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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해로운 분노, 의로운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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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해로운 분노, 의로운 분노
분노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PureWow
심연희
NOBTS 겸임교수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mail protected]

분노의 뿌리
최근에 이혼을 진행하던 남자가 아내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신들의 아이를 죽인 사건이 있었다. 이런 가족살해 사건 외에도, 지나가는 노인이나 여성에 대한 묻지마 폭행, 그리고 특정한 인종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 범죄 등이 우리 마음을 날로 불안하게 만든다.
분노의 뿌리를 살펴보는 과정은 한 사람의 상처와 개인사에 깊게 관련이 되고, 또한 아주 오랜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깔려 있기도 하다. 분노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개인사를 들여다보면,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깊은 상처와 불신이 모든 여성을 향한 분노로 확대되기도 하고, 술에 취해 자녀를 때렸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남자라면 치를 떨게 하는 혐오감으로 변하기도 한다. 또한 지지리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온갖 고생을 하며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자라난 경우도 있다. 나아가 오랜 세월 노예로서 억압 당하고 학대 받으며 살아온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다른 인종에 대한 경계와 미움이 자리잡기도 한다.
‘분노’라는 하나의 감정 뒤에는 이처럼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있다.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와 그 위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가 숨어 있기도 하다. 그것이 유전자에 새겨져 지금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상처가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분노하는 사람들에게는 작든 크든 그 이유가 있다.

분노의 이유
상담소를 찾아와 하소연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꾸 자기 흉을 보고 자기를 판단한다며 화를 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아주 많다. 다른 사람이 저지른 일에 대해 억울하게 책임을 뒤집어 쓰는 경우도 있고, 사기를 당해 하루아침에 길에 나앉기도 한다. 참다 참다가 화가 나서 같이 대거리를 하거나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면 별것도 아닌 일로 속좁게 군다며 오히려 비난을 받는다. 곁눈질로 힐끗 보며 저 집은 왜 저럴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판단하기는 쉬워도 각자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모두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들이 그렇게 화를 낼 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정당한 감정
성경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한다. 가인은 아벨에게 화를 냈다. 내가 고생해서 가져온 선물을 아버지에게 드렸는데, 그걸 한쪽에 치워두고 쳐다보지도 않던 아버지가 동생이 가져온 음식 한 그릇에 반색하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섭섭하지 않겠는가? 에서는 야곱을 죽이겠다고 쫓아갔다. 재산 때문에 형제 사이에 금이 가는 일은 오늘날에도 비일비재하다. 사울도 다윗을 미워했다. 수천의 사람들이 다윗과 자신을 비교하며 다윗만 칭찬하는데 좋을 리가 있겠는가. 부모가 형제자매와 나를 비교해도 평생 상처가 남는 법이다. 모세도 화가 났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끄는 과정에서 그들의 불평불만이 지긋지긋했고, 그들의 반복되는 불신앙이 답답했을 만도 하다. 그들에게도 모두 충분히 화를 낼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해로운 분노 VS 의로운 분노
옛날이나 지금이나 분노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화가 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분노는 하나의 에너지이다. 그런데 그 분노의 에너지가 화(禍)를 불러오기도 하고 의(義)를 불러오기도 한다. 분노를 어떻게 표출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어떤 분노는 비극으로 끝나고, 또 다른 분노는 정의를 세운다.
A군은 자신에게 ‘세상 쓸모 없는 놈’이라며 욕하고 때렸던 양아버지를 기억한다. 그의 뒤에는 무기력하게 힘없이 바라보던 어머니가 있었다. 가족이 다 미웠던 그는 고등학생 때 가출을 했다. 그리고 자신을 받아준 갱단과 어울리며 양아버지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양아버지가 말한대로 자신이 얼마나 쓸모 없는 인간인지 증명하기 위해 마약과 폭력을 일삼으며 청년 시절을 감옥에서 보냈다.
반면 분노의 에너지로 의롭게 사용한 사람들도 많다. 영화로도 제작된 에린 브로코비치의 이야기를 보자. 에린은 빚이 많고 아이가 셋이나 딸린 이혼녀라는 사실 때문에 마땅히 받아야 할 사고 보상금 소송에서 황당하게 패소했다. 그 억울함과 모멸감이 그녀에게 엄청난 에너지가 되었다. 결국 에린은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보조원으로 취직한 뒤, 대기업에 속아 건강을 잃은 634명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역대 최고의 보상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분노의 표출
우리가 분노하는 데에는 모두 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 문제는 그 분노 에너지를 어떻게 건강한 에너지로 바꿀 것인가이다. 우리 안에서 터져나오는 분노를 감지할 때, 잠깐 멈추어 생각해보자. 내가 분노해서 하는 행동이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의로운지, 해로운지 살펴보자. 우리가 가진 분노의 에너지가 나와 주변 세상을 향한 의가 될 수 있다면, 우리의 분노는 참으로 값어치 있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