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들
2020년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계획들과 결심을 가슴에 품는다. 올해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꼭 빨래판 복근을 완성해야겠다, 올해는 기필코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소싯적에 입었던 옷 사이즈로 복귀하겠다 다짐한다. 그래서 늘 1월은 피트니스 센터와 운동기구 매장이 호황이다.
학생들은 성적을 올려서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결심도 하고, 취준생들은 올해 반드시 취직을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또한 올해는 경건의 시간을 매일 가져야지, 기필코 성경을 통독해야지, TV 대신 매일 독서를 해야지 하며 야심찬 포부를 갖는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들 중 많은 것들이 사실은 작년에도 세웠던 계획이다. 그리고 적어도 작년 1월 한 달 동안은 비교적 성실하게 실천했던 일들이기도 하다.
용두사미 결과
새해를 맞아 새로운 시작을 생각하노라면 작년의 마무리에 대해서도 잠시 돌아보게 된다. 작심삼일에 그쳤던 일들도 있고, 비교적 오래 지속된 결심도 있다.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우리의 시작은 늘 창대하건만 그 끝은 왜 자꾸 용두사미가 되고 마는 것일까? 어째서 성경통독은 창세기에서 희망차게 시작해 레위기를 못 넘길까? 야심만만하게 사 놓은 운동용 자전거는 어쩌다 거실에서 빨래걸이로전락하고 말았을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빌어 시작은 했으니 이미 반은 이룬 거라며 합리화를 하면서 또 한 해를 맞이하고 보내지만, 그래도 혹시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함으로 뒷심있게 목표를 이루어내는 비결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초심에서 뒷심까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새해에 결심한 일들을 끝까지 꾸준히 실천해 나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은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인간이 평소에 하는 행동의 40%는 습관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어느새 하고 있는 행동들이 있다.
매일 출근하는 길은 운전을 시작해서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직장에 닿아 있다. 출근길이 자동화된 습관이 된 것이다.
우리 일상에는 이처럼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버릇처럼 저절로 하게 되는 일들이 꽤 있다. 아침에 눈뜨면 어느새 카톡, 페이스북을 여는 습관이 있을 수도 있고, 또는 아침에 일어나 자동적으로 기도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도 있다.
윌리엄 제임스라는 심리학자는 생각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인격이 되고, 인격이 인생을 된다는 점을 역설한다. 우리의 결심으로 시작된 일이 꾸준히 반복되면서 어떻게 삶의 결실로 맺어지는지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이기도 하다.
습관이 삶이 되게
93세의 세계 최고령 체조선수인 요한나 콰스(Johanna Quaas) 할머니의 평행봉 묘기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 적이 있다. 매트나 평행봉 위에서 두 팔로 몸을 지탱한 채 일자로 평형을 유지하는 자세는 훈련된 체조선수가 아니면 젊은이들도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동작이다.
요한나 할머니는 1925년에 독일에서 태어나 9살 때부터 체조를 배웠다고 한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운동을 계속 할 수 없게 되었고, 그 후 30대부터 아이들에게 체조를 가르치기만 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녀가 체조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허리와 목 등의 통증이 심해진 57세 즈음이었다고 한다. 그 후 그녀는 매일 1시간 정도 체조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요한나 할머니는 한 인터뷰에서 “죽는 날까지 체조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내 삶에서 체조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열정”이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체조는 매일의 습관이면서 동시에 그녀의 삶이었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
3년 전 71세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필자의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남긴 모습이 있다. 병원에서 항암제를 맞으며 마지막 투병을 하시는 동안에도 아버지는 매일 영어 공부를 하셨다. 의식을 잃는 순간까지 하루도 공부를 멈추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모습, 그것이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남긴 유산이었다.
배움을 멈추는 때가 바로 늙기 시작하는 때라고 늘 말씀하시던 아버지는 천국에 가실 때까지 인생의 젊음을 유지하는 법을 자신의 몸으로 가르치셨다. 매일매일의 배움이 당신의 습관이었고 또한 삶이었다.
새로운 습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어떤 습관을 시작할 수 있을까? 올해의 마지막 날까지 어떤 습관을 날마다 반복하며 살아갈까? 그리고 이 해의 마지막에 우리는 어떤 습관을 내 삶의 일부로 만들고 2020년을 마무리하게 될까?
올해에는 삶이 벅차고 힘들 때 술이나 게임, TV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 바로 주님 앞에 무릎 꿇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 남들에 대한 험담과 욕설 대신 눈에 보이는 모든 이들에 대한 칭찬과 축복의 말이 버릇이 되었으면 좋겠다. 의미없는 게으름과 비관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대신 날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기 위해 걷고 기도하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작고 사소한 일에 기뻐하고 감사하고 잘 웃는 것도 올해의 새 습관이 되면 정말 좋겠다. 새해에 당신이 원하는 새로운 습관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