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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칼럼] 싸움의 기술 : I-mes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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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칼럼] 싸움의 기술 : I-message
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mail protected]

관계의 성숙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연합(창 2:24)’의 과정에서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서 친해지고 서로 알아가며 사랑하게 되어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맹세하기까지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또한 친구를 만나 친해지고 오랜 시간 마음을 나누는 우정이 다져지기까지도 꼭 지나가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바로 서로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이다.
인간관계에서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단계를 지나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단계가 반드시 온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지금도 그 사랑에는 변함이 없지만, 때로는 배우자가 정말 보기 싫을 때가 있다. 또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에게도 진짜 짜증나서 보기 싫을 때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그 관계가 어긋나고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관계가 성숙해가는 당연하고도 필연적인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관계가 끝날 것인지, 더 깊어질 것인지를 가르는 열쇠는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못난이 감정
어릴 때부터 사귄 친구는 어른이 되어 만난 사람들보다 편하고 오래 간다. 어릴 때는 감정 표현이 빠르고 자연스럽다. 그래서 서로 다시 안 볼 것처럼 싸워도 자고나면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신나게 논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깊어진 우정은 작은 오해나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다져진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솔직한 감정을 감추는 데 달인이 된다. 친구가 안 놀아줘서 울고 오면 아버지께 혼이 났다. “사내자식이 어디서 징징대냐! 뚝 그쳐!” 그러면서 남자는 슬퍼도 울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된다. 동생이 내 물건에 손을 대서 한 대 때리고 소리를 지르면 어머니께 혼이 났다. 그리고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밤에 무서워서 울어도 혼이 났다. “무섭긴 뭐가 무서워! 아무것도 없는데… 너 바보야? 어서 자.”
아프다, 화난다, 외롭다, 두렵다, 심심하다, 절망스럽다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내가 약하고 못났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라고 믿게 된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감추는 데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감정의 다이너마이트
그런데 문제는 그 못난 감정들이 감춘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꼭꼭 숨겨둔 감정들은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러다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어느 순간에 뻥 터진다. 그동안 꾹꾹 눌러둔 감정이 터져 나오는 대상은 흔히 가까이에 있는 내 배우자이거나 자녀들이다. 그래서 한번 짜증내고 지나갈 일이 때로는 집안의 물건들이 부서지고, 집을 뛰쳐나가고,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과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그때 그때 풀지 못한 감정들이 어느 순간 다이나마이트처럼 터진 결과이다.

작은 싸움이 큰 싸움으로
싸움을 할 때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비난’이다. 내가 화나거나 상처 받았을 때 대부분은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라는 비난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상대를 비난하면 그 사람이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는 것이 아니라 변명을 하거나 오히려 너 때문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나에게 돌린다. 그러면 작은 싸움이 더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그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는 많은 부부들이 싸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싸움의 원인보다는 싸움이 커지는 과정에서 훨씬 더 크고 깊은 상처와 불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I-message
잘 싸우는 기술 중 하나는 잘 표현하는 것이다. 바로 ‘I-message’, 즉 ‘너’가 아닌 ‘나’를 주어로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네가 게으르니까 집안이 이 모양이잖아!”가 아니라, “내가 집에 오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You-message’는 비난으로 시작한다. 만약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은 운전을 왜 그렇게 해?”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남편들은 차를 세우고 화를 낼 것이다. 그러니 대신 I-message로 말해보자.
“여보, 나 무서워. 좀 천천히 가자.”라고 하면 남편은 순순히 속도를 줄여줄 것이다.
공부 안 하는 아이를 야단칠 때도 “공부 좀 해! 넌 뭐가 되려고 그 모양이야!”보다는 “아빠가 걱정이 된다. 네가 나중에 후회 안 하고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라고 해야 아이가 공부하고 싶어진다.
“당신은 왜 맨날 늦어? 애들하고 나한테 관심이나 있어?” 하면 남편은 가정에서 더 멀어진다. 대신 “내가 외롭고 지치네. 당신이 집에 더 있으면 힘이 될텐데.”라고 하면 남편의 발걸음이 집으로 향하게 된다.

표현의 지혜와 용기
대부분의 한국 가정은 감정 언어 사용에 서툴다. 그래서 야단을 치거나 비난을 한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내 감정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문화에서 나의 솔직한 감정은 창피하고 약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우리의 가장 약한 모습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솔직한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상대를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을 살피는 지혜, 그리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드러내고, 내 감정에 책임지는 용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잘못 표현되면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지혜롭게 표현되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잘 싸움을 위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이는 승리가 아닌 이해를 위한 기술이다. 공격이 아니라 갑옷을 벗고 함께 이기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