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그녀를 한번 보기만 하면
세상의 그 어떤 사내도
그만 퐁당 빠져버리고 말지
바위 같은 사내
달 같은 사내
해 같은 사내
구름 같은 나그네도
퐁당 빠져버리고 말지
심지어 하느님의 너른 가슴도
깊이 빠져 잠겼네
나도 그만 몸을 던져
영영 헤어나지 못한다네
▶ 작가의 말
호수에는 무엇이든 그 그림자가 다 비칩니다. 나무도 바위도 달도 해도 구름도 퐁당 빠져버리고 맙니다. 심지어 그 너른 하늘도 호수에 깊이 빠져 잠깁니다.
그런데 이 시의 매력은 그런 아주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누구나 보고 아는 현상을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한 의인법을 사용해 유쾌하게 반전시킨 데 있습니다. 호수를 마치 뭇 사내를 홀리는 매력적인 여자로 비유했거든요.
그리고 바위, 해, 달, 구름, 하늘을 바위 같은 사내, 해 같은 사내, 달 같은 사내, 구름 같은 나그네로, 하늘을 하느님의 너른 가슴으로 슬쩍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호수에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마음이 끌려 빠져드는 것으로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호수를 둘러싼 자연 현상을 남녀간의 사랑으로 바꾸어 한 편의 멜로드라마를 엮어냈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한 번 보기만 하면 뭇 사내들이 몽땅 그 여자에게 퐁당 빠져버리고 만다면서 슬쩍 우리의 관심을 끌어들입니다. 그러면서 시인 자신도 몸을 던져 영영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도 호수처럼 매력 있는 사람에게 한번 퐁당 빠져보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