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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칼럼] 건강한 관계 세우기 – 삼각관계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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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칼럼] 건강한 관계 세우기 – 삼각관계 피하기
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삶의 희망이 무너지다
상담소를 찾은 한 어머니는 잠을 잘 수도, 먹을 수 도 없다며 심한 우울증 증세를 호소했다. 아무런 의욕도 없고, 별것도 아닌 일에 눈물만 나고, 아침에 눈을 뜨기도 싫다고 했다. 최근에 18살이 된 아들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문대에 입학허가를 받아 놓고 마지막 학기 출석일수가 모자라 입학허가가 취소되었던 것이다.

그 어머니는 이런저런 레슨에, 과외에 부족함이 없도록 아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공장에서 일을 하며 허리띠를 졸라맸고, 아들은 어머니의 뜻에 따라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에 일찍이 입학허가도 받아 놓은 터였다. 그런데 마지막 학기를 남겨 놓고 아들이 갑자기 학교를 빼먹기 시작한 사실을 어머니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출석일수가 모자라 아들이 고등학교를 제때 졸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는 자신이 일생을 바쳐 살아온 삶의 의미가 눈앞에서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가정을 지키고 싶은 아들
상담 과정을 통해 이 부부에게는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갈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시쳇말로 ‘뜬구름 잡는 스타일’이었다. 한 방 크게 터트려서 자신을 무시한 사람들에게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증명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꿈이었다.

그의 직업은 비교적 괜찮은 월급을 받는 기술직으로 그가 꾸준히 일을 했다면, 아내와 함께 마련한 집과 차를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한 방에 큰 돈을 벌지 못하는 자신의 직업을 하찮게 여겼다. 그러다 벌여 놓은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자,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한탄하며 술로 나날을 보냈다.

이런 남편을 보면서, 아내는 입버릇처럼 아들에게 말했다 ‘내가 너 때문에 산다. 너 아니면 진작에 네 아버지랑 갈라섰다.’ 이 아들은 알게 모르게 부부의 끈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타 주에 있는 명문대학에서 입학허가서가 날아오자 아들은 무의식 중에 직감하게 되었다. 자신이 집을 떠나면 부모님들의 관계는 끝으로 치달으리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아들은 가정을 지키기로 선택한다. 마지막 학기에 학교에 땡땡이 치는 방법으로 성적과 출석일수를 엉망으로 만들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처의 community college에서 수업을 듣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아들 하나에 모든 삶의 희망을 걸었온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참담함을 겪었지만, 부모와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아들의 무의식적인 동기는 꿈에서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른 사람 끼워 넣기 – 삼각관계
가족치료의 이론 (Family System Theory)에서 소개하는 한 가지 역동이 바로 ‘삼각관계(Triangle)’이다. 이는 드라마에서 흔히 보듯 A군이 B양을 좋아하는데 B양은 C군을 사랑하는 그런 삼각관계가 아니다. 여기서 삼각관계란 두 사람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제3자를 끼워 넣어 갈등을 해결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남편과 아내가 한바탕 싸우고 냉전에 돌입했다. 그러다 엄마가 아이에게 소리친다. “야. 아빠한테 가서 밥 먹으라고 해!” 아이가 엄마 아빠의 갈등 구조에 제3자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도 부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아들이 끼어든 대표적인 삼각관계이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아이들
오래 전에 교회에서 한 청소년 자매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자매는 엄마에 의해 억지로 교회에 끌려오다시피 했다. 부모님 말로는 그 자매가 집안의 문제아라고 했다. 툭하면 집을 나가고 온갖 못된 짓은 다하고 돌아다닌다고 했다. 자매의 어머니 아버지가 속이 썩을 대로 썩어 이제는 포기하다시피한 내놓은 자식이었다. 그런데 수련회장에 와 있던 이 자매가 마치 지나가는 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만 없으면 우리 집은 행복할 거예요. 그런데 내가 아빠한테 맞으면 엄마가 맞지 않아도 돼요.” 아버지가 휘두르는 가정폭력에서 어머니를 지키려고 딸이 뛰어든 것이었다. 아이는 문제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가정을 보호하려는 지킴이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건강하지 못한 삼각관계
교회에서도 수많은 삼각관계들을 본다. 목사님과 뭔가 불편할 때 직접 가서 이야기하거나 질문하는 대신 다른 사람과 같이 흉을 본다. 혹은 사모님에게 가서 이야기한다. 며느리가 마음에 안 드는 시어머니는 아들을 잡고, 시어머니가 불편한 며느리는 남편에게 투덜거린다. 아들은 삼각관계의 한가운데에 끼어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다른 사람 끼워 넣기, 즉 삼각관계의 구조다.

삼각관계는 어찌 보면 인간의 비겁함 때문에 형성되는 관계구조다. 갈등을 직접 다룰 능력이 없거나 또는 두려워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끼워 넣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삼각관계가 조금 더 안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 내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관계가 깨질 수도 있다. 부부가 둘이 갈등할 때보다는 아이가 중간에 다리가 되면 팽팽한 긴장감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그러나 이런 삼각관계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이다.

거룩한 삼각관계
그런데 우리에게 건강하고 안정적인 삼각관계가 있다. 나와 상대방 사이에 하나님이 끼어 드시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 누군가가 나를 열받게 하거나 슬프게 하면, 그 사람에게 직접 화를 내고 들이받기 전에 하나님을 먼저 찾아보자.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을 때도 하나님께 다가가보자. 그분이 가장 확실하게 우리의 부족하고 불안한 관계를 든든하게 하시는 삼각형을 완성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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