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찾아오는 이 모두 담쑥 안으리
빈부귀천貧富貴賤 가리지 않으리
걸으면 걷고 춤추면 춤추고
웃으면 같이 웃고 울면 같이 울리
그러다가, 돌아서서 나가면
말없이 고이 보내리
빈 구멍 숭숭 나면
텅 빈 허공으로 남으리
▶ 시인의 말
거울은 참 달관한 인격자 같습니다. 찾아오는 어떤 사람이든지 담쑥 안아 들입니다. 그 사람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신분이 높든 낮든 가리지 않습니다.
찾아온 이가 걸으면 따라 걷고, 춤추면 따라 춤춥니다.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울면 같이 울어줍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마음 변해 돌아서서 나가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말없이 고이 보내줍니다. 물론 가슴에는 빈 구멍이 숭숭 뚫리겠지요.
그러면, 훌훌 털어버리고 텅 빈 허공으로 고요히 남아 있습니다.
나도 거울을 닮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