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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나는 생각한다, 프로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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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나는 생각한다, 프로답게!
남편이 집안일을 분담하게 만드는 노하우를 담은 정보들을 검색해보자. ©anita's housekeeping
심연희
NOBTS 겸임교수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mail protected]

자기 코 베기
영어 표현 중에 “Don’t cut off your nose to spite your face.” 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자신의 얼굴에 앙심을 품어서(괴롭히려고) 자신의 코를 베지는 말라는 말이다. 남을 해치려다가 결국 자기가 당하게 되는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 속담에 ‘누워서 침뱉기’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설마 누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할까 싶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 무심코 수 없이 그런 일을 저지른다. 학창시절에 엄마 아빠가 미워서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거나 삐뚤어지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잔뜩 먹은 적이 있는가? 어떤 일에 화가 나서 정신줄을 놓을 때까지 술을 마셔본 적이 있는가? 배우자나 자식에게 불만이 있을 때 다른 사람 앞에서 침을 튀겨가며 집안 식구 흉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일이 모두 남에게 흠집을 내려다 자기가 상처를 입는 행동이다.
어떤 사람은 교회에서 누군가에게 화가 난다고 예배를 아예 빠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면 누구한테 손해일까? 결국은 자신이 다른 사람 때문에 ‘시험에 들어서’ 주님께 마땅히 드릴 찬양도 포기하고, 말씀으로 스스로를 새롭게 할 기회도 잃어버린 것이다. 남에게 앙갚음 하려다 자기만 손해를 본 것이다.

열받아!
우리는 때로 정말 참기 어려운 감정에 휘말릴 때가 있다. 너무 화가 나거나 상처를 받아서 잠이 오지 않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세상을 살면서 열받는 일도 많이 생긴다. 분명히 내가 먼저 와서 기다렸는데 나중에 온 사람이 먼저 들어간다. 배우자가 자기 부모님께는 용돈을 찔러주면서 내 부모님께는 입을 싹 닦는다. 사람들이 내가 커피 내리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심지어 누가 커피를 내리는지도 모른다. 이번 달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와서 전화를 했는데,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30분을 기다리게 한다. 간신히 안내원과 연결되니,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못 알아듣는 척을 하는 건지 짜증이 바짝 올라온다.
이렇게 억울한 일, 부당한 일, 공평하지 않는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 그러니 우리가 열받는 이유는 오만 가지나 되고, 나이들수록 성질이 나빠지고 괴팍해지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진짜 목표
살면서 열받는 일이 생기는 것은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열받는 상황 앞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화 나고 속상한 일은 계속 일어난다. 그런데 그 감정에 휩쓸려 우리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무차별로 칼을 휘두르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 머릿속에서,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니가 뭔데!’, ‘이건 불공평해!’, ‘이건 내 생각과 달라!’, ‘이건 아니지! 저렇게 해야지!’ 등의 목소리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분노에 찬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지혜로운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신의 의로움과 복수심, 고집 센 분노에 사로잡혀서 의미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지는 않은가?
원치 않는 상황, 불편하고 불쾌한 상황에 처할 때 우리는 나의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차 뒤에 바싹 붙어 따라오며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는 무례한 운전자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브레이크를 계속 밟아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줄까? 일부러 천천히 가며 열받게 해줄까?
이때 나의 진짜 목표는 무엇인가? 그 무례한 운전자를 벌하여 정의를 실현하는 것인가? 불쾌한 신경전에서 이기는 것인가? 아니면 안전하게 집에 가는 것인가? 그 운전자를 물먹이고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으려다 잘못하면 내 차를 들이받을 수도 있다. 내 코를 베는 일이다.
나의 진짜 목표가 안전하게 집에 가는 것이라면 옆 차선으로 살짝 비켜 지나가면 그만이다. 치솟는 분노에 휩쓸리면 나의 진짜 목표를 잊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열받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의 진짜 목표이다.

프로답게
열받는 상황에서 진짜 목표를 생각하는 것은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집에 와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는 남편을 보면 화가 난다. 이때 나의 진짜 목표는 무엇인가? 남편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목표라면 남편을 굶기거나, 잔소리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옆집 남자와 비교하면 된다. 그러나 남편이 집안일을 적절히 분담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잔소리나 비교하기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남편을 움직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정이나 직장, 교회 등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목표라면 어떻게든 나의 옳음을 증명해야 한다. 상대방의 생각이 왜 잘못되었고, 인격이 얼마나 부족하고, 믿음이 얼마나 얕은지 까발려야 한다. 그런데 상대를 사랑하고 용납하는 것이 목표라면 접근법이 달라진다. 이 목표를 이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가 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기도는 상대를 감싸주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목표가 하나님의 능력을 보이는 것이었다면 오병이어의 기적과 눈먼 자의 치유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분의 권능은 천사들의 군대가 하늘을 한 바퀴만 돌아도 증명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이 오신 목적을 분명히 아셨다.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그분의 목표였기에 그분은 그 처절한 십자가에서 기꺼이 죽음을 지나셨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프로’가 되어야 한다.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지혜로워야 한다. 아마추어는 별 생각없이 다음 수를 두지만, 프로는 승리라는 분명한 목표를 위해 판을 정확하게 읽고 몇 수 앞을 내다본다. 어느 길로 가야 목표에 효과적으로 다다르는지 계속 생각한다. 감정에 사로잡혀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다 자기 코를 베기보다, 무엇을 썰어야 하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서 멋진 요리를 만든다. 내 얼굴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내 코를 베어낼지, 아니면 맛사지를 받을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프로답게, 지혜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