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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칼럼] 가정의 시작은 떠남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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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칼럼] 가정의 시작은 떠남에서부터
새로운 가정은 부모를 떠나면서 시작된다. ©focusonthefamily.com
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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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시작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는 날은 실제로 단 하루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 한 해의 마지막과 시작이라는 의미가 부여되면서 하루의 차이가 일년의 차이가 되고 세상을 보는 시선에도 큰 차이를 가져오기도 한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가정의 시작에 대해 생각해보자.

가정의 시작을 살펴보는 작업은 현재 우리 가정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가정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시며 사람을 위해 디자인하신 작품이다.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하와를 이끌어 오시며 주신 주례사가 있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 2:24)”

하나님의 이 말씀 가운데 가정을 이루는 놀라운 원리가 담겨 있다. 가정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바로 ‘부모를 떠나’는 것이다. 대학을 보내든 결혼을 시키든 자식들을 떠나 보내며 대부분의 부모들이 한번씩 ‘빈 둥지 증후군’을 앓는다. 그러나 부모를 떠나는 것은 분명히 성경적이며, 성장을 위한 하나의 필수적 과정임에 틀림이 없다.

부모를 떠나

부모를 떠나는 의미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경제적 독립과 정서적 독립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서는 자녀에게 재정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재정관리 능력은 절제와 계획성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한 개인의 정신적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혜롭게 쓰고 모으는가는 성숙한 청지기로서의 신앙적 척도가 되기도 한다.

미국이나 한국의 이혼율이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혼의 주된 원인은 외도(infidelity), 대화문제, 학대, 재정문제 등 다양하지만, 가장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재정문제이다. 가정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릴 때 가정은 쉽게 안정감을 잃고 무너져 내리게 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석사, 박사까지 공부가 길어지는 자녀들의 경우, 결혼을 언제까지 늦출 수 없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한 결혼생활에는 해결해야 할 갈등 요소가 하나 더 생기게 된다. 바로 ‘부모의 돈’이라는 특혜이자 또한 굴레가 엄청난 짐이 되는 것이다.

경제적 독립

상담소를 찾은 D양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다며 말을 꺼냈다. D양의 아버지는 매우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기 마음대로 자식을 휘두르려 했다. D양이 내리는 결정을 늘 비판하거나 못미더워했다.

D양은 이미 가정을 꾸리고 아이까지 있는 마당에 아버지가 자신의 통장 잔고까지 체크하는 상황을 못 견뎌 했다. 언뜻 보면 그 아버지가 지나치게 독단적이고 지배적인 성향이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의 컨트롤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D양이 아직도 아버지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D양의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은 아버지의 돈이니 아버지 입장에서는 못미더운 딸의 통장 잔고를 체크하는 일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따라서 D양이 아버지의 참견으로부터 벗어나는 첫 단계는 아버지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이었다.

경제적인 독립은 가정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심리적 안정감과 인간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우울증, 불안증 등의 증세로 상담소를 찾았을 때, 상담자가 직장이 없고 집이 없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거나 노숙자 상태에 있다면 정신과 치료와 더불어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작업이 먹을 것과 잘 곳을 찾도록 돕는 일이다. 즉, 집을 찾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일이 가장 시급한 목표가 된다. 상담과 case management, 즉 실질적인 도움과 다른 기관과의 연계가 함께 이루어져야만 정신과 치료도 효과가 있다.

정서적 독립

경제적 독립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을 중요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성공하고 잘 살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학업에 매진한다. 길어지는 공부 때문에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문제는 뒤로 밀리게 된다.

또한 한국 부모들은 자식들의 학업을 위해 무엇이든지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너는 공부만 해. 나머지는 엄마 아빠가 다 알아서 해줄 테니까.”라고 자녀들을 책상 앞으로 보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긴 학업의 끝에서 길을 잃은 젊은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공부는 끝났는데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상담소를 찾는 젊은이들 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열정이 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다가, 막상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서 정서적 독립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사회생활을 좀 경험해 본 후에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이 직업에 대한 목적의식이 분명한 것을 볼 수 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공부를 해서 어디에 쓸 것인지 확실히 알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독립한 자녀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떠남이 필요하다. 새롭게 태어나는 가정은 부모에게서 떠남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떠남은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자녀가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하여 제 몫을 감당하는 당당한 사회인으로 설 때 부모들은 안심하고 자녀를 떠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고 세워 나간 가정에서, 언젠가 우리도 우리의 자녀를 떠나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들이 자신의 꿈과 진로를 결정하고 힘차게 날아오를 때를 위해 격려하고, 때가 되면 자신의 날개로 날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끝인가 싶지만, 동시에 시작이다. 우리가 자라난 둥지에서의 떠남은 하나님께서 설계하신 가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