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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칼럼] 조직문화는 당신의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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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칼럼] 조직문화는 당신의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엔론의 회장 케네스 레이(왼쪽)와 CEO 제프리 스킬링(오른쪽) ©CBS News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email protected]

그들이 강조한 가치
당신이 만약 비즈니스 오너라면, 당신의 비지니스를 위한 비전선언문, 가치선언문, 서비스선언문 등을 가지고 있는가? 혹은 당신이 만약 회사에 고용된 임직원이라면, 회사에서 가장 강조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다음의 멋진 가치선언문을 읽어보자. 이 조직은 다음 네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존중이다.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상대방을 존중한다. 무례하거나 모욕적인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둘째, Integrity. 정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고객과 함께한다. 무언가를 하겠다고 말하면 반드시 한다. 무언가를 할 수 없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 실제로 하지 않는다.
셋째, 소통이다. 모든 구성원은 소통할 의무를 가진다. 서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누고 경청한다. 정보를 공유한다. 공유된 정보는 사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믿는다.
넷째, 탁월성이다. 각자가 하는 모든 일에서 최고가 된다. 이를 위해 목표 수준을 계속 높여간다.

존중, 정직, 소통, 탁월성을 강조한 엔론(Enron)의 가치선언문 ©Bull Market Gifts

이 가치선언문이 어느 회사의 것일까? 희대의 분식회계 스캔들을 일으키고 몰락한 미국의 천연가스 기업 엔론(Enron)의 가치선언문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렇게 멋진 가치를 가진 조직이 어떻게 그런 불법적인 행동을 일삼을 수 있었을까?

당시 엔론 사태로 30명이 넘는 관계자들이 기소되었고,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회장 케네스 레이는 6건의 유죄가 확정된 후 수감되기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부회장 존 클리포드 백스터는 체포되기 전 자동차 안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맥킨지 출신의 CEO 제프리 스킬링은 1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붙잡혀 35개 죄목으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고, 이후 소송을 걸어 형량이 일부 감경되어 징역 14년에 벌금 5,707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또 다른 CEO 앤드루 파스토는 정부 측 증인으로 협력한 대가로 감형을 받아 징역 6년에 2,380만 달러를 몰수당했다.

엔론 경영진의 추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알짜배기 부동산을 사서 농지로 신고해 가족들에게 넘긴 후 토지 용도를 바꿔서 처분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엔론 사태 이후 미 의회에서는 회계부정을 강력히 처벌하는 사베인즈 옥슬리 법이 제정되었고, ‘엔론-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이라는 다큐멘터리와 ‘뻔뻔한 딕 & 제인’이라는 코미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우리 회사의 가치
그렇다면 이런 가치선언문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회사의 가치와 조직문화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답을 얻고 싶다면 먼저 자기자신에게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기를 권한다.
첫째, 내 비즈니스에서 명확한 핵심가치 혹은 가치선언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둘째, 나는 ‘명문화된’ 사명선언서, 가치선언문, 서비스선언문, 직장 내 행동규칙 등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가?
셋째, 회사의 가치선언문 혹은 사명선언서의 내용을 보지 않고 적을 수 있는가?
나는 기업에 조직문화에 대한 강의나 컨설팅을 하러 갔을 때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제로 이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회사의 가치선언문을 종이에 적어보게 한다. 결과가 어떨까?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임원도 있다. 회사의 사명서나 가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임원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가치가 그렇게 중요하다며? 가치관으로 기업을 움직인다며? 왜 그럴까? 회사의 가치가 임원들의 몸에 배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의 가치와 사명이 벽에 걸린 액자 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것보다 더 확실한 확인 방법은 일반 직원들에게 회사의 사명이나 가치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다. 물론 비밀을 보장해야 한다. 무장해제가 된 캐주얼한 상황에서 물어봐야 한다. 휴게실에 모여 커피를 마시거나 가벼운 술자리가 좋다. 그들에게 회사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가 조직에서 살아 움직이는지 물어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이때 그들이 하는 말과 함께 그들이 보이는 반응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머리로만 알고 있는지, 가슴으로 알고 있는지, 아니면 그것이 행동으로 실천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금만 눈치가 있다면 그 회사의 가치가 그저 말뿐인지, 아니면 조직 문화로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살아 움직이는 가치
가치는 눈으로 볼 수 없다.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말로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조직의 가치는 그게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나올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남에게 베푸는 삶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직문화도 그렇다. 그 회사가 어떤 사명과 핵심가치들을 떠들어 대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 가치가 실제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
조직문화는 말보다는 행동과 일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간다고 해서 사람의 가치관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는다. 굳이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행동 방식은 바꿀 수 있다. 그 조직에서 생존하려면 거기에 필요한 행동 방식을 습득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조직문화다.
조직문화는 조직의 행동과 구조를 통해 드러난다. 조직문화가 수직적인 기업은 개인별로 사무실이 배정되고, 경직된 업무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출장이나 휴가 허가 절차나 복장 규정이 까다롭다. 반면, 직원들간의 평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는 사무실 배치와 복장 규정이 수직적인 기업과 다르다.
당신 회사의 가치는 무엇인가? 그 가치가 실제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런 가치를 계속해서 액자 안에 보관할 이유가 있는가? 조직문화는 액자에 걸린 가치가 아니라 당신이 날마다 하고 있는 행동이다.