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분노 스타일
분노를 건강하게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현재 분노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
저명한 심리치료사인 해리엇 러너(Harriet Lerner) 박사는라는 책에서 분노를 표현하거나 조절하는 방식에 있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스타일이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마다 화를 내거나 불안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분노 조절 방법을 배우는 단계에서 먼저 자신이 분노를 표현하는 모습을 관찰해 보도록 조언한다.
러너 박사에 따르면, 분노를 표현하거나 조절하는 스타일에는 5가지 유형이 있다. 추적자형(pursuer), 거리두기형(distancer), 저기능형(Underfunctioner), 과기능형(overfunctioner), 비난자형(Blamer)이다. 자신의 분노 스타일이 궁금하다면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추적자형(Pursuer)
첫 번째, 추적자형은 불안하거나 분노에 반응할 때 누군가와 함께 있기를 원하며 적당한 사람을 찾아간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하고 풀어야 한다. 그리고 남들도 자신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상대방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거나 혼자 있고 싶어 하면 자신이 거부당한 느낌을 받고 마음이 상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친밀감을 불편해 하면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애쓰다가 상대가 거리를 두고 싶어하면 차갑게 돌아서서 관계를 아예 차단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정서적으로 너무 의존적이거나 독단적이고 강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인간관계에 적극적이지만, 그것이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 버린다.
거리두기형(Distancer)
두 번째, 거리두기형은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다른 사람들과 정서적, 신체적 거리를 두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원하지 않으며 스스로 해결하고자 한다. 그래서 자신의 필요나 약한 부분을 나누는 것에 익숙치 않다. 인간관계 속에서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차라리 일에 몰두하는 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감정이 격해질 때 그것을 해결하기보다는 관계를 끝내 버리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심하고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른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계속 다가오거나 채근하지 않을 때 오히려 마음을 여는 경향이 있다.
저기능형(Underfunctioner)
세 번째, 저기능형은 스트레스와 갈등 상황에서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놓아둔다. 가족이나 직장 내에서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 신체적, 정서적으로 이상증상들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약한 사람’, ‘환자’, ‘문제아’, 혹은 ‘무책임한 사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거나 노련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속상해하고 자신감 없어 한다.
과기능형(Overfunctioner)
네 번째, 과기능형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상대방을 문제에서 구출하고 조언하며 장악하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로 힘들어 할 때 그냥 두고 보는 것을 힘들어 한다. 자기 자신의 목표와 문제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더 집중하며 도와주려는 성향이 강하다. 항상 믿음직하고 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인상을 주지만, 정작 자신의 약점이나 문제를 인정하고 나누는 데에는 서툴다.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일을 함께 나누어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비난자형(Blamer)
다섯 번째, 비난자형은 문제나 불안감이 생길 때 감정적이고 적대적으로 반응한다. 빨리 화를 낸다. 변화를 원치 않는 상대방을 바꾸려고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면서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변화를 방해하는 원인은 상대방이라고 지목한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고 믿는 한, 이들의 세상은 늘 절망적이다. 상대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어디에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나를 알고 상대방도 이해하기
각자가 서로 다른 분노 스타일을 갖게 된 데에는 각자의 이유와 배경이 있다. 타고난 성격일 수도 있고, 자라난 환경이나 문화적인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분노 스타일에는 나름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고 감정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추적자형이나,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할 시간을 갖는 거리두기형에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나의 약한 점을 잘 드러내는 저기능형이나, 다른 사람의 약한 점을 알고 잘 도와주는 과기능형도 각각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분노 스타일이 너무 극단적일 경우에는 건강한 분노 표현이나 갈등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분노할 때의 나는 어떤 유형에 가까운가? 분노와 갈등 상황에 반응하는 나의 성향은 과연 효과적이고 바람직한가? 혹시 다소 지나치거나 너무 극단적이어서 가족과 동료들을, 혹은 신앙공동체를 힘들게 하지는 않는가? 바람직하지 않는 패턴을 어릴 때부터, 혹은 세대에 걸쳐 계속 반복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치유의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