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커피
커피 속에 종이컵 바닥이 어른거린다.
향긋하고 달착지근한 맛에
커피 주는 줄 몰랐구나.
자판기 커피가 일생의 거울인 줄 몰랐구나.
반품 안 되고 리필 안 되는
딱 한 컵의 생애,
마지막 한 모금 삼키고 나면
누구든지, 그냥 빈 종이컵 하나.
▶ 감태준 시인, 경남 마산 출생. 1972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몸 바뀐 사람들』,『마음이 불어가는 쪽』,
『마음의 집 한 채』,『사람의 집』,『 역에서 역으로』등이 있다. 한국시협상, 녹원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 시 해설
자판기 커피 한 잔이 일생의 거울입니다.
우리 일생은 신에게 건네받은 한 잔의 자판기 커피입니다.
향긋하고 달착지근한 맛에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어느새 커피는 얼마 안 남고 종이컵 바닥이 비치며 어른거립니다.
반품도 안 되고 리필도 안 되는 딱 한 컵, 그것이 우리의 일생입니다.
마지막 남은 한 모금 마자 삼키고 나면,
그냥 빈 종이컵 하나일 뿐인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