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한국어 사용을 얼마나 줄여가는지 체크해보는 것도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