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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위기를 성장으로 이어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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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위기를 성장으로 이어주는 힘
Durham의 한 섬유회사가 의료진을 위한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다. ©Spoonflower
심연희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mail protected]

전 지구적 비상사태
요즘 뉴스에서는 연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상황보고가 한창이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이렇게 모두의 마음을 한없이 불안하고 어수선하게 만들 줄 누가 예측이나 했을까?
그동안 축복이라고 여겼던 해외여행이 막기 힘든 재앙의 전염 수단이 되고, 한 국가의 비상사태가 전 세계의 위기감으로 번져가고 있다. 거리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동네에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웃음소리가 그쳤다.
이 위기가 우리 세상에 과연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태가 전 세계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벌써부터 우리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우리 삶의 위기들
위기(crisis)는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우리 삶에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사춘기나 갱년기처럼 한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고 성숙하면서 누구나 자연스레 거쳐야 하는 위기도 있고, 화재, 교통사고, 실업, 가족의 죽음 등 갑자기 닥쳐오는 충격적인 사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가뭄이나 기아,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와 폭동이나 테러 같은 사건들이 국가적인 위기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자기 눈 앞에서 형이 파도에 쓸려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아이도 있고, 태풍으로 온 마을이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된 경우도 있다. 오랜 내전으로 고향을 떠나 피난을 가는 길에 군대 행렬과 마주칠 때마다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난민도 있다. 이유도 모르는 채 삶에 갑자기 닥쳐온 이 엄청난 위기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위기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위기에 대처하는 반응
위기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이안 존스 박사는 <성경적 기독교 상담>이라는 저서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보인 다양한 반응에 대해 설명한다.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친 제자들처럼 혼란스러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예수님을 부인한 베드로처럼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유다처럼 자살로 삶을 끝내기도 한다. 십자가 주변에서 고통과 애도를 표하는 무리가 있었는가 하면, 조롱과 비난을 퍼붓는 구경꾼들과 군사들도 있었다. 예수에게 분노하고 비난하며 대척점에 섰던 제사장이나 율법사, 장로들도 있었고, 회개한 강도도 있었다. 방관자로서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사람들과 아예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사람처럼 십자가 사건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고, 아리마데 요셉이나 니고데모처럼 예수의 시체를 수습하고 장례 절차를 준비하는 등 실질적인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마처럼 불신을 드러내며 증거를 요구하는 성향의 사람도 있고,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치던 군중들처럼 희생양을 찾으며 비합리적 사고를 하는 이들도 있다. 오늘날 위기에 봉착한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 역시 이처럼 다양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VS 성장
이런 위기 상황을 겪으며 정신적, 심리적으로 깊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갖게 되는 정신적 증상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또는 흔히 ‘트라우마’라고 부른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현실에서 분리되는 듯한 경험을 하기도 하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능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기도 한다. 일상에서 자주 불안과 혼란을 느끼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집중력이 저하된다.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깜짝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거나, 신경과민, 극도의 경계심, 악몽, 선명한 회상현상(flashback)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기를 겪은 사람들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외상 후 성장(PTG-Post Traumatic Growth)을 경험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외상 후 성장(PTG)이란 위기를 경험한 후 그것을 이기고 살아남은 결과로 삶에 대처하는 능력이 훌쩍 자라나는 경우이다.
외상 후 성장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은 사람이 얼마나 큰 회복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위기와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 그것을 이겨내거나 적응해서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가난에 찌들어 극심한 경제적 위기를 경험한 사람들이 나중에 유명한 CEO로 성장하기도 하고,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에 심각한 위기를 경험한 사람들이 나중에 헌신적인 의사나 연구자가 되기도 한다. 정신적인 문제를 가졌거나 역기능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나중에 유능한 상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례들은 위기는 분명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그 결과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위기를 성장으로
위기는 고통에 압도되어 그 자리에 머무는 퇴보와, 고통에 적응하고 그것을 딛고 일어나는 성장의 갈림길이다. 위기는 우리 개인과 가정과 국가와 전 세계를 뒤흔들 만큼 엄청난 파괴력이 있지만, 동시에 도전과 변화를 불러오는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 그렇다면 고통스러운 위기를 겪은 후 기왕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보다는 외상 후 성장(PTG)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위기를 성장으로 이어주는 요건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개인이 가진 긍정적인 마인드와 내적인 힘이며, 둘째는 주위에서 그를 지지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깊은 사랑과 신뢰로 하나된 가족, 조건 없이 도움을 주는 친구, 기도로 지원하는 교회, 이 모든 것이 우리가 겪는 위기를 성장으로 이어주는 지원군이다.
지금은 비록 함께 모일 수는 없지만,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서로를 격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스크가 부족해 위기를 겪는 의료진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기 위해 집안에 머물며 천으로 마스크를 만드는 손길이 있는가 하면, 그들에게 간식을 보내는 이들도 있고, 감사카드를 보내 격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도움과 위로가 절실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위기에서 가장 큰 위로와 피난처가 되시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께 나아가자. 그래서 이 위기가 하나님을 경험하는 최선의 기회가 되고, 하나님의 회복으로 나아가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도록 기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