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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싸움의 기술 :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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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싸움의 기술 :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mail protected]

수용과 변화를 위한 건강한 갈등과 싸움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룰찌로다(창 2:24)”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주제로 ‘연합’에 관한 첫 번째 논점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서로간의 차이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에만 그친다면 단순한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아내와 남편간의 차이, 부모와 자녀의 차이, 그리고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의 차이는 수용(acceptance)과 변화(change)가 조화를 이룰 때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서로간에 차이가 있으면 그 다음에는 적응과 조정이 이어져야 한다. 차이가 있음으로 해서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싸움으로 번진다. 서로간의 차이가 어떤 관계에서나 있는 당연히 현상이라면, 갈등과 싸움 역시 인간관계의 당연한 한 부분이다.
갈등이 많고 싸움을 많이 한다고 해서 건강하지 않은 관계는 아니다. 단, 건강한 관계의 지표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고 해결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싸움에도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의사전달
싸움의 기술 중 첫 번째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의사전달(Making it clear)에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흘러가는 사고의 과정을 상대방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다시 말해서 내가 머릿속으로 두세 단계를 거쳐서 생각한 바를 말하면, 듣는 사람은 내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빨리 이해를 못하니 나는 짜증이 나고, 상대방은 갑자기 날아드는 공격에 황당해지게 된다.

남편: (아내가 하루 종일 어린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었겠다고 생각해서 저녁은 외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에 들어서며 물어본다.)
“오늘 저녁은 뭐야?”
아내: (아이를 데리고 온종일 씨름하느라 지쳐 있는데,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저녁 메뉴를 물으니 화가 난다.) “집에 오자마자 밥타령이야! 여기가 무슨 식당인줄 알아?”
남편: (아내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황당하고 화가 난다.) “아니, 묻지도 못해? 왜 갑자기 화를 내?”
아내: (아이를 데리고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를 못해주는 남편이 원망스럽다.) “당신이 뭐 하나 도와주기를 해?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면서……. 애는 나 혼자 낳았냐!”
남편: (아무리 잘해줘도 만족을 못하는 듯한 아내의 태도에 무기력감을 느낀다.) “관두자. 외식하자고 말한 내 잘못이다.”
아내: (갑자기 황당해진다.) “무슨 소리야? 당신이 언제 외식하자고 했어?”
남편: “아까 했잖아!”

이런 대화는 일상에서 어느 부부나 겪는 크고 작은 말싸움이다. 상대방이 나의 선한 의도를 오해하고 왜곡해서 보는 것처럼 속상한 일도 없다.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것만큼 답답한 일도 없다.

절반의 책임
그러나 이런 문제에서는 나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상대에게 나의 의도를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시키지 못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 의도, 내 느낌,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을 비난하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대는 서툰 내 의사소통 방식이 이런 갈등을 불러오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때로는 남녀의 차이가 의사소통에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성교제나 아버지 학교 등의 강의를 할 때 남성들이 자주 제기하는 문제가 있다. 여자들은 도통 속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하고 잠깐 운동하고 와도 되겠냐고 여자친구에게 물었는데, 분명히 그러라고 해놓고는 그 다음부터 며칠간 말을 안 한다는 것이다. 또는 아내가 모임에 안 가겠다고 해서 나 혼자 갔다왔더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따진다. 어떤 여자친구는 선물은 필요 없으니 사오지 말라고 해서 빈 손으로 왔더니 헤어지자고 한다. 남성에게는 정말 참 황당하고 헷갈리는 노릇이다.
반대로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센스가 없는 남자들이 답답하다.

그것도 몰라?
그런데 여성들이여, 남자친구나 남편이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알고 있을 거라고 절대 착각하지 말자. 간혹 유달리 세심한 성격의 남자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남자들이 생일이나 기념일을 미리 말해주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내가 초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 딸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 10년이 지나도 모를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관심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냥 정보를 저장하고 꺼내 쓰는 통로가 다를 뿐이다.
따라서 기념일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미리 귀뜸하고 내가 원하는 선물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말 안 하고 기대하다가 나중에 삐지는 것보다 훨씬 낫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내 생각, 내 느낌에 대해 잘 모른다. 찰떡 같은 센스가 없는 상대방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은 내 책임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갈등과 싸움의 목적은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있다. 조금씩 더 가까워지기 위한 과정이다. 그래서 많이 싸워야 하고, 잘 싸워야 한다. 싸우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전쟁이 아니라,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연합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고 내게 관심이 없다는 비난은 서로를 멀리 밀어낸다. 따라서 내 속이 들여다 보이는 것 같아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내 느낌과 내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마음에 없는 소리는 이제 그만하자. 얻어지는 것은 후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