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언덕에서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의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 유안진 (1941~ ) 시인, 서울대 교수 역임. 경북 안동 출생. 1965년 박목월 시인의 추언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에『달하』,『절망 시편』,『봄비 한 주머니』,『다보탑을 줍다』등이 있다. 한국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월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시 해설
그렇구나!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사다가 화단이나 온실 화분에서 공들여 키운 화초는 화려하고 예쁘고 그래서 비싼 값에 사고 팔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공의 미요 인공의 향기이다. 그러나 산과 들에 피어나는 값없는 들꽃은 누가 보든 안 보든, 햇살을 보내고, 비를 내리고, 보살피며 하느님이 친히 키우신 꽃이다. 그래서 들꽃의 향기는 하늘의 향기이고, 돈으로 그 값을 매길 수도 없는 그런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시인은 들꽃 피어나는 언덕에 올라, 값없이 주시는 하늘의 향기를 맡으며, 하늘의 눈금이 인간의 눈금과는 이렇게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 봄날에, 우리도 잠시 들꽃 피어나는 언덕에 올라 하느님이 키운 들꽃을 바라보며 하늘의 향기를 맡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